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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폰' 배성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인터뷰)


"이미지 소비? 과도기에 온 느낌…전략적 선택 할 것"

[권혜림기자] 분명 같은 눈인데, 이렇게나 다르다. 영화 속 표적을 향해 내달리는 악인의 눈은, 스크린을 벗어나면 금세 선량한 장난꾸러기의 것이 된다. 쉽게 믿기지 않아 들여다보다 "눈이 참 예쁘다"고 칭찬을 하면 반달 같은 눈을 한 번 더 접어 보이며 손사래를 친다. 은막 위의 배우 배성우가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가까이서 마주 본 배성우는 사람 좋고 소탈한 이웃 같았다. 저 눈으로 때로 섬뜩한 악역을, 배꼽 잡게 만드는 코믹 연기를, 사무친 소외감을 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고 묘하다.

22일 개봉한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 제작 미스터로맨스)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성우는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남자' 등의 수식과는 별개로 한없이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였다. 앞 사람의 이야기에 가끔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집중하는 표정, 즐거운 에피소드엔 그저 '허허' 웃고 마는 꾸밈없는 얼굴이 인간 배성우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배성우가 출연한 '더 폰'은 1년 전 죽은 아내에게 과거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서 아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손현주가 아내를 살리려 나서는 남자 고동호 역을, 극 중 배성우는 모든 증거를 없애려는 정체불명의 범인 도재현 역을 연기했다. 엄지원은 고동호의 아내 연수로 분해 두 사람과 호흡을 맞췄다.

흥미로운 것은 '더 폰'과 함께 22일 개봉한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도 배성우가 작지 않은 배역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베테랑'에서도, 스릴러 '오피스'에서도 배성우는 밀도 있는 연기로 관객을 만났다. 이 정도면 충무로 제일가는 다작 배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미리 찍어 둔 영화들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개봉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이미지 소비를 걱정하고 있진 않을지 궁금했다.

"하반기에 제가 출연한 영화가 너무 많이 개봉하다보니 조금 지루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소모에 대한 생각을 연극 무대에 설 때만 해도 안 했었는데, 며칠을 두고 두 영화의 언론 시사, 기자간담회를 하니 '지루하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과도기에 온 느낌이에요. 내년부턴 이렇게 할 수가 없거든요. 올해엔 작년에 찍은 것과 올해 초 찍은 것이 몰려 개봉했는데, 앞으로 전략적으로 작품을 구하고 선택하고 해나가려고 해요. 그래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작을 하더라도 매 작품 임팩트를 안겼던 그이기에, '전략적인' 작품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궁금했다. 배성우는 "멀리 보고 다작을 하고 싶은 배우"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이어 "띄엄 띄엄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이 멀리 보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더 폰'은 배성우가 직접 밝혔듯 그간 작업한 상업 영화 중 가장 출연 비중이 큰 작품이기도 하다. 도재현 역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부었을 법도 하지만, 내심 극 중 인물들을 괴롭히는 인물의 동기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이 들었다. 인물이 보다 입체적이지 않았던 데에 아쉬움을 품지는 않았는지 물었더니, 배성우는 "'더 폰'이 장르영화이고, 선악구도가 명확하다보니 재현에게 몰입감을 심어주면 그 구도를 헷갈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관객이 고동호에게 몰입해야 하는 영화잖아요. 도재현 쪽에선 긴장감을 일으켜야 하고, 설득력을 갖는 인물은 고동호여야 하죠. 도재현은 생계형, 생활형 악역이에요. 영화적으로 긴장감을 주고 인물을 압박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죠. 감독이 원한 건 캐릭터의 입체감보다 명확한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가리켜 "30대 중반 남성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 배성우지만, 최근 KBS 2TV '해피투게더 '출연 후 여성 시청자들의 호감도도 크게 높아졌다. 배성우에게 거친 액션이나 스릴러가 아닌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할 관객도 분명 있을 법하다.

멜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배성우는 차기작인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와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故유재하의 음악을 사용한 작품으로 시선을 모았던 '사랑하기 때문에'는 우연한 사고로 사랑의 메신저가 된 한 남자가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몸 속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멜로 영화다.

"'사랑하기 때문에'가 달달한 편이에요. 많이 달달하죠. 그 외에 오는 2016년 개봉하는 '나를 잊지 말아요'도 멜로 영화에요. 이 영화는 많이 달달하진 않고, 무겁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있는 작품이죠. 저는 멜로를 연기하기보다 관계를 조율하는 인물을 맡았어요. 연극 무대에서는 멜로 연기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에요. 영화에서도 멜로 연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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