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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2010 남아공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의 화두는 '실리축구'였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매서운 역습을 시도하는 실리축구.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많은 팀들이 선보인 축구다. 하지만 실리축구로 빛을 본 팀이 있는 반면 충격의 쓴 잔을 마셔야 했던 팀들도 있었다.
네덜란드가 실리축구로 가장 눈부시게 빛을 낸 팀이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원래 '옷'(팀컬러)은 화려한 공격축구였다. 그동안 네덜란드 하면 유럽의 브라질이라 불리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는 것부터 떠올랐다. 브라질 못지않은 기술력을 지닌 네덜란드라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철저한 실리축구를 들고 나왔다. 화려한 공격진을 보유했으면서도 수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네덜란드답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런 실리축구는 승승장구했다. 결국 네덜란드는 결승까지 올랐고,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기는 했지만 실리축구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리축구로 인해 영광 대신 충격을 받은 팀은 바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의 공격축구는 브라질의 상징이었다. 몇 골을 허용해도 브라질은 상관없었다. 더 많이 넣으면 됐다. 그렇게 브라질은 화려한 공격축구로 세계축구를 호령해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전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나왔다. 브라질이 실리축구를 추구한 것이다. 둥가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브라질이 유지해왔던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조심스러운 축구를 선보였다. 공격보다는 안정적인 수비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다. 둥가 감독은 달라진 브라질 스타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예선과 16강까지 브라질의 실리축구는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8강에서 멈춰서야만 했다. 8강전에서 브라질은 실리축구의 정석을 보여준 네덜란드와 정면충돌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우승후보 브라질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고 성적과 팬심 모두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실리축구로 재미를 본 네덜란드와 쓴 잔을 들이켜야 했던 브라질. 이전과 다른 색 옷을 입은 두 팀의 희비가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리고 또 고유의 옷을 벗어던지고 변화를 꾀한 팀이 있다. 예전과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독일. 실리축구의 중심에 있었던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화려한 공격축구로 옷을 갈아입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팀 중 하나였다.
이전의 독일축구는 화려하지 않았다. 투박하고 딱딱했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힘과 높이의 축구를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화려함을 보여줬다. 기술력은 남미 못지않았다. 독일의 플레이는 예전의 네덜란드를 보는 듯했다. 젊어진 독일, 공격축구의 옷을 입은 독일은 매 경기마다 골 폭죽을 터뜨리며 상대를 몰락시켰다.
16강에서 우승후보 잉글랜드를 4-1로 대파했고, 8강에서 역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대파하자 세계 축구팬들은 독일의 새로운 축구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4강에서 우승국 스페인에 무너졌는데,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예전의 투박한 모습을 보인 것이 바로 스페인전이었다.
독일은 남아공월드컵을 3위로 마무리지었지만 그 화려한 공격축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도 잘 소화해낸 독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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