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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고교야구 탐방]⑤배명고, '전국대회 4강, 그 이상을 목표로!'


2008년 5월 1일과 2일 이틀간 배명고 야구부는 목동야구장에서 원없이(?) 야구를 했다. 총 4명의 투수가 돌아가며 444개의 볼을 던졌고, 타자들은 120번 타석에 들어서며 무려 8시간13분 동안 공격과 수비에 나섰다.

제42회 대통령배 8강전, 배명고는 전년도 우승팀 광주일고를 만났다. 3회말 먼저 선취점을 뺏기고 끌려가다가 8회초 1사 3루에서 4번 타자 강인균의 중전 안타로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그 뒤로 두 팀은 10이닝 동안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고 결국 이 경기는 고교야구 35년 만의 연장 19회 승부로 기록되었다.

전날 15회까지 치러 승부를 보지 못한 두 팀의 경기시간은 4시간15분. 서스펜디드 경기로 치러진 다음날에도 양 팀은 4회를 더 뛰었다. 총 소요시간 5시간 22분 경기의 종지부를 찍은 건 19회초 터져나온 배명고의 연속 3안타였다. 2학년 문상철의 좌월 2타점 적시타가 길고 지루했던 승부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배명고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처지는 못됐다. 빡빡한 고교야구대회 일정으로 인해 딱 3시간 30분 뒤에 준결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는 경기고.

이틀에 걸쳐 혈투를 벌인 직후라 체력의 한계와 피로를 극복하지 못한 배명고는 2시간51분이 걸린 이 경기에서 1-4로 무릎을 꿇고 결승행을 눈앞에서 놓쳤다. 2008년에 배명고가 올린 성적 중에 이 대회 4강이 최고였기에 미련이 남는 대회였다.

홍성남 감독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박준태 감독은 올해로 부임 6년째지만 전국대회와 큰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63년 창단한 배명고는 통산 세 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 첫 우승을 한 데 이어 이경필, 김동주, 노상진(현 배명고 코치)이 버티고 있던 92년 황금사자기와 봉황대기 2관왕에 오른 것이 전부다. 매년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배명고는 확실한 에이스와 해결사 부재가 거듭되면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배명고는 3학년 선수가 무려 13명이다. 나이로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팀에 비해 고학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안정된 전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올해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내년엔 더 부진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년에 부상으로 뛰지 않았던 좌완 장운영과 사이드암 허승철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3학년 투수는 5명인데 모두 비슷비슷해요." 박준태 감독은 마운드의 부족함을 공격력으로 상쇄해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배명의 클린업트리오는 김재현- 문상철- 황수현으로 짜여져 있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모교의 자존심 회복 여부를 가름할 것임은 물론이고 각자의 진로에도 큰 변수로 작용될 것이다. 결국 팀 성적이 프로입단 혹은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니폼에 매료돼 야구를 시작한 김재현(173cm/69kg)

명랑쾌활한 김재현은 'SK 김재현' 만큼 다부진 외모를 지녔다. 단신이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히 팀내 3번타자로 나설 만큼 타격 센스와 안정된 수비가 돋보인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봉리틀야구단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니폼이 너무 멋져보여 입고 싶었어요.(웃음) 학교 갈 때도 입고 나가 놀 때도 입고다니고, 줄곧 유니폼을 입고 생활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작년에는 선배들과 포지션이 겹쳐 외야를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2루수로 나선다. 우투우타인 그는 부족한 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 훈련에도 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에 부산에서 열린 제3회 천우스포츠배 대회에서 만난 이정윤(경남고)의 매서운 타격이 인상적이었다며 자신의 라이벌로 정했다고 말했다.

"형들이 늘 너희도 고3 되고 나면 알 거라고 했는데 막상 서울시 예선 대진표를 뽑고 나니까 실감되고 긴장되네요. 2학년 때만 해도 게임에 지거나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년이 없는 거잖아요."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유니폼을 입는 순간 박찬호같은 최고선수가 될 것이라는 착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과 기대는 점점 작아지고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런 낙천적인 성격이 김재현의 최고 무기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 대표가 꿈인 문상철(183cm/73kg)

서울시내 야구 명문고를 돌며 느낀 점 중에 하나는 올해 유난히 쟁쟁한 실력을 갖춘 3루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문상철도 3루를 맡고 있는데 중대초등학교시절부터 3루를 떠나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장점을 소개했다.

"김경도, 문찬종, 김동빈까지 서울에만 해도 3루수 경쟁자가 수두룩해요. 모두 밟고 이겨야 할 상대들이죠."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능력에 자신있다는 그는 올해 주장을 맡아 심리적인 부담이 두 배라고 털어놓았다.

"제 자신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데 막중한 임무까지 더해져서 초반엔 고민이 많았어요. 이제야 조금씩 적응되고 있어요." 2008년 대통령배 4강 진출을 가능케 한 '19이닝 대 혈전'의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기도 한 문상철은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팀 사정상 올해는 4번타자인데요, 전 사실 1번이 좋아요. 어떻게든 진루해서 뛰고 또 뛰어서 점수를 올리는 건 자신 있거든요. 중심타자는 장타력도 있어야 하고 힘도 받쳐줘야 하는데 전 아직 부족해요." 우투우타로 빠른 발을 갖고 있지만 중심타자로 나서야 하는 중압감으로 최근 들어 스윙 폭이 커지는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그러나 박준태 감독은 프로입단이 가능할 만큼 공수주 능력을 갖춘 좋은 선수라며 몸에 비해 손목 힘이 좋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슬럼프, 그러나 내일은 김현수! 좌타자 황수현(185cm/74kg)

2학년 때는 팀내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홍수현은 올해 1루를 책임진다. 좌타자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현수같은 선수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전형적인 고3병에 시달리고 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타석에서 급해지고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요. 이러다가는 프로는 커녕 대학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요." 타석에서 감독님의 주문을 받은 그대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커서 걱정이라는 그는 작년 동계훈련 직후에도 페이스가 올랐었는데 막상 대회에서는 부진했다며 솔직한 자신의 한계를 밝히기도 했다.

"더 이상 물러서면 안된다는 생각이 더 부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음을 추스르는게 급선무라 생각해요." 둔촌초등학교 시절 좌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둘러보았는데 잘 맞는 것 같아 그 이후로 좌타자로 나섰다는 황수현은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은 힘이라고 했다.

"잘 맞추는 편인데 힘이 부족해 파울이 많이 나와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몸무게도 늘리려고 노력하는데 살이 잘 안찌는 타입이에요. 수비는 키가 커서 내야수들이 맘놓고 송구를 할 수 있어 그나마 괜찮은 편이에요."

같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은 룰이 적용되는 야구를 해도 각자 처한 입장과 목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야구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준태 감독, 92년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 노상진 코치가 버티고 있는 배명고지만 결국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오랜 기간 우승과 거리를 뒀던 배명고로서는 이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의기투합해서 한 번 일을 낼 때도 되었다. 잊혀져가는 야구 명문의 자존심을 올해는 조금이나마 되찾기를 바라면서 클린업트리오 3인방과 함께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머지 10명 선수의 건투를 빌어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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