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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럭션 베이비' 이와세 료, 폭력이라는 이름 제트코스터(인터뷰)


서독제 참석 차 내한한 이와세 료,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의 만남

[권혜림기자] 일본 배우 이와세 료는 일본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영화 팬들 뿐 아니라 한국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꽤 익숙한 인물이다. 저예산 영화로는 고무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에서 김새벽과 로맨스를 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에선 한예리의 상대역으로 분했다.

출연한 한국 영화들이 모두 독립영화로서는 유의미한 관객수를 기록하며 사랑받은 덕에, 이와세 료를 향한 한국 관객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단단하고도 선한 인상, 진하고 깊은 눈매가 매력적인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부지런히 스크린을 누비고 있다.

최근 이와세 료는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 '디스트럭션 베이비'(감독 마리코 테츠야)를 들고 내한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전작 '옐로우 키드'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 함께 지난 6일 한국을 찾아 짧은 일정을 소화했다. 관객과의 대화(GV)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영화를 소개한 이와세 료, 그리고 마리코 테츠야 감독을 직접 만나 작업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디스트럭션 베이비'는 부모가 떠난 후 작은 항구 마을에 단둘이 살고 있는 타이라(야기라 유야 분)와 쇼타(무라카미 니지로 분)의 이야기다. 제38회 낭뜨3대륙영화제에서 실버몽골피에(우수작품상)를, 제69회 로카르노영화제 필름메이커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마을에서 또래와 싸움을 일삼던 타이라는 어느 날 큰 패배를 겪은 후 마을을 떠나 사라진다. 그가 향한 곳은 지역의 대도시 마츠야마다. 고교생 유야(스다 마사키 분)는 거리를 떠돌며 싸울 상대를 찾아 헤매는 타이라와 우연히 엮인 뒤 그에게 위험한 게임을 제안한다. 영화에서 이와세 료는 타이라와 유야가 벌이는 사건 속 인물로 짧게 등장한다.

앞선 영화 작업을 통해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영화와 관련한 진지한 대화 곳곳에 장난스런 말들을 덧붙이며 화기애애한 공기를 만들어갔다. 작은 배역임에도 마리코 테츠야 감독의 제안에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와세 료는 "주연을 맡았던 한국 영화로 내한했을 때보다 편안하고 여유롭다"며 웃어보였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묵직한 감상을 남기는 이 영화에 대해선 "폭력이라는 제트코스터를 탄 기분을 느꼈다"며 관객과 이같은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하 이와세 료,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의 일문일답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소감, 관객과의 대화를 앞둔 기분이 궁금하다.

마리코 테츠야 : "가장 먼저 긴장이 된다. 관객들의 반응이 바로 보이는 자리라서 기대되는 동시에 '제대로 답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세 료 : "이 영화에 출연한 분량이 두세 신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에 왔던 건 주연을 맡았던 영화 프로모션 때문이었는데, 이번엔 편안하고 여유롭다.(웃음)"

-이와세 료의 경우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최악의 하루' 등 출연한 한국영화들이 흥행했다. 한국 팬들의 애정과 관심을 실감하는지 궁금하다.

이와세 료 : "솔직히 잘 모르겠다.(웃음) 지금 생각난 건, '최악의 하루'를 찍을 때 길에서 어떤 사람이 '혹시 이와세 료 아닌가'라고 물은 적은 있었다. '아, 그래도 인지도가 조금 생긴 건가?' 생각했다.(웃음)"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은 아주 현실적이라 놀라웠다. 연출에 어떤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마리코 테츠야 : "어떻게 찍을까 고민이 많았다. 여러 영화도 참고했지만 실제 가장 많이 참고한 건 유튜브의 실제 싸움 장면들이었다. 영상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실제 길에서 찍힌 영상이라든지 감시 카메라의 영상들을 참고했다. 같은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이지만 영화는 픽션이 아닌가. 현실적인 것들을 가미해 싸움의 분위기를 어떻게 나타낼지 고민이 많았다. 영화는 연기를 하는 것이니 진짜 때리고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영상을 봤을 때는 맞는 사람의 리액션이 확 와닿지 않나. 그래서 맞는 사람의 리액션을 집중해 찍으려 노력했다.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은 모두 연기였지만 딱 한번 유일하게 실제로 맞은 배우가 이와세 료였다.(웃음)

