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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옥자'가 한국에서 제작되지 않은 이유(종합)


"넷플릭스의 지원 덕에 지금의 '옥자' 만들어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한국이 아닌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된 배경부터 '옥자'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까지, 1시간30분을 꽉 채워 열띤 설명을 이어갔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한국 취재진 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동물 옥자의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자, 미자는 할아버지(변희봉 분)의 만류에도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이 처음으로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설국열차'로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을 쌓은 봉 감독은 넷플릭스와 함께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 세계 영화계에서도 두터운 지지를 얻어 온 그의 선택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도 종종 이슈로 다뤄졌다.

봉준호 감독은 "500억 원이 넘는 부담스런 예산 탓에 한국 투자사와는 처음부터 접촉하지 않았다"며 "전체 한국영화 산업에서 돌아가는 돈이 있는데 내가 하면 동료, 후배 감독들의 50~60억짜리 영화 10편이 스톱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국열차' 때도 후배 프로듀서로부터 '민폐 말고 미국 가서 하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옥자'는 동료 선후배들, 전체 산업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외국 투자자들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미국의 투자자들이 거대 예산, 과감한 소재의 '옥자' 프로젝트를 있는 그대로 실현시키려 하진 않았다. 예산이 위험 요인이 되거나, 이야기의 방향이 문제가 됐다. 특정 관람 등급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수정하길 바라는 회사도, 극 중 충격을 안길 만한 장면들에 제동을 거는 곳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는 이 영화가 원하는 예산도 제공하고 시나리오도 글자 하나 고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도 좋고, 피가 철철 넘치는 영화도 좋다더라"며 "이런 큰 예산의 영화를 100% 자유를 가지고 연출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극장 산업과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 간 갈등에 대해선 "배급 형태로 갈 때는 여러 논란이 있고, 기존 극장 산업과 스트리밍 산업이 오픈 마인드로 타협해야 하는 면이 있지만 적어도 창작자들에겐 좋은 기회"라며 "노아 바움벡도 넷플릭스와 작업했고 토드 헤인즈도 아마존과 작업했다. 창작자들에겐 (새 플랫폼과의 작업이) 좋은 기회이니 긍정적으로 본다"고 바라봤다.

이어 "넷플릭스가 끝까지 그런 비전을 바꾸지 않고 100% 지원해줘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며 "만약 넷플릭스와 하지 않았다면 '옥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공장식 동물 교배와 야만적 도축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라면 인간이 동물을 먹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물도 동물을 먹지 않나"라며 "단지 지금의 형태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량 생산을 위해 생긴 거대한 공장형 도살장(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에 거쳐 인류가 고기를 먹었지만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 인류가 고기를 먹는 방식은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지금은 애초부터 먹히기 위해 배치되고 키워지는 동물들이 공장 시스템의 일부가 돼서 고통 속에 자란다. 금속 기계 속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분해된다.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그런 것이 영화의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옥자'의 배우들은 칸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감격어린 소감을 알렸다. 영화제에서 '옥자'를 첫 공개한 소감을 묻자 미자 역 안서현은 "어제 칸에서 옥자가 처음 보여졌는데, 극 중의 미자 입장에서 10년 간 애지중지 잘 키운 옥자를 보여드리는 느낌이었다. CG인 옥자가 아니라, 내가 진짜 키우는 옥자를 보여드린 느낌이다. 미자 입장에서 보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 방문한 변희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꿈을 갖지도 않았었다"며 "꼭 벼락 맞은 사람 같다. 마치 뭐랄까,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감격을 전했다.

이번 영화제 참석은 변희봉에게 나이를 뛰어넘은 열정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는 "가장 내 머릿속에 남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닌지 기대감도 생겼다"며 "힘과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두고 봐 달라. 이 다음에 뭘 또 조금 할지 기대해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련다"라며 여전히 뜨거운 연기 열정을 언급했다.

스티븐 연은 동물 권리 보호 활동가 그룹 ALF의 멤버 케이 역을 맡았다. ALF는 미자와도, 미란다코퍼레이션과도 다른 그들만의 목적을 위해 옥자를 구출하려 나서는 집단이다. 극 중 케이는 그룹의 2인자로, 실제 스티븐 연처럼 재미교포다. 더듬더듬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물로, ALF와 미자 사이의 대화를 통역한다. 열정은 있지만 다소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어 종종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이번 작업에 대해 "아주 영광이다. 봉준호 감독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돼서 놀랍다"며 "너무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는 굉장히 개성 강한 인물"이라며 "사실 재미교포 캐릭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봉준호 감독은 내게 이런 캐릭터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이렇게 구체적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편 '옥자'는 오는 6월29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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