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홍희정의 아웃사이더]한화 신고선수 김동호 '이젠 롯데 불펜포수가 아닌 투수 김동호입니다'


2008년 9월 27일 롯데와 한화의 정규리그 마지막 18차전. 경기 직전 배팅볼을 던지고 있던 롯데 1군 불펜 포수 김동호(24)를 유심히 지켜보던 유지훤 코치(한화 수석코치)와 이봉우, 서석기(한화 전력분석원) 씨는 한 동안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김동호에게 다가가 투수로 테스트를 받아볼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드디어 불펜 포수 김동호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대구고-영남대를 졸업한 김동호는 고등학교 때까지 포수로 활약했고 대학 진학 이후에는 권영호(영남대) 감독의 권유로 투수로 전향했다. 우완 정통파인 그는 186cm 90kg의 우수한 체격을 바탕으로 볼 스피드만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원인 모를 팔꿈치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과는 항상 '이상 없음'이었다. 결국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해 스스로를 알릴 기회를 놓쳐버렸고, 2007년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지인의 소개로 롯데 1군 불펜 포수로 2008년 한 해를 보낸 그는 선수들이 쉬는 오전에 개인 연습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투수들의 볼을 받아주며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10월 26일 한화 구단에서 연락을 받고 새벽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한 그는 30개의 볼을 던져보라는 말에 심장이 떨려왔다. 단 30개의 공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적잖은 부담감이 밀려왔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무게를 죄다 실어 볼을 던졌다.

지난 1년간 쌓여 있던 설움이 한 순간에 몰려왔다. "롯데 선수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부산에서는 최고의 스타잖아요. 전 선수가 아닌데 유니폼도 입고 이름과 배번도 있으니까 관중들이 사인해달라고 할 때도 많았어요. 민망했죠.(웃음)"

롯데 선수들은 처지가 다른 자신을 챙겨주고 똑같이 대해 주었다며 착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 동안 정들었던 마음을 내비쳤다. "(이)원석이, (장)원준이도 친구처럼 잘 대해주고 (나)승현이도 잘 따랐어요. 1군에서 함께 생활하니까 서로 잘 알게 되고 친해졌죠."

몸담고 있던 팀이라 롯데에 대한 애착이 커가면서 시즌 중간엔 용기를 내 신고선수가 되겠노라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설명을 전해 듣고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때 이겼어야 했는데 참 아쉬웠어요. 롯데 팬들은 열정적이잖아요. 반면에 한화는 차분하지만 골수팬은 많아요."

그는 2003년 잘 나가던 대구고 시절을 떠올리며 박석민(24, 삼성)과 동기라고 했다. "(박석민은) 체구는 작지만 타고난 센스와 손목 힘이 좋았어요. 타격 타이밍도 좋고, 저는 그 때 8번타자였어요.(웃음)"

불펜 포수로 세금 떼고 월 114만원을 받았다며, 이제는 더 받을 것 같다며 웃었다. "테스트 받을 때 구속이 150km 나왔어요. 올해 목표는 일단 1군입니다."

입단 과정은 다르지만 훈련을 받는 순간 만큼은 선수로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날아갈 듯 행복하다고 했고, 자신 있다고 했다.

"차별을 둔다 해도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아요. 남의 볼을 받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 않을 겁니다. 라이벌이요? 그런 거 없어요. 제 자신이 라이벌이죠."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홍희정의 아웃사이더]한화 신고선수 김동호 '이젠 롯데 불펜포수가 아닌 투수 김동호입니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