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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년]한류리포트③ 한류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장진리기자] 지금 한류의 가장 큰 문제는 폄한류나 혐한류가 아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것은 당연한 법. 한류가 영역을 계속 넓히며 일본 대중문화계를 잠식한다면 한류 인기에 흠집을 내는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혐한류, 폄한류처럼 자극적인 단어는 오히려 우리의 눈을 진짜 한류의 위기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한류를 조용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좀먹고 있는 진짜 위기에서 말이다.

동방신기가 한류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며 K팝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동방신기를 선두로 보이그룹이 빠르게 일본 가요 시장을 정복했고, 여기에 카라, 소녀시대 등 걸그룹까지 일본에 상륙하며 K팝은 일본 가요계 정상에 우뚝 섰다.

일본 가수들도 쉽게 설 수 없다는 공연장인 무도관(부도칸·武道館)은 한국 가수들이라면 꼭 거쳐야 할 곳처럼 됐고, '꿈의 무대'라는 도쿄돔 역시 한국 가수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한 때는 9시 뉴스를 장식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던 K팝 가수들의 오리콘 차트 정상 소식은 이제 더이상 뉴스거리도 안 될 만큼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됐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만큼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일본 내 K팝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일본 열도 진출에 나섰고, 일부 제작자들은 '일본 진출=돈'이라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K팝 한류에 편승해 함량 미달의 콘텐츠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K팝의 인기는 뜨겁지만 한쪽에서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한류팬은 "너무 많은 가수들이 한꺼번에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비슷한 가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팬은 조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수많은 K팝 가수들은 돈을 위해 진출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 팬은 "리패키지 앨범 발매나 앨범 재킷을 다르게 한 수십 종류의 앨범 발매가 상술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팬이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K팝 가수의 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기본적으로 일본 톱 가수 공연보다 1.5배 정도다. 앨범이나 굿즈 가격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가수들이 대거 일본 시장에 몰리며 K팝 가수들은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일본 가요 시장과 차별화를 두며 승승장구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수많은 그룹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오히려 K팝 가수들끼리 출혈 경쟁을 하게 된 것.

여기에 방송국도 출혈경쟁을 한 몫 거들었다. 돈벌이에 빠질세라 방송국은 차려놓은 밥상 위 숟가락 올리기에 뛰어들었다. 방송 3사는 앞다퉈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도쿄돔 등 대형 공연장에서 수많은 인기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기획하고 높은 가격에 티켓을 팔아치우며 배를 불렸다.

여행사들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일본 내 한국 여행사들은 앞다퉈 대행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 콘서트나 공연이 있을 때마다 티켓 구매를 대행해주고 호텔, 비행기까지 묶어서 파는 패키지 투어를 제공하는 여행사들이 우후주순 늘어났다. 이런 투어는 싸게는 한화 80만원부터 비싸게는 200만원까지 고가지만 원하는 팬들이 많아 예약·대기하지 않으면 구매가 불가능하고, 그나마도 대기도 없이 일찌감치 마감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연회비를 받고 연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들도 부지기수다.

11월 열리는 동방신기 단독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한 팬은 "티켓을 대행해 주는 여행사를 통해 티켓을 예매하고 싶었지만 너무 인기가 많아 구매조차 불가능했다"며 "너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나마도 구할 수가 없었다. 동방신기의 인기를 이용한 상술이 어처구니 없지만 해외 팬들은 표를 구할 방법이 거의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는 지금도 폄한류, 혐한류를 걱정한다. 자칫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한류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진짜 한류의 위기는 지금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한류의 인기에 취해 일본시장을 황금맥으로 착각한 순간, 한류의 위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그 위기는 현실이 됐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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