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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샌디에이고 '풀타임 스카우트' 됐다


무급인턴→파트타임→풀타임 스카우트, 열정 하나로 2년만에 이룬 성과

[정명의기자] 어학연수 한 번 가보지 않은 30대 청년이 미국 회사에 정직원으로 취업했다. 일반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 하지만 야구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두산 베어스 2군에서 방출된 뒤 미국 독립리그 진출을 노렸던 남궁훈(32). 그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흔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던 꿈을 접고 우연한 기회에 메이저리그 구단 샌디에이고의 스카우트로 일하게 됐다. 지난 2012년 6월의 일이다.

하지만 당시 남궁훈은 무급인턴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열정으로 만들어낸 일자리,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한 시작이었으나 보수 없이 일하는지라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밖으로 내세울만한 지위가 아니었다. 6개월 뒤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파트타임 월급을 받게 됐지만, 단순 아르바이트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그랬던 그가 샌디에이고의 정식 풀타임 스카우트로 승진(?)하게 됐다. 월급도 4배 정도 올라 일반 직장인들만큼 벌게 됐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식으로 샌디에이고 구단의 한 식구가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에서만 정규 교육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풀타임 스카우트가 된 사실상 첫 번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의 신임 A.J 프렐러 단장이 지난 8년 간 없었던 구단 전직원 미팅을 부활시킨 것이 남궁훈의 정식 스카우트 승진으로 이어졌다. 150여명이 참석한 미팅에 남궁훈도 초청을 받은 것. 남궁훈은 그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남궁훈은 단장, 부단장 등 간부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 뒤 개인적인 질문이 있다며 프렐러 단장과 따로 1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샌디에이고와 포스팅에 의한 입단 협상을 벌이다 계약이 불발된 김광현(SK)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남궁훈은 프렐러 단장에게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묻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어필했다.

이후 다른 구단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남궁훈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는 일반 사원이 단장 등 높은 직책의 사람들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문화를 확실히 숙지하지 못하고 열정만으로 부딪히다 빚어낸 일종의 실수였다.

그러나 이런 열정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미국에서도 보기드문 그의 열정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미팅 종료 후 대만으로 고교시합을 보러 떠나는 도중 남궁훈은 직속 상사에게 전화를 받아 "샌디에이고의 진짜 식구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풀타임 스카우트가 됐다는 소식이었다. 대만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남궁훈은 새로운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남궁훈은 당시를 떠올리며 "유학이나 어학연수 한 번 안 다녀온, 그냥 한국에서 야구만 했던 내가 미국 회사의 정직원이 됐다는 생각에 벅찬 기분이었다"며 "미국에서 야구를 해보겠다는 생각에 만원짜리 단어장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부족한 야구실력 때문에 꿈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2년만에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남궁훈은 샌디에이고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양키스에 116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야탑고 출신 박효준에게 처음으로 100만달러의 오퍼를 한 구단은 샌디에이고였다. 남궁훈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였던 것. 끝내 양키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또한 최근 계약이 불발된 SK 김광현의 포스팅과 연봉협상 과정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남궁훈은 "나처럼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후배들이 야구 분야의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풀타임 스카우트가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 전진한 셈"이라고 자신의 위치 변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단 월급이 올라서 생활이 나아진 남궁훈이다. 무보수, 파트타임 시급에도 묵묵히 꿈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집에 돈이 많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궁훈은 "친구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돈은 안 빌릴테니 성공할 때까지 밥만 사라고 했다"며 "고교야구를 보러 다닐 때는 모교 덕수고와 정윤진 감독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그동안의 어려운 생활과 함께 고마운 이들을 떠올렸다.

스카우트의 역할은 좋은 선수를 찾아내 소속 구단에 입단시키는 일이다. 아직 샌디에이고에 입단 시킨 선수가 없는 남궁훈은 "빨리 내가 뽑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일단 계약한 어린 친구들은 미국 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같이 살면서 야구 선배로서 챙겨줄 생각"이라며 오늘도 선수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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