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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 "'마이웨이' 전쟁영화의 교과서로 만들고 싶다"(일문일답)


[정명화기자] 7년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강제규 감독이 대작 '마이웨이'를 선보였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과 강제규 감독이 다시 만난 글로벌 프로젝트 '마이웨이'는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잘 그려지지 않은 노르망디와 노모한 전투 등을 영화화시키면서 앞으로 이 전투를 영화로 만들 이들에게 교과서가 돼주고 싶다고 한다.

영화는 1938년 경성 마라톤 선수 '준식'(장동건 분)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선수 '타츠오'(오다기리 죠 분)의 우정과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강한 경쟁의식을 가진 두 청년은 각각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기의 라이벌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준식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고 그로부터 1년 후,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 전쟁영화를 다시 연출 하지 않겠다고 했던 강제규 감독은 영화의 원작이 된 시나리오와 다큐멘터리를 보고 피가 뜨거워져 한번 더 메가폰을 잡았다고 했다. 영화는 경성과 시베리아, 노르망디를 오가며 두 남자의 긴 인생 역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노르망디 전투 신은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우리 영화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차별점이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차기작으로 다시 전쟁영화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며 웃는 강제규 감독은 두 인물의 긴 여정이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관객의 가슴에 울림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톱스타들이 출연한 '마이웨이'는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이하 일문일답

-영화 촬영 기간과 작업 기간은 촉박하지 않았나?

"로케이션 작품이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눈이 많이 올지 몰랐다. 한달 정도 일정이 딜레이돼서, 인허가를 받은 기관이 따로 있어서 데드라인에 딱 맞춰 끝났다. 예정대로 포스트 프로덕션을 7개월 정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라트비아에 촬영 철수하고 이틀뒤에 집중 포우가 왔다. 운이 좋았다. 현지 일부 스태프들은 남았는데, 큰 일 날뻔 했다고 하더라."

-위험요소는 없었나?

"날씨 이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제작비가 큰 규모인데도 준비하거나 예산이 소요되는 지점이 많았다. 예산이 다 부족하다. 저예산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예산만큼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있다. 확신과 자신감 없이는 할 수가 없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도 확신이 없으면 할수가 없다. 큰 영화 세편을 만들수있는 예산인데, 처음 접하고 인물의 리얼스토리와 비주얼 등 전체적인 것을 봤을 때 이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는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일본 시장도 있고. 두려움은 있지만, 이런 큰 프로젝트는 확신이 없으면 못 할 것 같다."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에 대한 예상은?

"일본에서의 반응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시나리오를 고쳐 나가면서 30여명의 일본인을 불러서 반응을 조사했다. 일본배우들의 반응은 또 어떤지 계속 체크를 했다. 처음 30여명의 일본인 중 껄끄럽다 불편하다 얘기한 사람은 1명 밖에 없었다. 캐스팅해 나가고 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꼭 필요한 영화다라는 반응이었다. 제국주의에 대한 불편함은 없는지 묻자 영화지 않냐, 그리고 그 시대에는 그랬다라며 일본인들은 시시비비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편집 끝나고 바로 일본에서 시사를 했는데,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다기리 죠 쪽에서도 시사회에 와서 봤는데,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

-예산 400억원 정도로 기획했던 걸로 아는데?

"그쪽에서도 4천만불 얘기했을때 기획을 같이 했던 기획사는 '그걸로 할 수 있겠냐' 라고 했는데, 결국 CJ-SK와 함께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가장 예산이 많이 든 부분은?

"노르망디 장면이었다. 일단 식대를 많이 줄였다."

-배우들 말로는 감독님 방이 좋았다고 하는데?

"방이 좀 깨끗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여관방이 어딨나. 주연배우들이 제일 좋은 방을 주지 않나. 와인이야 좋아하니까 마트에서 세일할 때 사서 와인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촬영할 때는 술을 안 마신다. 와인 한잔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과대포장된 거다."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진일보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의 경험이 충분히 도움이 됐다. '태극기' 하고 나서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정서적 아쉬움은 없었다. 연기자들이 너무 연기를 잘 해줬다. 만듦새에 있어서 감독으로서 아쉬움이 많았다. 전쟁영화 안할거니 공부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는 레퍼런스가 없다. 우리 영화를 교과서로 만들자. 자료가 없으니 답답하더라. 다큐 자료만 가져와서 봤다. 일본이 굉장히 처참하게 참패해서 자료보관이 없었다. 그런 측면을 극복해서 후에 이런 관련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참고하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역사적 고증에 대해 기술적 완성도는 만족스러운지?