이와세 료 : "(웃으며) 내가 리액션을 연기를 잘 못해서 진짜 맞은 거다. 사실 그렇게 아프게 때린 것은 아니었고, 이런 반응을 잘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런 촬영을 했다. 현장에 액션 감독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촬영했다. 최대한 진짜 맞는 것 같은 반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세 료가 직접 언급했듯 출연 비중도 작고 심지어 실제로 맞기까지 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와세 료 :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 전에 영화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이다. 영화에 빠져드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촬영을 준비하신다고 해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코 테츠야 : "젊은 캐릭터들이 많은 영화인데, 메인 배역 네 명 말고도 각자 분야에서 내가 원하는 배우들을 모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미스캐스팅인 배우가 이와세 료였다.(웃음)"

이와세 료 : "캐스팅 할 때 감독이 '너에게 안 어울리는 배역이야'라고 이야기하더라.(웃음)"

마리코 테츠야 : "이전에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고, 배우가 진짜 원하는 역할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어떤 배역이라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배우라는 신뢰가 있어 캐스팅했다."

-감독과 배우의 대화를 듣다보니 사적으로도 굉장히 친한 관계로 보인다.

이와세 료, 마리코 테츠야 : "친하다."

이와세 료 : "의외로 친한 편이다.(웃음)"

마리코 테츠야 : "하지만 일할 때와 사적으로 지낼 때, 제대로 공사 구분을 하고 있다.(웃음)"

-감독에겐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 어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보인다.

마리코 테츠야 : "영화가 다루는 건 폭력이다. ''폭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들도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나처럼 폭력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주길 바랐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부엔 마을의 전통 가마싸움이 중요한 소재로 쓰였다.

마리코 테츠야 : "타이라는 계속 싸움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한 개인이지만, 이 가마싸움은 일년에 한 번씩 사회 속에서 모두가 폭력성을 발산하는 문화다. 취재를 통해 이를 알게 됐다. 폭력을 대하는 개인과 사회의 차이, 그 구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와세 료에겐 연기를 꾸준히, 또 즐겁게 하고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이와세 료 : "단순한 답이지만, 연기하는 것이 좋다. 해가 갈수록 점점 좋아진다. 원동력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 좋아서 한다. 연기하는 것이 좋아서."

마리코 테츠야 : "이와세 료에겐 좋은 면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감독인 내겐 배우 친구가 별로 없다. 오히려 친구로 지내기에 불편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이와세 료는 뉴트럴한 사람이라 무엇이든 받아들여준다. 평소 친구로도 지낼 수 있고 일할 때는 배우로서도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영화에서 스다 마사키가 연기한 인물 유야는 언뜻 유약해보이지만 싸움꾼 타이라와 동행하게 되면서 변화를 보인다. 일종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 인물의 입체적 성격을 구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마리코 테츠야 : "'약할수록 짖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평범한 캐릭터지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이상 갈 때까지 가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구나'라는 기분이 들길 바랐다. 유야라는 인물은 타이라처럼 특별하지 않고, 주변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보면서 더 무서운 느낌이 들 수 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뒤 배우인 이와세 료는 어떤 감상을 느꼈나.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어떤 메시지를 얻어가길 바라는지도 궁금하다.

이와세 료 :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폭력이라는 제트코스터에 탄 기분이었다. 타이라가 무섭고 심한 일들을 하지만 어떤 관객은 그런 주인공을 보며 동경의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엔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와 함께 폭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질문에 답하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마리코 테츠야 : "너무 방심하고 있었지?(웃음)"

-감독과 배우의 차기작 계획도 듣고 싶다.

마리코 테츠야 : "각본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말로는 확실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이 역시 도전이라 생각한다."

이와세 료 : "내년 영화 계획은 없고, 일본에서 연극을 할 계획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에도 놀러오고 싶다."

-마리코 테츠야 감독이 다시 캐스팅을 제안한다면 또 수락할 마음이 있나.

이와세 료 : "그렇다면 스케줄을 비워놓겠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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