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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 "악녀 타이틀? 조급하지 않아요"(인터뷰①)


"열일하는 배우? 연기에 대한 갈증 컸다"

[이미영기자] "센 캐릭터요?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변신할래요."

유인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 그리고 악녀다. '센 캐릭터'로 각인됐다.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왜 없을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유인영의 다른 색깔이 발견된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하 굿미블)에서 윤마리 역으로 열연한 유인영을 만났다. 조근조근한 말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드라마 속에서 보던 화려한 그녀와 거리가 멀었다. 유인영은 "노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찍 자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FM 스타일이다"고 웃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그야말로 극적인 드라마였다. '태양의 후예'와 맞붙는 비운의 편성으로 시청률 3%로 출발, 결국 수목극 1위를 꿰찼고 자체최고시청률(9.9%)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높았다가 떨어지면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인데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서 최고점을 찍고 끝나서 다행이예요. '태양의 후예'가 너무 잘돼서 오히려 부담감은 없었어요. 비등비등해야 경쟁심이 생기는데 그런 마음이 안 생겼어요. 아예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태양의 후예'는 보지 않았어요. 일말의 자존심을 지켰죠(웃음)."

드라마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반전 스토리가 거듭됐다. 유인영이 연기한 윤마리도 어찌보면 반전 캐릭터였다. 그 어느 캐릭터보다 변화의 진폭이 컸다. 극 초반 두 남자 이진욱과 김강우의 사랑을 받는 그녀는 털털하고 밝은 매력녀였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으며 비련의 여인이 됐고, 중후반부 들어서는 복수를 꿈꾸며 어둡게 변했다.

유인영의 변신은 여러모로 새로웠다. 밝은 유인영의 모습이 낯설다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호불호가 갈린 평가를 지켜보며 속상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저도 변신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 욕심을 갖고 했어요. 어색하게 받아들이거나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속상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기존에 생각하는 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아예 지워주지 못한 건 속상하죠. 그래도 나중엔 그 갭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다가간 느낌으로 만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리에 대한 애정이 컸다. 착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마리가 시청자들에게 '배신녀'로 불리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에 마리가 마이너스 된 부분이 있어서 속상했어요. 굉장히 착한 친구인데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얄밉고 못된 캐릭터로 느껴질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선재를 기다리겠다고 한 마리의 엔딩이 마음에 들었어요. 마리가 나쁘게 그려지는게 싫었거든요. 선재는 선재대로, 마리는 마리대로 끝났으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실제 유인영은 악녀 캐릭터가 저절로 연상될 만큼 다양한 악녀 역을 맡아왔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의 라이벌인 악역 한유라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후 SBS '가면'과 KBS2 '오 마이 비너스'까지, 지독한 악녀와 얄미운 캐릭터를 오갔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인 '악녀' 연기만 했던 건 아니다. 조금씩 변화를 줬고, 다른 느낌을 안겼다. 억지스러운 변화로 역효과를 일으키긴 싫었다.

"예전엔 악녀 이미지를 떨치고 싶었어요. 한 가지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초반엔 '나는 왜 이런 캐릭터만 해야 하지. 착한 역할 하고 싶은데' 그랬어요. 아예 다른 것도 찾아봤죠.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까 '갑작스럽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역효과도 날 수 있겠구나' 했죠. 조급하지 않고 싶었어요."

굳이 주조연을 가리지도 않았다. 개성 강한 캐릭터라면 짧게 등장해도 좋았다. '기황후'는 당초 4부 특별출연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오래 시청자들을 만났다. 마음을 열고 작품을 만나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

유인영은 "30대가 되고 난 뒤부터 달라졌다. 예전엔 내 탓을 하고 작품을 무턱대고 기다렸다면,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비중이 크든 작든 나한테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출연했다. 공부도 되고 좋았다"고 말했다.

유인영은 '열일'하는 배우다. '가면' '오마이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고, 영화 '베테랑'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도 남겼다.

"목마름이 컸어요. 제 스스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 발버둥을 치고 있었죠. 대중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으니 이제 조금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타이밍에서 잠시 재정비를 할 생각이예요."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끝낸 유인영은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과 여행, 계획표를 짜느라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유인영은 그러면서 "한 달쯤 지나면 일한다고 하고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일 욕심 많은 유인영의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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