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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인터넷 '이안'에 마녀사냥 있다


[조이에세이]

13일 오전 각종 인터넷 포털 인기검색어 순위에 '이안'이라는 이름이 올라왔다.

가수 이안이 순식간에 인터넷 검색어 1위가 된 이유는 12일 밤 EBS에서 방영된 생방송 토론카페 '알파걸, 남성을 넘어서는 여성인가’'편에 출연해 최근 군대발언으로 유명해진 전원책 변호사와 토론 중 전 변호사의 개인신상을 가지고 그의 화를 돋우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이날 여성부 폐지론과 군가산점제 부활 등 자신이 평소 견지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듣고 있던 이안은 전 변호사가 "여자들은 6시가 땡 치면 칼 퇴근 한다"고 말하자 "꼭 남아서 일을 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고 이어 "자식 있으시냐"고 물었던 것.

전 변호사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고 답하자 이안은 가볍게 손바닥을 치며 "진짜요? 그러니까 이러시는 구나 우리 아버지였으면 정말..."이라며 웃음끝에 말끝을 흐렸다.

이안의 말에 전 변호사는 안색이 달라지며 "방금 말씀하신 것은 정말 옳지 못한 토론 태도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는가. 남의 가족사를 말하면서 ‘그래서 그렇구나’라니. 그것은 정말 예의를 잃은 말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안의 이런 발언은 13일 오전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오후부터는 인터넷 각종 게시판에 이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며 흡사 마녀사냥과 유사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는 매체들의 경마식 보도가 한 몫 했다.

애초 '이안의 구설수' 정도로 보도되었던 관련기사 제목은 차츰 '이안 막말','상식밖의 토론태도','막말 물의 가수'로 확대되어 갔고 '네티즌 뭇매', '네티즌 분노' 등의 기사로 이안은 하루아침에 네티즌들의 공적이 되었다.

이안의 발언이 이처럼 일파만파로 네티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 변호는 지난7월 초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에 나와 군대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전변호사는 남성들에게 예민한 문제인 군제대가산점의 부활을 역설하며 남성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여길만한 발언을 했다. 이후 전 변호사는 호통개그의 달인 박명수의 별명을 빌어 '전거성'이란 별명까지 생기며 유명세를 탔다.

이안의 발언이 문제된 EBS '토론카페'의 전후를 보면 전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성차별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혜택을 받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안은 이런 전 변호사의 발언에 반론을 폈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전 변호사에 대해 '딸을 가진 아버지라면 그렇게 말씀 하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전 변호사의 결혼과 자녀 여부를 물어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안의 발언이 불임부부의 고통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게 부모가 계시냐고 물은 뒤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하는 상대에게 '부모님이 없어서 그렇구나'는 식의 조롱과 무엇이 다르냐는 논리로 이안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인터넷에서 또 다른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미 이안의 개인 홈피는 이안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의견들로 가득 찼다. 이 중에는 차마 옮기지 못할 욕설도 많이 실렸다. 그리고 이안이 마치 작심하고 그런 것 인양 오도하는 의견들도 보인다.

EBS측에 따르면 이안은 토론 이후 전원책 변호사와 토론 중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웃으며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 또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마련인데 이런 것 하나로 가수가 매장당한다면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시청자와 네티즌이 과열 반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듯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던 일이 네티즌들의 입소문과 일방적인 비난 속에 마치 이안이 공공의 도덕성을 해치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 인양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이제 우리 사회의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공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공공의 장에 오르는 사람들 가운데 순식간에 영웅이 되거나 공공의 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뭇 일방적인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로 한 개인이 삶이 매도 되거나 파탄 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그 개인의 삶은 과연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그런 희생자를 만들어 내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안의 발언과 그에 따른 파장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끓어오르는 이안에 대한 일방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보면서 얼핏 중세 마녀사냥의 광기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기 그지 없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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