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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년]반세기만에 공개된 DMZ 해마루촌을 가다


평화의 반세기를 보내면서 분단의 상징 DMZ(Demilitarized Zone)에 대한 시각도 차츰 변화해 가고 있다.

DMZ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자연 및 문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나 그동안 국가안보상 토지 이용이 규제돼 '가치있는 공간'이 아닌 '낙후지역'으로만 인식돼 왔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지난 55년 동안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계속되면서 DMZ의 주인은 자연이 차지해 왔다. 밀렵과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백두대간의 야생 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 가운데 DMZ 해마루촌은 민통선 안에 있는 대표적인 자연마을로 지난 반세기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었던 만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정겨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DMZ 해마루촌을 가려면 민통선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이란 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줄인 말이다.

1953년 7월 27일 미국·중국·소련에 의해 155마일 휴전선이 그어지고, 양측 군대의 접촉선을 군사분계선으로 남북이 똑같이 2㎞씩 뒤로 물러나 이 지역을 비무장지대(DMZ)로 정했다.

이 비무장지대 바깥의 남쪽 철책선을 남방한계선, 북쪽 철책선을 북방한계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1954년 2월 미 육군사령관 직권으로 다시 휴전선 일대의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남방한계선 바깥으로 5~20㎞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민간인의 출입을 금했는데 이 선이 바로 민통선이다.

DMZ 해마루촌은 이 민통선 안에 있는 마을로 파주시가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 갔던 원주민을 대상으로 조성했다. 본래 마을 명칭은 동파리(東坡里)로 해가 뜨는 언덕을 의미한다.

1998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현재는 60세대 정도의 가구가 살고 있다. 김경숙 부녀회장의 말에 따르면 당시 DMZ 해마루촌의 입주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6.25 이전의 원주민이나 2세 일 것, 마을 안에 농사지을 땅과 일정액의 재산이 있을 것 등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수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기고 정착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진교를 건너 민간통제선을 통과하면 DMZ 해마루촌에 들어선다. 마을의 주택은 비무장지대라는 무거움과 삼엄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국적인 2층 가정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다. 무장한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와 마을 여기저기 보이는 통제 철책만 아니라면 누구나가 한번쯤 살아 봤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풍경이 그림같다.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담장이 없고 대문도 잠그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부대가 주변에 포진해 있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도둑 걱정은 없다. 또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 등 다른 편의 시설도 거의 없다.

DMZ 해마루촌과 주변지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울창한 삼림과 맑은 물,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고라니, 두루미 등의 야생동물을 비롯해 야생 꽃과 열매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또 DMZ 해마루촌 인근에는 백학산 석불, 덕진산성, 허준 선생묘 등의 역사 자원부터 JSA 훈련장, 사격장, 유격훈련장 등 안보관광까지 대한민국의 다양한 모습을 두루 배울 수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 개방했다는 허준묘는 아직은 개방한 지 오래 되지 않아 관광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지 않지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마을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맘 때는 고구마가 캐기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천연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고구마라 그런지 몰라도 줄기 하나에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온다.

도심에서 자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과 함께하는 체험은 처음 가졌던 귀찮음과 힘들다는 생각과는 달리 캐면 캘수록 나오는 고구마에 절로 웃음이 난다.

떡메체험도 이색적이다. 두 명씩 짝을 져 떡방아를 찧노라면 농사가 체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줄 모른다. 떡메치기가 끝나면 즉석에서 콩고물에 묻혀 먹는 인절미는 콩의 고소함과 따끈하고 쫄깃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기름진 옥토와 깨끗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둘러쌓인 DMZ 해마루촌은 예로부터 개성인삼, 장단콩, 장단쌀 등 장단 3백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올 가을 갓 추수한 장단쌀과 장단콩으로 만든 웰빙정식을 5천원에 맛볼 수 있다.

장단콩과 김치 등으로 부친 콩전과 묵지를 넣어 조린 고등어조림은 밥투정 부리던 아이들도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만든다.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DMZ 해마루촌을 여행하려면

DMZ 해마루촌(www.haemaru.org)은 자유로를 타고 가다 문산IC에서 문산방면 37번 국도로 들어선 뒤 8번 국도 법원방면에서 민간인통제선 전진교를 통과하면 도착한다.

DMZ 해마루촌은 민간인이 출입이 제한돼 있는 만큼 적어도 일주일 전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또 마을 관광에도 주민이 동행해야하는 만큼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DMZ 관광주식회사(dmztourkorea.com)는 DMZ의 종합적인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DMZ 해마루촌의 생태체험학교와 자연탐방 상품은 매일 출발하며 성인 4만700원, 청소년 3만5천500원이다.

일정은 민통선 내 정착촌인 통일촌, DMZ 해마루촌(동파리) 마을 방문과 동의보감 저자 허준선생 묘 답사 외 다양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파주=정은미기자 indi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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