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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결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추신수, 내린 박찬호


매년 수많은 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정상을 향해 숨가쁜 걸음을 옮긴다.

대다수는 메이저리그 문턱에도 오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고, 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라 하더라도 한 계단, 두 계단 끊임없이 고단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정상을 향한 엘리베이터를 타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극소수. 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만 한다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지만 너무도 경쟁이 치열해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2009년. 메이저리그 풀타임 경력 만 2년째를 맞이한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마침내 힘들고 고된 계단 오르기 대열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문턱에 서게 됐다.

올해 성적 타율 3할에 홈런 20개, 타점 86개, 출루율 3할9푼6리. 타율은 팀내 2위고 홈런, 타점, 출루율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또 홈런 20개에 도루도 20개를 넘겨 '20-20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미 40-40 클럽 가입자도 있는 상황에서 '20-20' 그 자체로는 메이저리그에서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20-20 클럽이 바로 30-30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게다가 클리블랜드는 올시즌 간판타자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내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빅터 마르티네스, 라얀 가코 등 주축 타선이 이적한 가운데 추신수가 군계일학의 성적을 내며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추신수는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풀타임 경력 3년이 안되고 2년 이상 3년 미만의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슈퍼2 조항에서는 22일이 모자라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놓쳤다.

그러나 이미 올해 거둔 성적만으로도 내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추신수와의 장기계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구단들은 값비싼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과의 장기계약을 통해 구단 재건의 기둥을 세운다.

콜로라도 로키스 유격수 트로이 튤로위츠키, 밀워키 브루어스 라얀 브론, 탬파베이 레이스 에반 롱고리아 같은 선수들이 바로 짧은 시간 안에 메이저리그 정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선수들. 이제 추신수가 그들의 뒤를 잇고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갈 때에는 아무도 이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대다수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엘리베이터에 떠밀려 실리고 사정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정상에 올랐다가 자기 발로 계단을 내려와 자신이 엄추고 싶은 곳에서 멈추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레그 매덕스가 누추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깨끗하게 자기 발로 멈춰섰고 존 스몰츠, 랜디 존슨과 같은 당대 제일의 스타들도 올해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인상을 주고 있다.

한때 박찬호가 타고 있던 그 엘리베이터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올시즌 극적으로 그 엘리베이터에서 탈출, 계단으로 건너 뛰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말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비록 자신이 원한 선발 투수로는 7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29를 기록하며 실패했지만, 구원투수로는 38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52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미국의 한 스포츠 전문 웹사이트는 2000년대 최악의 선수들을 선정하며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에 6천500만달러의 계약을 한 뒤 몸값을 하지 못한 박찬호에 대해 "올시즌 자신의 커리어를 구원투수로 되살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자신이 목표한 나이 40 현역에 3년 정도를 남겨 놓고 있다. 올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박찬호는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했음은 물론 다시 한 번 내리막이 아닌 오르막 계단을 자기 발로 오를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박찬호의 호투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메이저리그를 즐긴 팬들에게는 올해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그를 응원하는 많은 팬들은 하루 빨리 새로운 계약을 해 2010년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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