"노르망디, 독소, 노몬한, 경성 등 파트를 나눴는데, 고증과 완성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디테일한 장면에 고증력을 높이려고 애를 썼다. 현실보다 극화시킨 부분이 있지만, 전차나 탱크 등 많은 미술들은 고증에 맞게 노력했다. 일본군이 했던 행동양식 등이 있는데 철저한 고증을 했다. 일본 군사 전문가 둘을 불러서 영화를 찍었다. 일본영화보다 더 고증이 잘 됐다고 하더라. 소련, 독일 군사도 다 나오는데, 나중에 그 나라에서 개봉하더라도 자국민이 어색해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와 비교해도 자신있나?

"최근에 표현된 영화가 '라이언 일병'이다 보니 비교가 된다. 우리는 독일군의 시선, 그 영화는 연합군의 시선이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니 공습이 떨어지고 함포가 쏟아지는데 대한 공포감을 표현하는 것이 '라이언'과는 분명 다를 거다. 전방위적으로 쪼여들수있으니 비주얼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동건이라는 배우를 선택한 이유?

"장동건은 배우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후배임에도 존경한다. 인격적으로나 배우로서의 자세가 한결같고 변함이 없다. 감독이 재료로 쓰기에 아주 좋은 배우다. 감독이 참 선호할 수 밖에 없는 배우다. 그럼에도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시나리오를 손을 대고 연출을 하기로 했을 때는 하자고 권했다. 제 뇌리 속에 노르망디에 마지막에 있는 장면에는 장동건이 떠올랐고, 맞는 배우를 쓰고 싶었다."

-오다기리 죠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그 친구는 정말 연기를 잘 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마이웨이'를 하기로 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였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의 결합이 너무 짜릿핶다. 가장 적확한 캐스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해온 연기의 유형, 장르와는 다른 작품이라 오다기리 조도 갈등을 많이 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불편함이 컸을텐데 선택을 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감독으로서는 120%라고 생각한다."

-신혼인 두 배우에게 원성을 샀을 것 같다?

"일본에 갔다 올때마다 오기 싫었다고 하더라. 일본은 값진 것보다 작은 선물을 많이하는 것 같다. 오다기리 죠가 일본 갔다 올때마다 선물을 많이 사왔다."

-오다기리 죠의 사인 논란에 대해 변명을 해준다면?

-이 친구를 너무 잘알아서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난기가 너무 많다. 평소 진지한 얘기 1개에 농담 9개를 한다. 매니저 흉보고 흉내내고 장난스러움과 캐릭터를 알면 그런 장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텐데, 일반인은 모르니까 오해할 수 있다. 이 친구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해서 되게 놀란 것 같다.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고. 의도성을 가지진 않았을 거다. 아마 촬영당시에도 유사한 상황은 충분히 있었을거다. 장난꾸러기다."

-판빙빙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다?

"아마 중국 개봉할 때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웃음). 멜로라는 정서가 동화가 잘 되는데, 두 남자의 딱딱한 면을 이끌어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쉬라이를 넣었는데, 두 주인공 남자의 정서를 침해하게 되고 여자 이야기를 끌고갈 자신이 없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더라."

-적은 분량에 대해 판빙빙 측은 괜찮다고 했나?

"역할이 적다고 했을 때 시나리오 보기 전에 하겠다고 했다. 신뢰의 문제였던 것 같다. '쉬리'나 '태극기'를 봤고 신뢰를 했던 것 같다. 촬영할 때 '저는 죽지 않을거에요. 죽는 신 찍을 때는 안나오겠다'라고 매일 말했는데, 결국 포기했다."

-영화 캐스팅 초반 손예진 출연 얘기가 있었는데?

"여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 남자와 한 남자의 얘기로 끌고 가자 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손예진에게 제의했을 때 구두로 하기로 했는데,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나니 전형적이고 상투적이더라.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예진아 미안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라고 했다."

-김인권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한국에서 공백이 있다보니 최근 영화를 다 봤는데, '해운대'를 보고 김인권이 눈에 들어왔다.전작이 가진 문제를 보니 내 영화에서 빛나는 조연에 대한 갈증이 있다. 맛있는 지점이 부족한 것 같아서 그 여백과 공백을 메꿔주기에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도 격찬의 소리가 계속 나왔다."

