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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여전히 '박하사탕'을 최고작으로 꼽는 이유


재개봉 맞아 GV 참석해 팬들 만나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설경구가 초기작 영화 '박하사탕'의 작업 중 느낀 부담의 무게를 고백하며 여전히 자신의 대표작으로 이 영화를 꼽고 있는 이유를 알렸다.

24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제작 이스트필름)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개봉을 맞아 이창동 감독, 배우 설경구와 김여진이 참석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박하사탕'은 생의 막장에 다다른 한 중년 남자의 20년 세월을 7개의 중요한 시간과 공간으로 거슬러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김영호의 20년 삶을 관통하는 80년 5월 광주의 트라우마를 통해 개인의 삶을 추동하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주목한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는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1999)으로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등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배우 설경구, 문소리를 발굴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극의 주인공 김영호는 충무로가 설경구라는 혜성 같은 배우를 주목하게 만든 캐릭터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아 신인에 가까웠던 설경구는 '박하사탕'의 주인공 역에 선뜻 뛰어들지 못했다. 이날 그는 당시 겪었던 고민에 더해 촬영 중 이창동 감독에게 사과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설경구는 "출연 결정을 쉽게 못했다. 무서운 영화라 쉽게 발을 못 뗐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여러 사람 인생 망칠 것 같더라"고 당시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이어 "'박하사탕' 때는 문소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름 없는 무명 배우였다. 김여진이 유명했다"고 덧붙였다.

연기력은 출중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신뢰도는 낮았던 두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한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두고 설경구는 "감독이 참 큰 모험을 했다. 운 좋게 천운을 받아 캐스팅이 됐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하사탕'의 주연을 꿰찬 것이 설경구에게 마냥 행복의 시작은 아니었다. 설경구는 "촬영을 하면서는 너무 괴로웠다. 매 챕터 다른 인물 같아 고통 속에 하루 하루 너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촬영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감독을 쫓아갔다면 촬영을 시작하고는 감독 뒤로 다녔다"고 말을 이어 간 설경구는 "인사하기도, 눈 마주치기도 싫더라. 너무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박하사탕'은 여러 챕터로 주인공 김영호의 삶의 궤적을 쫓는 이야기다. 순서대로 촬영된 작업에 참여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설경구는 다섯 번째 챕터 작업 중 겪었던 큰 고민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촬영 중 난데없이 감독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을 만큼 버거운 무게감을 느끼게 한 영화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시간은 설경구로 하여금 '박하사탕'을 데뷔 후 내내 대표작으로 꼽게 만든 이유가 됐다.

설경구는 "챕터5에서 고문 장면을 찍을 때 점심을 먹고 나서 도저히 이 말을 안하면 나머지 두 챕터를 못 찍을 것 같아 감독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죄송하다'고, '저는 하느라고 하는데 이정도밖에 안 된다'고, '감독이 원하는 건 더 큰 영호일텐데 나는 이것밖에 안 된다. 이게 내 최선이라 죄송하다'고 사과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로 내게 힘든 영화였다"고 말한 설경구는 "그 이후 내가 일을 하면서 대표작이 뭐냐고 할 때 늘 한 말이 있다. (지금도) '박하사탕'이고 앞으로도 '박하사탕'이라고, 어떤 영화를 찍든 '박하사탕'일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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