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아역 아닌 여배우, 17세 신예 지우를 만나다(인터뷰)


영화 '설인', KBS 시트콤 '일말의 순정'서 활약

[권혜림기자] 올해로 17세인 지우는 또래의 청소년 연기자들과는 뭔가 다른 '포스'를 지닌 배우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소녀만의 투명한 표정이 덧입혀진 얼굴은 특히 그렇다. 배우 강혜정의 20대 초반 모습을 꼭 빼닮은 그는 외모뿐 아니라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도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한석규·김혜수 주연의 영화 '이층의 악당'을 시작으로 영화 '가족시네마'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지우는 KBS 시트콤 '일말의 순정'과 함께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설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는 황정민과 부녀 호흡을 맞춘다. 그야말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삐 오가는 신예 스타의 탄생이다.

지난 13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아역 배우라기엔 벌써부터 여배우의 아우라가 물씬 풍기는 지우를 만났다. 시트콤 촬영이 한창이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우는 해사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작은 얼굴 속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엔 눈을 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녹아있었다.

시트콤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그에게 전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았는지 묻자 "드라마 촬영 외에는 외출을 할 시간이 없어 아직은 전혀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개봉작 '설인'과 지난 2012년 선보인 '가족시네마'에서 연기가 인상깊었다는 말에는 겸손하게도 고개를 크게 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설인'에서 아빠를 찾아 설산을 찾은 소녀 안나 역을 맡은 지우는 성인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지난해 2030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가족시네마-E.D. 571'에선 커리어우먼 선우선의 생물학적 딸로 분해 반항기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폭발하는 연기는 오히려 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잔잔한 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사가 많지 않았던 '설인'이 어려웠고요. '일말의 순정'엔 로맨스가 있는데, 처음 연기하는 감정이기도 하고 경험도 없어서 어렵더라고요."

아직 가슴 아픈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웃어보인 지우는 "친한 친구들과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남자 친구를 좋아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지금은 학교와 촬영장만 오가고 있으니 책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 체험으로라도 연애 감정을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연기하려니 잘 모르겠더라. 그런 점에서 연애는 꼭 해 봐야 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설인'은 신예 이사무엘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완성한 영화다. 미스터리한 존재 설인을 소재로, 설산의 외딴 모텔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지우는 "함께 작업한 이사무엘 감독과 선배 배우 김태훈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딱 17세 소녀다운 눈빛이었다.

"감독님은 무척 순한 성격을 지니셨어요. 언제나 조근조근 말씀하시고, 안나라는 캐릭터에 대해 메일로 설명해 주시기도 했어요. 함께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 분석도 많이 했고요. 사실 저는 '설인'이 조금 어려웠거든요. 감독님과 태훈 삼촌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지우는 생각지도 않은 우연한 기회에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가야금을 배우며 국악의 길을 생각했지만 열네 살, 영화 '이층의 악당'에 출연한 뒤 배우의 길로 꿈의 방향을 틀었다. 첫 영화를 함께 한 대선배 한석규와 김혜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우의 입에선 존경 섞인 칭찬이 쏟아졌다.

"한석규 선생님은 정말 젠틀하고 멋지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드러운 모습 그대로시더라고요. 배려도,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김혜수 언닌 제 롤모델이에요. 인간적인데다 정말 똑똑하세요. 자기 관리도 잘 하시는데다 책도 많이 읽으시고요. 첫 인상은 시크하지만 어린 저를 정말 예뻐해주셨어요."

'설인'에서 호흡을 맞춘 김태훈과는 나란히 사람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더욱 두터운 친분이 있다. 지우가 사람엔터테인먼트를 소속사로 택하게 된 데에는 영화 촬영 중 인연을 맺은 김태훈의 영향이 컸다. 김태훈과 지우는 '일말의 순정'에서 철없는 아빠와 어른스런 딸로 분해 함께 연기하고 있다.

"'설인'에선 김태훈 삼촌을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했더니 싫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설인'에 이어 '일말의 순정'도 같이 하니 정말 좋아요. 한 번은 시트콤 촬영 중에 '아빠'를 '오빠'로 잘못 말한 적이 있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고 혀가 꼬여서 그런 건데, 그 순간 함박웃음을 지으셨어요."

한석규, 김혜수, 김태훈에 이어 지우와 호흡을 맞춘 베테랑 배우는 황정민이다. 지우는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황정민의 사춘기 딸 역을 맡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연이어 연기력 출중한 선배들과 함께 작업한 지우는 황정민에 대해서도 "실제론 무척 귀여우신 분"이라며 "현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함께 게임도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180도 달라지시더라. 저 역시 함께 연기한 장면만 봐도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고 쉼 없이 칭찬했다.

데뷔 초 지우를 따라다닌 '제2의 강혜정'이라는 수식어는 당사자에겐 기쁨이자 부담일 법하다. 그러나 그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 언니를 봤는데 너무나 예쁘고 매력있더라"며 "닮았다는 말을 들어 기뻤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저만의 모습 역시 가지고 싶다"며 "나이를 먹으며 얼굴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이 신예에게 꼭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 물었다. 전혀 망설임 없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속 후지이 이츠키 같은 역"이라는 답이 나왔다. "풋풋한 로맨스가 있는 역할에 끌린다"며 "물론 여러 가지 연기를,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똑똑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일상 생활을 놓치고 싶지는 않고요. 지금은 학생이니, 연예계 생활에 익숙해지기보다 친구들과 만나는 데서 재미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부도, 연기도,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때묻지 않은 신예의 샛별같은 눈망울이 곱게 반짝였다.

한편, 2013년 이사무엘 감독의 '설인'과 김승현 감독의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를 내놓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세 편의 실사 영화와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해 선보여 왔다.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과 충무로 스타 이제훈을 발견해낸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역시 이 섹션을 통해 빛을 봤다. '설인'과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지난 14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아역 아닌 여배우, 17세 신예 지우를 만나다(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