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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의퍼스트베이스] 머니볼은 허구인가


 

‘머니볼’은 허구인가.

메이저리그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머니볼’ 이론이 사실과 다른 허구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웹사이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12일 자신의 칼럼에서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성공 비결은 ‘머니볼’이 아니라며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머니볼’은 빌리 빈 단장이 적은 돈으로 오클랜드를 메이저리그 서부지구의 꾸준한 강자로 이끈 비결을 공개한 책의 제목이다.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이 책에서 빌리 빈 단장은 ▶고졸 유망주보다는 대졸 선수를 뽑고 ▶다른 기록보다는 장타율과 출루율을 중요시 하는 이른바 ‘머니볼’ 이론을 소개했다.

빈 단장은 98년 단장에 오른 이후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클랜드를 뉴욕 양키스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팀으로 이끌었다.

올해는 그동안 팀을 이끌던 마운드의 트로이카 가운데 두 명인 팀 허드슨과 마크 멀더를 각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 하고도 다시 한 번 팀을 디비전 1위로 올려놓고 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도 수두룩한 상황에서 적은 돈으로 성공을 일궈내는 그의 비결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당연했다. 그 책이 관심을 모은 것도 당연했고 그 책에서 강조한 이론이 관심을 모은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헤이먼 기자는 “’머니볼’은 사기에 가깝다”는 한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머니볼’ 이론이 다른 구단에서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지를 따지며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헤이먼 기자는 우선 대학 선수를 우선 지명한다는 것은 법칙 아니라 선수에 따라 달라지는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많은 구단이 ‘머니볼’ 이론에 따라 대졸 선수를 잡는 데 열중하는 동안 빈 단장은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고졸 유망주를 지명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당시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권이 없던 오클랜드는 고졸 투수 트레버 카힐을 가장 먼저 지명했고 3라운드에서는 매튜 설렌틱이라는 고졸 외야수를 지명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는 주장도 시대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는 올시즌 출루율 0.339로 아메리칸리그 14팀 가운데 8위, 홈런 153개로 9위에 처져 있다.

최근들어 타율이나 홈런, 타점 같은 전통적인 기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계, ‘OPS’는 0.748로 11위로 바닥권이다.

그럼에도 오클랜드는 여전히 디비전 타이틀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헤이먼 기자는 출루율과 장타율은 제이슨 지암비(현재 뉴욕 양키스)나 마크 맥과이어(은퇴)가 활약하던 스테로이드 시대에나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니볼’을 따라하던 젊은 단장들의 실패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하바드대학 출신으로 LA 다저스 단장에 올랐던 폴 데포데스타는 1년 만에 해임됐다. 또 다른 추종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J.P. 리차르디 단장은 지난 겨울 엄청난 돈을 쓰며 자유계약선수들을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키스를 따라잡기에는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헤이먼 기자는 “‘머니볼’은 원래가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쓰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며 “리차르디 단장의 발언은 ‘머니볼’이론의 허구성을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그럼 헤이먼 기자는 빈 단장의 성공의 원동력을 어디서 찾는 것일까.

그는 역시 숫자나 기록 보다는 ‘사람’, 즉 선수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젊은 자신의 추종자들처럼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장은 없지만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에 스카우트 경력을 겸비한 그의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상황에 따른 두뇌회전도 빠르다는 것이다.

UC샌디에이고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빈 단장은 80년 아마추어 드래트프에서 1라운드, 전체 23번째로 뉴욕 메츠에 입단한 선수 출신이다.

89년 오클랜드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은퇴해 구단 직원이 돼 스카우트로 일하다 93년 당시 구단 대표이자 단장이던 샌디 앨더슨(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대표)에 의해 발탁돼 단장 보좌역에 올라 구단 운영을 배웠다.

결국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부터 스카우트, 단장보좌역까지 두루 섭렵하며 실력을 갖춘 게 바로 빌리 빈 단장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게 헤이먼 기자의 주장이다.

빈 단장이 메츠에 지명받을 때 내야수와 외야수는 물론 포수까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은 헤이먼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많은 포지션을 해본 만큼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클랜드에는 닉 스위셔라는 외야수가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는 2004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자 마자 선수들의 상벌위원회인 ‘캥거루코트’에서만 1천달러가 넘는 많은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가 많은 벌금을 내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출루율과 장타율을 중요시하는 ‘머니볼’ 이론에 대한 비난이었다.

메이저리그에 갓 올라온 애송이가 오클랜드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많은 구단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머니볼’ 이론에 대해 왈가왈부했으니 이는 신성모독이었다. 그러나 헤이먼 기자나 스위셔의 의문제기는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과연 대학 선수를 주로 지명하고,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은 선수만으로 팀을 꾸리면 팀이 전부 오클랜드처럼 될 수 있을까.

오클랜드의 성공신화는 장타율과 출루율, 또는 학력에 따른 선수 지명으로 대표되는 단순한 ‘머니볼’보다는 그 너머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 때문인지 헤이먼 기자가 쓴 칼럼의 제목도 ‘머니볼 너머(Beyond Moneyball)’다.

조이뉴스24 알링턴=김홍식 기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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