-한국영화 시장 상황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이를 위한 탈출구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이 너무 급변하고 감독이나 배우가 다양하게 장기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다양한 연기자와 다양한 기회가 갔으면 한다. 영화계에 여러 상황들이 좋아져야 한다. 제작이 활성화되면 동참하는 배우나 감독도 늘어나지 않겠나. 한국영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왔고, 점유율 50%가 됐을때 포화상태는 시작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40%로 떨어지고 있고, 더 떨어질거다. 대안이 필요하다. 프랑스가 그런 지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내수 시장이 크고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 불안정한 시장이다. 미래에 중국과 일본 영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방심하면 더 떨어질 것. 일본이든 중국이든 케이팝과 드라마는 되는데 영화는 주춤하다. 시발점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소재, 여성들이 선호하지 않은 장르라는 단점이 있다?

"그런 부담은 분명히 있었다. 단순히 '블랙 호크 다운'처럼 전투나 전쟁이 위주가 됐다면 여성이 불편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여정을 그린다. 여정 속에서 두 인간들이 부딪히고 하나가 돼 가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 단순한 전투나 전쟁의 문제가 아니라 여정을 가져가는 것, 캐릭터가 녹아있는 전투는 관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자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여자와 남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가자 싶었다."

-'마이웨이'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는?

"마라토너라는 설정을 준 것, 파란만장한 1만2천km의 여정은 원치 않은 마이웨이다. 42.195를 달려야 했던 진정한 마라토너였고 그것은 자신의 마이웨어였다. 친구를 위해 다시 뛰어주는 것이 또 다른 마이웨이의 탄생이다. 그런 입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이웨이가 아닐까 싶다."

-어떤 것에서 소재를 찾고 끌리는지?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 대립적 구도의 인물이 어떻게 변화해갈까 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표현할건가. 전쟁영화를 할때 왜 사람들이 전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해가 부족하고 남을 이해하지 않는것 나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도 역사적으로 미묘한 위치에 있는데, 한국인은 일본을 어떻게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독도, 교과서 얘기 하는데 반목하기만 하고 있지 않나. 이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수있지 않을까. 시대가 인물들을 이렇게 데려가는게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쟁이라는 틀에서 보면 미움이라는 것에 대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뒤에는 시기와 질시, 미움이 있다. 결국 인간을 용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시기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태극기'에 이어 내놓았는데?

"의도한 바는 없다.내 생각이 그렇게 표출된 것일 뿐이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모두 우리 민족이다. 윗선에서 강제징집 부분을 삭제하면 지원해주겠다고 하는데, 그거에 맞췄으면 몇십억은 지원받을 수 있었을거다.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이분법적으로 보니 너무 건조하다. 일본도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전쟁영화? 그것은 너무 가혹하다. 공백도 길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그 시기를 최소화시켰으면 좋겠고 다른 장르를 선택하고 싶다. 한국, 일본, 중국과 유럽 개봉 일정이 나와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차기작 프로젝트를 정하고, 2013년에는 촬영에 들어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강제규를 잊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이면 잊을만도 하지 않나(웃음). 사회가 성숙할수록 다양한 영화들이 필요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 연령대에서 뿜어낼 수 있는 사회적 통찰, 역사적 혜안이 버무려져서 영화가 나온다. 교육수준과 문화적 욕구가 높아지고 평균 연령도 높아진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지금보다는 다극화, 다양화, 다연령화돼야 한다. 그동안에는 너무 십대, 20대에 편중돼 있었다. 앞으로는 변화해 나갈 것이다. 조기 퇴역하는 영화감독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저 스스로도 도태되지 않는 감독으로 남아야 할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SF와 멜로에 갈증을 갖고 있었다. 미국과의 지향하는 지점에 차이가 있어서 순조롭게 진행이 안됐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그런 걸 하고 싶다."

-미국 CAA와의 계약은 만료된 건가?

"CAA는 계약서를 만들지 않는다. 에이전시 역할을 하면서 작품에 들어갈 때 정식 계약서를 쓴다. 김지운이나 박찬욱 감독처럼 작품을 시작해야 계약서가 생긴다는 거다. 아직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계약서는 없다. 미국처럼 넓은 곳에서는 감독에게도 에이전시가 필요한 것 같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거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데, 그 시소게임을 3년을 한거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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