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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6월, 전 세계가 들썩였다. 지구상 최고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열렸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역시 프랑스 땅을 밟았다. 차범근 한국대표팀 감독은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고종수 등 당대 한국 최고의 스타들을 이끌고 프랑스로 입성했다. 한국은 멕시코,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와 함께 E조에 속했다.
6월13일. 리용 제를랑 스타디움에서 드디어 한국의 조별예선 첫 경기가 펼쳐졌다. 상대는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전반 27분 한국 대표팀은 한국 축구사에 남길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다. 하석주의 프리킥 골. 한국이 월드컵에 출전한 후 처음 나온 '선제골'이었다.
첫 선제골에 대한 기쁨이 너무 흥분을 불러온 것일까. 하석주는 골을 넣은 3분 후 백태클을 해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수적 열세에 놓인 한국은 펠라에즈에 1골, 에르난데즈에 2골을 허용하며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6월20일 마르세유 벨로드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조별예선 2차전. 상대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유럽의 강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였다. 오렌지 군단은 너무나 강했다. 한국은 전반 37분 코쿠에 선제골을, 40분 오베르마스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전반에만 0-2로 끌려갔다.
후반에도 오렌지 군단의 화력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26분 베르캄프가 팀의 세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0-3으로 뒤지던 한국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때 앳된 얼굴의 한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32분 서정원과 교체 투입된 당시 19세의 대표팀 막내, 이동국이었다. 그리고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동국은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투입됐다. 그는 익히 알려진 네덜란드의 세계적 골키퍼 에드윈 판데사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만큼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막내답지 않은 자신감이 넘쳤다. 네덜란드의 포스에 눌린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동국은 한국 대표팀 선수 중 단연 빛났다.
이동국이 투입됐지만 한국은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후반 33분 반 호이동크에 골, 37분에 드 보어에 한 골을 더 헌납하며 한국은 0-5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전 대패의 암흑 속에서 유일하게 건져낸 희망의 불빛이 바로 이동국이었다.
네달란드전에서 선보인 짜릿했던 '13분'의 추억. 이동국의 월드컵에 대한 추억은 그 '13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네덜란드전 이후 한국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떠오른 이동국이지만 부상 등 각종 불운이 겹쳐 월드컵과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이동국은 대표적인 '월드컵 불운의 사나이'로 불려야만 했다.
12년이 흘렀다. 2010남아공월드컵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동국은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월드컵 불운의 사나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동국은 예비엔트리 30명 안에 들었다. 이제 최종엔트리 23명 안에 드는 마지막 경쟁만을 남겨둔 상태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을 8강에 올려놓은 이동국이 14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소속팀 리그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제 진정으로 월드컵에 대한 꿈을 펼칠 시기다. 12년 전 '13분' 동안 맛봤던 짜릿한 기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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