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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년]인터뷰…권오갑 총재①"K리그, 산업으로서의 경쟁력 갖춰야"


"K리그 살리기 위해선 적극적인 개혁 필요"

[이성필기자] 한국프로축구는 올해 출범 31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청년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성인이 되는 시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하다. 리그나 구단 운영을 20년 넘게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다 최근 10년 사이 유럽 빅리그 등 선진 리그의 제도와 흐름에 눈을 뜨면서 체계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1994년에서야 대한축구협회의 관리에서 벗어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조직과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발전 및 도약 단계이다 보니 의욕은 더욱 넘친다. 지난해 2월에는 권오갑(63) 당시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정몽준, 유상부, 곽정환, 정몽규 전 총재에 이어 제10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선임되며 K리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 총재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승강제 정착은 물론 각 구단들의 경영 효율화와 일본, 중국은 물론 중동에서 돈을 앞세워 스타들을 빼가는 선수 유출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철저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방송사들을 공략하지 못해 K리그의 TV 생중계도 가뭄에 콩나듯 이어져 전환점이 필요했다.

권 총재는 올해 성남FC-수원 삼성의 개막전 때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아 직접 입장권을 구매해 관전하는 등 팬들과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봉 공개, 경영 공시 등 그동안 K리그가 감춰왔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이며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반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약을 조절하며 앞을 보고 뛰어갔다.

권 총재는 몸이 열 개 이상은 되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오일뱅크 사장이었던 권오갑 총재가 지난 9월 '슈퍼서브'로 나서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고 있다. 늘 위기와 마주하고 있는 K리그의 개혁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마침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조이뉴스24가 권 총재와 K리그의 현안을 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봤다. 주로 울산에 머무르는데다 일정에 틈이 없어 원격으로 권 총재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K리그 현안들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권 총재는 조이뉴스24의 물음에 소신있는 대답을 던지며 프로축구의 밝은 미래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오갑 총재와 일문일답.

-국내 최초의 인터넷 스포츠종합매체 조이뉴스24가 창간 10주년이 됐다

"K리그 현장 곳곳에서 남다른 시각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발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전해준 조이뉴스24의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앞으로도 축구팬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참신하고 유익한 소식들을 계속해서 전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지난해 2월 총재 취임 후 정신없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이끌어왔다.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취임 후 두 시즌 째를 보내고 있다. 연맹 총재를 맡으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K리그가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한국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기반을 튼튼히 닦지 않으면 한국축구의 중심인 프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며 개혁을 추진 중이다. 프로스포츠는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 K리그 구성원들은 지난 30여 년간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성적만을 성과의 전부로 보고 경기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춰 K리그는 지금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보이고 있다. 30여 년간 계속됐던 성적 제일주의를 냉정하게 타파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질 개선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함께 갖고 더 늦기 전에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시점이다."

-2004년 울산 현대 단장을 시작으로 2007년 대표이사가 됐다. 2009년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와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 환경 전반에 대해 이해가 충분했을 것 같다.

"프로축구와의 인연이 오랜 기간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10년 넘게 울산 현대 구단과 현대미포조선(내셔널리그) 등 그룹 내 스포츠단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다. 2011년에는 K리그 타이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국축구의 근간이 되는 K리그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누구든 도와야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당시 프로축구연맹 총재)이 K리그를 맡으면서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서는 한국축구의 큰 틀을 바꾸는 승강제의 산파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2009년 9월 실업연맹 회장이 된 후 승강제 도입을 처음 화두에 올렸고, 이후 대한축구협회, 프로연맹, 실업연맹이 머리를 맞대 지금의 1,2부리그를 출범하게 됐다"

-총재 취임 시 프로축구를 위기로 판단했다. 프로축구는 여전한 위기인가? 위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K리그가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변화의 초점을 맞췄다. 체질 개선은 결국 프로축구의 기초경제여건(Fundamental)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첫째는, 프로축구의 근간인 유소년축구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이다. 둘째, 구단이 사업을 수행하는 터전인 연고지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 강화이다. 세 번째는 이 모든 일들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수행해 나갈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의 Fundamental을 다지는 이러한 노력들은 장기 과제이기에 단기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노력들을 멈출 수는 없다. 확고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였기에 끈기 있게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사회공헌 매뉴얼을 배포해 구단들이 더욱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헌활동을 펼치도록 돕고 있고, 한 달에 한 번 'K리그 축구의 날'을 정해 구단들이 정기적으로 진정성 있게 지역밀착 활동을 펼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산업 인력 양성과 구단 프런트의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커리큘럼의 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승강제는 위기 타파의 모델이자 한국 축구 위상 강화로 꼽히고 있다. 1, 2부리그의 적정 구단수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균형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승강제는 선진리그로 도약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의 일환이다. 올해 연맹의 가장 큰 경영목표는 '디비전(1,2부)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과 '디비전별 업무 역량 강화'이다. 이를 위해 유소년클럽 활성화 및 강화, 사회공헌활동(CSR) 강화, 아카데미와 교육사업 강화, 챌린지 경쟁력 강화 등 '4대 강화'를 추진과제로 두고 있다.

챌린지는 지난해 2팀이 강등해 올해 총 10팀으로 진행되면서 프로리그로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1부 리그에서 볼 수 없던 명승부가 나오고 1-2부리그 간 선수들의 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약팀이던 팀들이 '승격'이라는 목표를 갖고 매 경기 임한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아직 사무국의 구성이나 마케팅 활동에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선수들과 사무국이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재정이나 운영의 어려움은 연맹이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펼쳐나가고 있다. 긴 호흡으로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한계를 극복하는 위대한 도전 비욘드11'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1차적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실행 가능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프로축구의 실질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른 1,2부 리그의 적정 구단수는 1부 12팀, 2부 14팀이다. 특히 서울 연고팀은 최소 3개 팀까지 늘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의 인구 규모는 부산의 2.9배(2012년 기준)에 달한다. 지역내총생산(GRDP)을 비교해도 서울은 부산의 4.5배가 넘는다. 2022년까지 서울에 3개팀이 생기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팀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문제도 많다. 대표적으로 시도민구단들이 공통적으로 자생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구단이 휘청이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까지 K리그 시도민구단에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는 것이 구단 운영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집행부가 바뀌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구단의 철학과 방향, 행정의 일관성이 없어 구단이 좌표를 잃고 표류하면서 발전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과 유럽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스포츠클럽으로 꼽힌다. 바이에른 뮌헨이 이렇게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구단 경영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유지되었다는 분석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30년간 단 4명의 CEO가 경영을 책임지며 구단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고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도약시켰다. 현재 CEO로 재직 중인 칼 하인츠 루메니게도 10년 넘게 구단을 이끌며 모범적인 운영을 해오고 있다.

반면, 일례로 K리그의 모 구단은 창단 이래 18년간 벌써 13번째 인물이 CEO직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겠지만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더라도 평균 1년 남짓한 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구단의 재정 자립과 프런트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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