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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정소민 "지호처럼 저도 터널 지나왔죠"(인터뷰)


"운명처럼 만난 작품, 2017년 고마운 한 해"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배우 정소민이 이렇게 사랑스러웠던 배우였던가. '아버지가 이상해'와 '이번생은 처음이라'로 정소민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잔잔한 멜로와 달달한 로코까지, 뻔하지 않은 연기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연속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2017년이었다.

배우 정소민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에서 드라마 보조작가이자 남세희(이민기 분)와 계약결혼 한 서른살 윤지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소민의 표정은 밝았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꾹꾹 담아냈다. 그는 "허한 마음이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또 있을깍' 싶을 만큼 좋았다.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분들과 작업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KBS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종영 후 곧바로 '이번생은 처음이라'에 승선했다. 호흡이 길었던 주말극 이후 한동안 쉬고 싶었다던 정소민은 '이번생은'을 시놉을 보고 끌렸다고 했다.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도 표현했다.

"무조건 쉬려고 했어요. 너무 소모가 많이 됐기 때문에, 채우지 않고 들어가는게 위험할 수도 있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썩 반갑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상태이기도 했죠. 그런데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시놉이 너무 재미있었고 안할 수가 없었어요. 대본과 감독님을 믿고 나를 던졌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생은 처음이라'(극본 윤난중, 연출 박준화)는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윤지호(정소민 분)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 분)가 한 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로맨스 작품. 정소민은 결혼 후 남세희와 사랑을 시작하는 윤지호 역을 맡았다. 이민기와 설렘 넘치는 로맨스 연기부터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 시대 청춘까지, 섬세한 연기력으로 공감을 샀다.

정소민의 자연스러운 연기에는 윤지호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윤지호는 나와 많이 닮았으면서도 다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지호와 처음에는 남해가 아닌 진주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진주는 저희 어머니 고향이에요. 저도 경상도 문화권에서 자랐죠. 극중 지호의 남동생이 26살인데 제 남동생도 26살이고. 저도 지금 제일 친한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삼총사였던 친구들이에요. 지호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안정적인 것들을 버리고 꿈을 쫓아가는 것도 닮았어요. 전 아버지 반대를 무릅 쓰고 연기학과에 지원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너무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시놉을 받았을 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누군가 내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게 아닐까 싶을 만큼."

정소민은 드라마 종영 후에도 지호를 굳이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자신이 갖고 싶었던 모습들이 지호에게 있었고, 또 캐릭터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었다.

"친구를 깊게 사귄다든지 연애를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지호를 통해 많이 얻었어요. 예를 들면 지호는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요. 상처 받았을 때 꽁하고 있다가 터트리는 것이 아닌, 투명하게 상처 받았음을 이야기 해요. 그런 점은 멋이다고 생각했어요. 나와는 거리가 있으면서 닮고 싶은 지점이었어요. 중반부 이상 가면서는 '내가 이랬나' 싶을 만큼 지호가 나에게 와있어요.. 부당하게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지호의 내공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드라마는 잔잔하지만 결코 가벼운 작품은 아니다. 하우스푸어문제부터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청춘들의 미래 고민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 2030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어디서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이잖아요. 지호의 사랑도 캐릭터도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라 좋았어요.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지호가 터널을 걷는 장면이요. 청춘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도 겪었을 법한, 꿈을 쫓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감정이 든 적이 있었을 것 같아요. 누구나 살다보면, 지금이 터널 같이 느껴질 때가 한 번은 있잖아요. 저도 그 터널을 한 번 이상 지나왔고, 앞으로 또 지날지도 모르죠."

이민기와의 로맨스도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정소민의 지호와 이민기의 세희는 극적이지 않지만 잔잔한 멜로로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완벽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위로가 되고 채워지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해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사실 하우스 푸어와 홈리스의 만남이 절묘한 상황이자 굉장히 상처 받은 두 사람 간의 만남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미완성인 두 사람이 만나서 위로가 되고. 숨쉴 구멍이 되어주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이민기와는 이번이 첫 호흡이다. '낯선 케미'가 오히려 작품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예요. 처음엔 저도 낯설었죠(웃음). 익숙해지고 나니 '이렇게 받아주겠지' 호흡하기가 점점 수월해진 부분도 있어요. 낯설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극의 흐름이 그렇다보니, 친해지고 편해지는데 오래 걸렸어요. 초반부터 꾸준히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정소민은 실제 꿈꾸는 사랑에 대해 묻자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라며 "엄청 막연하다. '어딘가에 내 짝이 있겠지'라는 생각이다. 결혼할 사람은 딱 안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정소민은 올해 '아버지가 이상해'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 그리고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아빠는 딸'까지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했다. 시청률 30%를 넘었던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정소민은 털털하고 순수한 미영 역을 맡아 이준과 설레는 사랑을 연기해 존재감을 심었다.

정소민은 연말 시상식 상 욕심을 묻자 "솔직히 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작품 욕심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했다"라며 "주위에서 하도 이야기를 하니까. 베스트커플상을 받을 수 있으려나"라며 솔직한 속마음을 꺼내놓기도.

정소민은 "올 한해가 저에겐 유독 길게 느껴졌다. 다이나믹하면서 재미있고 행복했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던 해였다. 갚을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차기작 대신 에너지를 쌓고 싶다는 그는 내년 계획을 묻자 "'이번생은'을 운명처럼 만났는데, 또 한번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소민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 기대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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