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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수많은 별들이 탄생하고 또 지는 무대다. 프로 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보유해도 월드컵에서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한순간 평가절하되는 등 희비가 교차한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서독의 '득점 기계' 게르트 뮐러는 10골을 폭발시키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는 4년 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수케르는 6골을 넣으며 득점왕이 됨과 동시에 팀을 3위로 이끌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수케르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아스널을 거치는 등 주가가 폭등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3, 알 힐랄)가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으로 진출한 뒤 각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며 빅리거로 성장했다. 한마디로 월드컵은 스타의 발굴 무대이자 몸값을 올려 빅팀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스타는 어김없이 탄생했다.
가장 빛난 별은 독일을 3위로 이끈 토마스 뮐러(21, 바이에른 뮌헨)다. 뮐러는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샛별 중의 샛별로 떠올랐다. 대회 직전까지 A매치 경력이 5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풋내기에 불과했지만 화려한 발재간과 패스, 빼어난 골결정력으로 선굵은 독일 축구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메주트 외칠(22, 베르더 브레멘)도 마찬가지. 미하엘 발락의 부상 이탈로 우려됐던 독일 미드필드의 중심에 서서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성공 가도에 진입했다. 둘은 프리미어리그, 세리에A 등 빅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루과이의 4강을 이끈 '신의 손' 루이스 수아레스(23, 아약스)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남미 예선에서 5골을 넣으며 우루과이 공격의 한 축으로 성장한 수아레스는 본선에서도 3골을 넣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바르셀로나의 영입 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의 활약이 눈부셨다. 2골을 넣은 이청용은 '포스트 박지성'으로 떠오르며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번 대회를 정리하면서 이청용을 '월드컵에서 몸값이 오른 1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대회 직전 300만달러(약 35억원)였던 이청용의 가치를 1천200만 달러(약 143억원)로 높게 평가했다.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24, CSKA모스크바)는 프리킥 한 방으로 16강을 이끌어내며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대회 직전까지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 후보로 거론됐던 기존의 슈퍼스타들은 하나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득점왕 후보였던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3, FC바르셀로나)나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라질의 카카(28, 레알 마드리드)는 무득점으로 쓸쓸히 대회를 마감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 레알 마드리드)와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32, 첼시)는 한 골에 그쳐 이름값에 크게 못미쳤다.
스타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규모의 확대로 선수들이 리그 경기와 병행하며 거칠게 그라운드를 누벼 체력을 소진한 뒤 제대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챔피언스리그 종료 후 월드컵까지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선수들의 피로가 눈에 띄게 보였다"라며 월드컵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클럽팀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부상을 안고 월드컵을 맞이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세계 최고의 리그로 성장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들은 하나같이 부진했다. 리그 우승팀이 마지막에 가서야 가려지는 등 선수들의 피로도는 예년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루니는 발목 부상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월드컵에 나섰다. 스페인이 우승을 했지만 페르난도 토레스(26, 리버풀)는 무릎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고, 네덜란드의 로빈 판페르시(27, 아스널)는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뒤 월드컵에 겨우 합류해 1골에 그쳤다.
드로그바도 대회 직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유도 있었지만 한 시즌을 쉼 없이 보내 피로가 누적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지난 1월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까지 소화해 숨고를 틈이 없었다.
MBC ESPN 정효웅 해설위원은 "호날두나 카카는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고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비슷했다"라면서도 "소속팀의 리그 경기가 많았고 우승 경쟁이 막판까지 치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도 스타 선수들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클럽팀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는 만큼 대표팀에 집중할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프랑스의 몰락은 하나의 좋은 예다. 니콜라 아넬카(31, 첼시)는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과 언쟁을 벌이며 대회 기간 중 이탈해 팀 분위기를 흐려놓았다. 대회 직전까지 폴 르겡 감독과 불화설에 시달리며 잠적설까지 터졌던 카메룬의 골잡이 사뮈엘 에토오(29, 인테르 밀란)도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 못하며 팀의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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