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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워쇼스키·톰 티크베어, 친딸처럼 아껴줘"(인터뷰)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년 1월9일 개봉

[권혜림기자] 베일을 벗은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배우 배두나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개봉 전 무수한 관심 속에서도 그의 입에서 자랑 비슷한 멘트조차 나오지 않았었기에, 영화의 주제의식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배두나의 비중있는 역할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조이뉴스24와 만난 배두나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설렘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할리우드 데뷔작을 통해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짐 스터게스, 벤 위쇼, 수잔 서랜든 등 면면이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인 당찬 내면이 느껴졌다.

배두나가 연기한 캐릭터는 2144년 네오 서울의 복제인간 손미-451(이하 손미)다. 여느 다른 클론과 같은 일상을 살던 손미는 순혈 인간 혜주(짐 스터게스 분)를 만나 내면의 변화를 느끼고 클론 해방 운동의 불씨가 된다. 인류의 문명이 파괴된 시점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손미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배두나에게 지난 봄 영화 '코리아' 홍보 당시를 언급하며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크나큰 비중에 대해 미리 입을 열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배두나는 장난스런 얼굴로 그야말로 소녀처럼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차피 보시면 알테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하는데 미리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코리아'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도 생각했고요. 사실 눈치를 많이 봤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성심성의껏 대답해야 하지만, 그러기가 어려워서 눈치를 좀 봤죠.(웃음)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렇게 중요한 역인 줄 몰랐다'고 하시는데, 그걸 보면 '신선하게 느끼셨구나. 내 판단이 맞았구나' 싶어요. 설레발치기는 싫었거든요."

배우들의 1인 다역이 빛난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는 손미 외에도 두 가지 캐릭터를 더 연기했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에서는 백인 분장을 감쪽같이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멕시칸 여인으로 분한 장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인물들 역시, 비중을 뛰어넘은 놀라운 존재감으로 빛을 발한다. 특수분장 자체보다 캐릭터에 눈길이 가게 만드는 쉽지 않은 과제를, 배두나는 확실히 이뤄낸 셈이었다. 그는 억양을 따로 공부하면서까지 소화했던 멕시칸 여성 캐릭터에 대해 한껏 즐겁게 수다를 늘어놨다.

"그 멕시칸 여자가 저였던 걸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뿌듯해했어요. 물론 손미가 제겐 말도 못하게 사랑스런 역이지만, 멕시칸 여자를 연기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후회했을 것 같아요. 특수분장을 해본 게 아예 처음이었는데, 손미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 중 상황에서 억압받고 서러웠던 것들을 분출하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아주 즐거웠어요."

분장 작업에 대해선 더욱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극 중 네오 서울의 순혈 한국인 혜주를 연기한 짐 스터게스는 외형적인 인종 구분이 모호해진 미래의 모습을 단적으로 그려낸 분장으로 시선을 모았다.

"한국인 분장에 대해 감독에게 여쭤본 적이 있어요. 2144년 순혈인간의 모습은 비주얼만으로도 시대를 대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하셨죠. 더 완벽한 동양인으로 분장도 가능하고 CG도 가능했지만 그렇게 안한 건, 어떤 인종인지 모호하게 하고자 했던 의도였던 셈이죠."

분장 기술을 적극 활용한 영화에서 짐 스터게스는 물론 할리 베리와 다른 배우들 역시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는 "배우들이 분장에 대해 설레하고 좋아했다"며 "서로 인종과 성별을 뛰어넘으며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고 셀카를 찍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할리 베리가 옆에서 한참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데 누군지 못 알아본 적도 있어요.(웃음) 짐 스터게스는 제가 알기로 분장 테스트를 유독 많이 했죠. 혜주 역이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다른 동양인 분장을 한 분들보다 더 많이 공을 들였어요. 짐 역시 어떤 모습이 될지 걱정하고 긴장했다고 알고 있어요. 저는 매일 혜주로 분장한 짐의 얼굴을 보니 평소 짐 얼굴이 어색할 정도였죠."

내한 기자회견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도 입증됐듯,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출연진과 스태프들 간의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영화다. 배두나의 연기를 입을 모아 칭찬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과 톰 티크베어 감독은 그를 마치 친 딸처럼 여기며 아껴줬다.

"감독들이 내한 회견을 위해 한국에 오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 혼자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니. 내가 가서 네 옆에 서 주고 싶다. 초청을 안 해주면 자비로라도 가겠다'고. 물론 초청을 받아 왔지만(웃음) 한 영화에서 이런 감독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행복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꿈 같은 일이죠. 매니저도 없이 오디션을 보고 스크린 테스트를 받으면서도 '이상하다.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라고 생각했고요."

할리우드 진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많은 배우들과 달리, 배두나는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를 통해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단 한 번만에 무수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극을 가로지르는 중요한 역할을 따냈고 세계에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국에서야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로 자리를 굳힌 그지만, 할리우드 안팎의 세계에서 단숨에 큰 관심을 받게 된 기분이 궁금했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것에 대해 너무 기쁘고 설???건 오히려 촬영 들어가기 전이었어요. 다행히도 그 때는 '코리아' 촬영 중이어서 작업에 집중하느라 그 설렘을 잘 누를 수 있었죠.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을 때는 오히려 냉정해질 수 있었어요. 촬영 끝나고 개봉하는 건 일련의 과정이었으니 붕 뜨는 기분은 들지 않았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더 치중했죠. 새 촬영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을 다 써 버린 상태였거든요."

인터뷰의 말미,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역사에 기록될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영화에서 한 배우에게 이렇게 많은 역할을 맡긴 것도, 인종과 성별을 뛰어넘어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것도 무척 실험적"이라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작품을 만났다.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을 드러냈다.

"배우, 감독들과 장난처럼 속편 제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물론 팀워크가 좋아서이기도 하죠. 보통 영화 프로모션을 재미없어하는 배우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클라우드 아틀라스' 프로모션이 미국 LA에서도, 베를린에서도, 모스크바에서도 있었는데 배우들이 서로를 만나려고 프로모션에 오고 싶어 하는 거에요. 오랜만에 만나 서로 수다를 떨려고요. 그러면서 '우리 또 한 번 뭉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영화에서 다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을 꾸며 속편을 만들면 어떨지도 이야기했어요. 이런 영화를 만나다니,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지난 2004년 발간과 동시에 각종 문학상을 휩쓴 데이빗 미첼의 베스트 셀러를 영화화했다. 19세기부터 근 미래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스토리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작품이다. 오는 1월9일 국내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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