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오해영'부터 '굿와이프'까지, 숨은 최병모 찾기(인터뷰)

"'또 오해영'은 첫 로코, 러브라인 은근 기대했죠"


[이미영기자] '또 오해영'에선 미래를 보는 에릭을 치료하던 인간미 넘치는 정신과 의사였고, '국수의 신'에서 자존심 넘치는 부장 검사였다. '굿와이프'에선 전도연 사건의 판사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안겼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특별수사'에도 출연했다.

불과 2,3개월 새 배우 최병모가 쓴 필모그래피다. 이토록 '열일' 하는 배우라는 것도 놀랍지만,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래서 다들 '신스틸러'라고 부르는 걸까.

최근작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작품을 묻자 사람 "알지 않느냐"고 웃었다. '또 오해영'이다. 배우 최병모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작품이다. 처음엔 그저 흔한 의사쯤 되는 줄 알았다. 드라마 회가 더해갈 수록 진가가 드러났다. 미래를 보는 에릭에 '의학적 분석'을 구구절절 늘여놓는 의사가 아닌,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현답'이 담겨있는 형이다. 따뜻하고 인간미와 매력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는, 배우 최병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병모는 그 어느 작품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장에 놀러온 마음으로 정신과 주치의였던 순택(최병모)을 연기했다고 했다.

"제작진이 제가 잘 놀 수 있게 자리를 잘 깔아줬고, 제가 노는 걸 지켜봤죠. 의사에 대한 고정관념, 전형성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똑같은 환자들을 만나니 나른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첫장면을 좀 지루하게 잡아가야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환자를 보니 '특이하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네', 전문직보다는 신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죠."

에릭이 미래를 보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비논리적인 일에 납득이 되려면, 또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나름의 확실한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도경이가 왜 영상이 보이는지 말하는 부분은 대본을 굉장히 많이 읽어봤다. 쉽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는 곱씹어볼 만한, 울림 있는 메시지들이 많았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최병모에게도 그랬다.

"인생공부를 많이 했어요. 도경에게 '그래서 지금까지 왔는데,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니가 원하는게 뭔지 따라가보라'고 하잖아요. 도경에게 해영이 있었던 것처럼, 제겐 그 상대가 연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나는 내 마음을 따라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순간 순간 고민이 들 때 '내가 원하는 게 뭐야' 물었고, 그게 제겐 연기였고, 그래서 계속 따라왔어요.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서 제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데, 연기를 하면서도 제 스스로 공감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진지하던 최병모는 가벼운 농담도 건네며 분위기를 전환 시킨다. 마치 드라마 속 순택처럼.

마지막회를 제외하곤 에릭과 연기하는 것이 전부였던 그는 "여배우와 만나고 싶었다. 드라마에 상담 받을 사람들이 참 많았다. 도경이 누나도, 엄마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웃었다. 또 "'또오해영'이 내가 출연한 첫 로코다. 예지원의 남자였다든지 하는 설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은근슬쩍 러브라인을 기대했다"고 사심(?)을 드러냈다.

'또 오해영'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면 KBS2 '국수의 신'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비빔국수에 얼굴이 처박히자 자존심이 상해 다른 편으로 돌아서는 검사였다. 그는 "조재현 선배한테 당하고 삐친다. 정상적이진 않은 인물이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방영된 tvN '굿와이프'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또 달랐다. 최병모는 '굿와이프' 1회에서 전도연이 맡은 첫 사건 재판의 판사로 등장했다. 성 스캔들 운운하며 물타기 하려는 검사의 사적 의견을 묵살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사이다' 판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날카롭고 매서운 모습도, 코믹한 연기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그는 "다 제 모습이다. 어제는 우울했고, 센치했다. 또 어떤 날은 해뜬다고 우울해질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수답스럽지만, 말 안할 때는 무섭기도 하다. 그게 다 제 모습이다. 그 때 그 때 끄집어낼 수 있어 좋지 않느냐"고 웃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최병모의 얼굴도 다채롭다. 닮은꼴 스타도 많다. 한석규와 문성근, 가수 조정치, 미국의 유명MC 코난 오브라이언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문성근을 캐스팅 1순위에 올려놓던 작품을 제가 한 적도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라 좋다"라며 "동네형도, 바보형도 가능하고 무서운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997년 데뷔한 최병모는 올해로 연기 20주년을 맞았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던 그는 2003년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충무로로 활동 반경을 넓혔고, 이후 수많은 작품에 단역과 조연으로 꾸준히 출연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셀 수 없이 빼곡하다. 지난해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와 '용팔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강남 1970' '오피스' '치외법권' '대배우'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아가씨' 등에 출연했다. 늘어난 작품 수 만큼 신뢰도 쌓였고,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는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일하는게 좋아요. 아직까진 연기가 일로 생각이 안 들어서 좋아요. 연기를 하는게 일처럼 느껴지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요. 아직까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예전에 두 달 정도 쉬어본 적 있는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지금을 즐기고 싶습니다."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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