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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년]가요계 '방송의 습격'…유행 장르 바꾸고 차트 흔들었다


2015 가요계 판도까지 흔든 방송

[이미영기자] 올 한 해 가요계를 바짝 긴장 시킨 주인공은 누굴까. 빅뱅도, 엑소도, 소녀시대도 아니었다. '방송의 습격'이었다.

2015년 안방극장엔 음악을 소재로 한 방송이 넘쳐났다. MBC '일밤-복면가왕'과 KBS2 '불후의 명곡', JTBC '슈가맨을 찾아서', '히든싱어', 엠넷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슈퍼스타K'가 있었다. '무한도전'의 가요제 특집에 가수들의 데뷔 오디션, 파일럿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다.

과거 음악프로그램이 보고 즐기는 무대의 향연, 가수들의 재발견 정도에 그쳤다면 올해 음악 관련 방송은 가요계 판도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힙합을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린 것도, 음악사이트 차트를 바꿔놓은 것도 방송이었다. 스타 뮤지션들은 거대 기획사가 아닌, 방송을 통해 탄생했다. 그야말로 '음악+방송'이 가요계 풍경을 바꾸고, 지형도를 바꿨다. 가수들의 '판로'가 넓어졌지만, 또 하나의 거대 권력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행 장르 바꾸고 음원차트 뒤흔들었다

방송의 힘은 가요계 풍경을 바꿔놨다. 유행 음악 장르를 바꿔놨고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힙합이 주류 음악로 부상하면서 수 년간 가요계의 중심이었던 아이돌 문화는 균열이 갔다. 방송 이벤트 음원의 파워에 가요 제작자들이 눈치를 보며 발매 시기를 잡아야 했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저변을 확대해 온 힙합은 Mnet '쇼미더머니4' '언프리티랩스타' 시즌1,2를 통해 대중화를 이뤄냈다. 힙합 음악은 한때는 소수의 마니아들이 즐기는 음악이었지만, 가요계 주류 음악이 된데는 방송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는 논란에도 솔직하고 직설적인 랩 가사는 젊은 세대들을 매료 시켰다. 스웩(허세) 넘치는 가사와 거침 없는 디스까지, 힙합 특유의 '날 것'은 당찬 젊은 세대들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언더에서 활동하던 래퍼들이 오버로 진출했고, 이 과정을 통해 '스타'가 된 뮤지션들도 많았다. 여기에 다른 장르와 콜라보가 손쉬운 힙합의 특성상 가요계 안으로 침투하기가 용이했다. 이렇게 방송을 타고 유명해진 래퍼들은 주류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고, 음원차트와 공연 시장까지 장악했다. 젊은 세대들의 음악을 이끄는 트렌디한 장르로 이끌었고, 공연 시장까지 잠식했다.

대중적인 인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음원차트 역시 방송 관련 음원들이 장악했다. 인기 출연자들과의 막강 콜라보레이션, 방송의 화제성, 여기에 곡의 높은 완성도까지 더해지면서 음원차트를 독식한 것.

예상됐던 결과였지만, '무한도전'의 화력은 역시나 셌다. 지난 8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서 발표된 6곡은 한달여 넘게 주요 음원사이트를 휩쓸었다. 당시 아이유와 박명수가 부른 '레옹'이 오랜 기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가요제 발표 당시 선보였던 곡들의 줄세우기를 했다. 비슷한 시기 '쇼미더머니4'의 음원들도 음원차트를 강타했다. 송민호의 '겁'(feat 태양)과 블랙넛의 '내가 할 수 있는 건'(feat 제시) 등이 '무한도전'과 차트를 양분했다. 반면 신곡을 발표한 일반 가수들은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줄줄이 실종됐다. 방송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혁오부터 제시까지…스타 뮤지션의 탄생

오랜 시간 방송은 스타의 산실이었다. 새로운 가수가 탄생했고, 오랜 시간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가수들을 재조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할 때는 수없이 많은 오디션 스타들이 탄생했고, 지난해 연말엔 '무한도전-토토가'의 영향으로 90년대 스타들이 컴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럼에도 기존 아이돌 주축의 가요계 흐름을 온전히 바꿔놓진 못 했다. 거대한 자본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진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여전히 강세였다. 그러나 올해는방송을 통해 조명 받은 가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가요계 흐름을 주도적으로 바꿨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올해도 스타 뮤지션을 발굴했고, '역주행'의 아이콘들을 만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케미는 이들의 스타성을 이끌어냈고, 대중들에게 낯설었던 음악을 소개했다. 실력파 뮤지션이던 자이언티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세 뮤지션'이 됐고, '양화대교' 등 그의 음악은 방송 이후 역주행으로 음원차트 1위까지 올라섰다. 혁오밴드도 '무한도전'이 알린 대표적 스타. '스타로 만들어줄게'라던 정형돈의 약속처럼, 무서운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돌 대전 속 무서운 역주행을 보이며 음원차트를 뒤흔들었다.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등 힙합 관련 음악프로그램의 유행으로 블랙넛 등 언더에서 활동하던 래퍼들도 조명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그룹 위너의 송민호, 프로듀서 지코, 산이 등 기성 가수들도 이들 프로그램의 수혜자.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며 실력을 인정 받는 계기가 됐다.

특히 그간 남성 래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라졌던 여성 래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제시와 키썸, 치타 등이 조명 받았다. 방송을 통해 '센언니' 등 캐릭터가 생겼고, 실력까지 인정 받으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시즌 종영 후에도 앨범 활동과 피처링 참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복면가왕'도 많은 가수들을 재조명 했다. 솔지와 루나, 육성재, 엑소 첸 등 아이돌 가수에 대한 편견을 벗었고,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우리가 알고 있던 뮤지션 김연우에 더 열광하게끔 만들었다.

◆음악방송 이대로 괜찮나

음악방송의 가요계 습격.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누군가에게는 신나는 음악 축제이고,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음원 독식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과 그렇지 못하는 이들, 방송의 권력화로 뮤지션들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지적도 나온다.

방송 프로그램들의 음원 독식에 대한 '장외 논쟁'이 펼쳐진지는 오래, 풀리지 않는 숙제에기도 하다.

방송 음원들의 공세에 일반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인기 프로그램의 막강한 콘텐츠와 유명 출연진들의 파워가 만나 국내 가요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과 대중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들을 자유가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해답이 없다보니 가요 제작자들은 '방송 음원'을 피해 음원 출시 날짜를 잡으려 한다.

이미 가요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음방'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많다. 인기 음악프로그램에 줄을 선 가수들, 예비 스타들이 넘친다. 방송에 직접 출연해 가수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 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가 된 래퍼들과 콜라보를 통해 음원 순위 상승을 기대한다.

방송의 권력화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실력 있는 스타들의 발굴이라는 취지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도 있다. 어쨌든 방송의 문은 좁고, 음악보다는 스타가 먼저 주목받는 것이 현실. 묵묵히 음악에 집중하는 가수들에겐 상실감을 낳는다. 더 자극적인 방송의 틀에 끼워맞추기 위해 음악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 변질된다는 목소리도 계속 해서 나오고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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