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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카모메 식당'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신작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어린아이와 어른 여성의 옷이 함께 걸린 빨래건조대, 널브러진 물건들, 편의점 삼각김밥 봉지가 쌓여있는 쓰레기통. 의자에 홀로 앉아 또 다른 삼각김밥을 뜯어 먹는 어린 여자아이. 밤이 되자 집에 돌아온 여성은 아이를 등지고 잠을 잔다. 아이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첫 부분부터 엄마와 딸의 관계를 몇 장면으로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먹먹함이 더욱 더 밀려오는 영화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수입 (주)엔케이컨텐츠, 배급 (주)디스테이션)는 엄마가 또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아 11살 토모(카키하라 린카 분)가 홀로 남겨지면서 시작된다. 외삼촌 마키오(키리타니 켄타 분) 집으로 가게 된 토모는 그곳에서 린코(이쿠타 토마 분)를 만난다. 예쁜 외모이지만 큰 골격, 저음의 목소리는 토모가 봐온 여성과 조금 다르다. 토모는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금세 알아챈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이와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껴안고 사는 성소수자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는 민감하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담담히 그리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성소수자 린코의 시각이 아닌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토모의 시선을 따라 극이 진행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학습된 토모는 린코의 큰 사이즈의 가슴을 보고 흠칫한다. 하지만 린코의 진심에 토모의 편견은 균열되고 무너진다. 토모는 편의점 삼각김밥이 아닌 따뜻한 음식과 깨끗하게 정돈된 이부자리에서 린코의 진심을 느낀다. 어느새 이들은 서로의 진심을 털실처럼 엮기 시작한다.

진심을 엮은 뒤 토모는 린코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기 시작한다. 성소수자 린코와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친구의 엄마에게서 주의를 받는다. 아동보호단체에서는 토모가 학대당한 건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를 조사한다. 토모는 이 상황을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린코를 바라볼 뿐이다. 호적을 바꾸지 못해 남성만 있는 병실에 있게 된 린코를 보며 대신 울분과 울음을 참지 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영화는 11살 토모의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토모는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경험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린코를 만나기 전, 같은 학교의 성소수자 친구를 피해다녔던 토모는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손을 내민다. "엄마는 내가 큰 죄를 지었대"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엄마도 틀릴 때가 있다"고 답하며 위로한다. 상처 받은 사람을 보듬어줄 만큼 토모는 성장해간다.

영화는 분노를 또 다른 분노로, 아픔을 또 다른 아픔으로 응징하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프고 슬픈 마음을 뜨개질로 한땀 한땀 삭이는 린코. 그는 '번뇌'를 뜨개질에 쏟아부으며 슬픔과 아픔에 대처한다. 어느 순간부터 토모는 린코처럼 분노와 슬픔을 털실을 엮으며 차분히 마주한다. 토모가 린코에게서 배우는 또 다른 점이다.

또한 영화는 엄마와 자녀의 관계를 잔잔하고 묵직하게 표현한다. 아이를 방치할 만큼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토모의 엄마. 중학생이던 린코에게 솜뭉치를 넣어 가슴을 만들어주는 린코의 엄마. 아들의 성(性)적 성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또 다른 엄마. 엄마와 자녀 간의 관계도 결국 "인간 대 인간"이라는 린코의 차분한 말과 함께 엄마의 다양한 군상이 아이의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잘 알려졌듯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영화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등을 각본·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이다.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지만 전작들에서 선보인 자연스러운 흐름, 잔잔한 여운, 따뜻한 시각과 연출 방법은 그대로다. 특히 린코 역을 맡은 배우 이쿠타 토마는 인생작으로 불릴 만큼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고 토모 역을 맡은 아역배우 카키하라 린카는 장래가 기대되는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덧붙여,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파노라마 섹션 테디심사위원상), 제19회 우디네극동영화제(관객상·비평가상),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관객상)에서 수상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지난 16일 개봉,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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