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로 간 추신수, 박찬호 그림자 지울까

[류한준기자] 1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대박계약'을 맺은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네 번째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다. 지난 2001년 12월 21일 LA 다저스에서 '코리언 특급'으로 활약하던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5년간 6천500만달러(약 700억원, 이하 현재 환율 기준)를 받는 조건으로 옮겼던 바로 그 팀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서로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박찬호는 타자 친화적인 홈 구장인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고전했다.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 등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박찬호는 2005년 7월 텍사스 유니폼을 벗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했다. 박찬호는 2002년부터 2005년 7월까지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박찬호 입단 이후 12년 만에 다시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는 선배인 박찬호의 아픈 기억을 실력으로 떨쳐버려야 한다.

좌타자인 추신수에게 '레인저스 볼파크'는 여러 모로 유리하다. 레인저스 볼파크는 홈플레이트에서 가운데 담장까지 거리가 121m로 짧은 편이다. 또한 바람 방향이 우중간으로 부는 경우가 많아 좌타자에게 좀 더 유리한 구석이 있다. 오른쪽 폴대와 거리도 짧고 우중간 외야가 넓다. 홈런이나 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지역 날씨도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하다. 기온이 높은데다 맑고 건조한 날씨가 많다. 습한 날씨보다 건조한 날씨에서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수 박찬호보다 타자 추신수가 텍사스에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텍사스가 추신수를 영입한 배경에는 '아시아 특수'를 노리는 구단 마케팅도 영향을 줬다. 현재 팀 마운드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는 주인공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입단한 다르빗슈 유다. 그는 입단 첫 해 16승(9패)을 거뒀고 올 시즌에도 13승(9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다르빗슈가 등판하는 날 홈 구장에는 많은 수의 일본인 팬들이 찾아와 응원한다. 다르빗슈의 등번호(11번)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등 관련 상품 매출도 함께 늘어났다. 추신수의 가세로 텍사스 구단은 12년 만에 다시 한국팬들이 구장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가 한 팀에서 뛰기 때문에 당연히 '아시아 특수'를 노려볼 만한 상황이 됐다.

추신수는 예정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텍사스 선수가 된다. 추신수는 이제 대형계약에 대한 부담을 떨치는 일만 남았다. 텍사스가 7년 동안 1억3천만달러(약 1천379억원)를 안겨줬으니 꾸준한 성적으로 보답하면 된다.

역대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따져도 통산 27위인 고액 몸값의 추신수다. 동양인 출신 야수 중 역대 최고액 계약이었던 스즈키 이치로도 추신수에게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07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재계약에 합의하며 5년 동안 9천만 달러(약 955억원)를 받았다. 또한 팀 동료가 될 다르빗슈가 텍사스 입단 당시 기록한 역대 포스팅시스템 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인 5천170만 달러(약 548억원)와 6년간 6천만달러의 연봉도 추신수의 이번 계약에는 못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