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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넷플릭스 '워머신', 새로운 '전쟁의 광기'


코믹으로 시작해 진지한 물음으로 끝맺어…오는 26일 개봉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본문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글렌의 다른 점은 현실을 외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광기라고 한다."

'전쟁의 광기'는 피 튀기는 잔혹한 모습에만 있지 않다. 전쟁 자체를 즐기는 '전쟁광' 지도자에게만 있지 않다. 선량한 의도를 가진 전쟁 지휘자의 현실 외면 능력에도 전쟁의 광기는 있을 수 있다. 영화 '워 머신'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본 적 없는 이런 전쟁의 원인을 쫓아간다. 새로운 전쟁 영화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청담 CGV 오후 '워 머신'(감독 데이비드 미쇼, 제작 넷플릭스, 플랜B)의 시사회가 열렸다. '워 머신(War Machine)'은 고(故) 마이클 헤이스팅스 기자의 '오퍼레이터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거칠고 무서운 인사이드 스토리'를 각색해 제작됐다.

영화는 4성 장군의 위치까지 오른 글렌 맥마흔(브래드 피트 분)이 나토(NATO)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발령이 나면서 시작한다. 전쟁 승리로 자신감에 가득찼던 글렌. 하지만 결국 저널리스트의 거침없는 폭로로 무너지고 만다.

'다른' 전쟁 이야기

영화 제목에 '전쟁(war)'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전쟁을 하는 부분은 고작 얼마 되지 않는다. 작품은 '전쟁(War)' 영화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 답은 영화 전체의 제목, '워 머신(War machine)'에 있다. 이 단어는 '전쟁을 발발시키고 진행시키는 거대한 메카니즘'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는 전쟁에서 상부의 야심과 성급한 결정, 그에 따른 결과를 꼬집는다. 전쟁 지휘자의 야심차고 성급한 결정과 전장의 군인들, 더 나아가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희생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다.

주인공 글렌은 자신의 이상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그는 "전쟁에서는 감성과 지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전쟁으로 지친 자신의 부하들을 다독이는 장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전쟁에서 평범한 옷을 입은 반란군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란군보다 우리가 낫다고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전쟁을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이 넘치는 전장 지휘자다.

하지만 영화는 글렌의 이런 신념 가득한 사고에 의문을 던진다. 실제 전쟁에서는 동료가 옆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곳에서 , 주민인지 반란군인지 구별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도 '감성'이 떠오를 수 있을까. 영화 속 유일한 전쟁 장면 중 하나에서, 그의 부하는 결국 주민을 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글렌의 이상과 신념은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현실'에서도 어긋난다. 글렌은 주민들에게 "반란군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 왔다" "여러분의 미래를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말이다.

상반된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

'워 머신'은 코미디로 시작해 진지한 물음으로 끝난다. 극과 극의 영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는 힘은 브래드 피트의 힘이자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능력이다.

브래드 피트는 처음에는 코믹하지만 결국 무너지게 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엉거주춤하면서 허세가 가득한 걸음걸이, 반쯤 감긴 듯한 오른쪽 눈, 신발을 닦는 솔로 다듬은 백발. 백미는 반바지에 양말을 신은 모습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글렌의 이런 모습은 급격한 변곡점을 맞는다. 코믹스러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인물이 틸타 스윈튼이다. 그녀는 자신의 전쟁 이념을 설득하려는 글렌에게 일격을 가한다. 글렌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지휘자로서 적절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는 단지 주인공 글렌만을 비판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글렌의 전쟁 신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던 관객들에게도 날리는 일침이다. 여기에서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쟁의 광기는 전장 지휘자의 아름다운 이상, 선량한 신념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

탁월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와 데이비드 미쇼의 연출력으로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 전과 다른 분위기로 돌변한다. 영화 초중반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전쟁의 참혹한 모습과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글렌의 모습이 빠르게 이어진다. 글렌에 편에 섰던 관객들이 그를 한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글렌은 결국 미국의 가십 잡지 '롤링스톤'의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곳에서 글렌과 그의 측근 부하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긴장감 속에서 술을 진탕 마시며 유흥을 즐기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글렌은 전장 지휘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가 자신의 문제점을 깨달은 건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영화가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영화에 드러난 전쟁은 현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던지는 물음은 현실에서 유효하다. '무엇이 전쟁의 광기를 만드는지'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다.

러닝타임 122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오는 26일 넷플릭스 공개.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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