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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2002년 9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를 기록한 뒤 한 차례도 10위권 내를 벗어난 적이 없는 유럽 축구의 강국 중 하나다.
네덜란드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리그인 에레디비지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 주요 빅리그에 선수를 공급하는 유통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축구 강국 유지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스타 탄생의 산실이라는 명성도 네덜란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1970년대 토털사커로 네덜란드의 돌풍에 앞장섰던 요한 크루이프를 비롯해 1990년대 예술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데니스 베르캄프 등 대형 선수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났다.
애석하게도 네덜란드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악한 면을 보였다. 월드컵에서는 1974년 서독,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준우승과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의 4강이 전부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8차례 본선에 올랐지만 1988년 서독 대회에서의 우승이 유일하다.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곤 했던 한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과연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단연 아르연 로번(26, 바이에른 뮌헨)을 손꼽을 수 있다.
측면 공격수인 로번은 16살 때인 2001~2002 시즌 FC그로닝겐을 통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02년에는 명문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12골을 터뜨리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박지성, 이영표와도 함께 뛴 인연이 있다.
다른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로번도 빅리그의 러브콜을 받았고 2004년 1천200만 파운드(당시 한화로 약 240억원)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로 이적해 대형 선수로 성장해나갔다.
로번의 성장은 네덜란드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됐다. 전매특허인 '왼발'과 '드리블'을 앞세운 그의 플레이는 경기 흐름을 바꾸는데도 일조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죽음의 조'에 편성됐지만 16강에 진출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세르비아와의 첫 경기에서는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중앙선 부근에서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의 패스를 받아 10m를 드리블한 뒤 골키퍼의 방어를 피해 왼발로 살짝 밀어넣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선제 결승골로 네덜란드는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기록에서도 로번은 네덜란드가 시도한 12개의 슈팅 중 절반을 해내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로번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네덜란드는 16강에서 포르투갈에 육박전같은 경기를 펼치며 0-1로 패했다.
로번은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지만 호화 멤버에 가려 빛을 내지는 못했다. 무릎 부상 악재까지 겹치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고 결국 올 시즌 시작 전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팀을 옮겼다.
뮌헨행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시즌 중반 무릎 부상이 재발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33라운드까지 14골을 넣으며 득점 6위에 오르는 등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8강전에서 4강행을 이뤄내는 골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리옹과의 준결승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결승 진출에 일조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로번은 네덜란드를 미소짓게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는 덴마크, 일본, 카메룬과 E조에 편성돼 이번에도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결선 토너먼트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존재했기에, 로번의 질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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