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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년]'리얼리티 열풍' 예능 풍속도 바꿨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예능프로그램의 변화 주기는 이와 비할 바가 아니다. 조이뉴스24 창간 이후 4년 동안 예능프로그램은 무수한 변화를 겪어왔다.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새로 생겨났고 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케이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예능프로그램 수만도 현재 수십여 개.

그래도 대세는 존재한다. 2008년 현재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는 리얼리티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가 현재 2008년을 대표하는 예능 얼굴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예능의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오랜 기간 예능을 지배해왔던 버라이어티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그간 버라이어티는 토크쇼, 게임쇼, 러브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포맷으로 버라이어티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어왔다.

'상상플러스'는 '안되겠네'를 연발하던 '탁사마' 탁재훈을 인기 MC 반열에 올려놨고 노현정 전 아나운서를 스타로 만들었다. 'X맨을 찾아라'는 김종국과 윤은혜의 러브라인, 박명수의 호통개그 등 끊임없는 화제거리를 만들어냈고 '여걸식스'는 조혜련과 이경실, 강수정 등 여자 MC들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해피투게더'는 '쟁반노래방' '스타들의 친구찾기' 등 끊임없는 포맷 변화를 시도하며 진화해왔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현재의 '무한도전'이 지난 2005년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였지만 당시 시청률 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표를 얻었다. '무한도전'은 그러나 과도기를 거치며 대중성을 확보, 리얼리티 인기의 싹을 조금씩 키워왔다.

2008년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전세는 역전됐다. 외국인 미녀들의 유쾌한 수다를 담은 '미녀들의 수다', 사우나 안에서 펼쳐지는 이색 토크쇼 '해피투게더',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수다 '세바퀴' 등이 버라이어티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그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비하면 체감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열풍 속 달라진 예능계 모습을 조이뉴스24가 살펴봤다.

◆'리얼리티 맞춤MC' 강호동-유재석 '업', 신동엽 '다운'

과거 버라이어티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스타 MC의 포복절도할 개인기와 뛰어난 입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뛰어난 1인 MC의 진행보다는 개성 강한 출연진들과 MC가 조화를 이루는 팀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색깔은 다르지만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 리얼리티 맞춤형 MC로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강호동은 강약조절을 통해 출연자의 숨겨진 재능을 살려내는 것이 특기다. 무엇보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MC스타일은 리얼리티에 적격이다.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와 입담 역시 대중들 속에서 친화력을 발휘한다.

유재석은 스스로 망가지는 '겸손진행'으로 출연자와 시청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장점. 특히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등 다체제 MC 속에서 그의 진가는 100% 드러난다. 여러 명의 MC로 인한 산만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겸손함과 성실함은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낸다.

반면 신동엽은 색깔이 다르다.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있는 입담은 1인MC 또는 2인MC 속에서는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리얼리티 형식을 띤 집단 진행체제의 MC와는 진행 스타일이 다르다.

한 예능프로그램의 PD는 "신동엽의 진행스타일은 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리얼리티와는 맞지 않다. 신동엽은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을 지니고 있으며 연예인들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익적 버라이어티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강수정-노현정에서 시작된 아나테이너 열풍 '잠잠'

예능가에 리얼리티 바람이 불면서 강수정, 노현정으로 시작된 아나테이너 열풍이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토크 버라이어티 속에서 아나운서들은 매끄러운 진행을 위한 중심축을 맡았다. 아나운서로서의 지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내면의 끼를 마음껏 발휘,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상상플러스'의 안방마님 노현정은 아나운서 특유의 간결하고 정확한 어법으로 프로그램 인기를 이끌어갔고 강수정 아나운서도 '여걸식스'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발산해 스타덤에 올랐다. 최송현, 박지윤 아나운서 등도 전문MC와는 또다른 느낌의 진행 스타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으로 아나테이너들의 무대가 좁아졌다. 리얼리티 속 인위적인 진행은 필요없는 요소다. 또 꾸미지 않는 진솔함과 때로는 망가짐을 자처해야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에서 아나운서 특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아나테이너보다는 숨겨진 새 얼굴을 선호했고 결과적으로 이승기, 이천희, 박예진, 대성 등 연기자와 가수 출신의 연예인들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리얼리티 열풍에 PD는 힘들다?"

여행, 노동 등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간 연예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더 바삐 움직여야만 한다. 편집이 주가 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직접 출연진들과 함께 발로 뛰어야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열풍으로 인한 변화의 체감도는 제작진이 가장 먼저 느끼고 있다.

4년 전 'X맨이 좋다'를 최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현재 '패밀리가 떴다'을 제작하고 있는 SBS 예능국 남승용 PD는 "3~4년 전에 비해 노동 강도가 세 배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남승용 PD에 따르면 'X맨이 좋다' 당시 동원됐던 카메라는 많아봐야 20대에 불과했고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스태프만 100여명에 달한다.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연예인들 역시 체력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많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물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포맷 뿐만이 아니라 3~4년 전과 달라진 제작 환경 역시 제작진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남 PD는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공중파의 위상이 떨어졌다. 옛날에는 '1박2일'이 한 번 승기를 잡았다고 한다면 적어도 2∼3년은 최고 인기를 누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한 번 콘셉트만 잘 잡으면 장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거뜬했다"고 말했다.

남 PD는 이어 "하지만, 지금은 많은 환경이 제작진을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될 성 싶은 프로그램은 한 달 안에 판가름 난다. DMB와 다시보기, 케이블에서의 무한 재생은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접할 횟수를 많이 만들고 또 더 빨리 식상하게 한다. 제작여건은 하드해졌는데 수명은 더 짧아지니 PD들은 힘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층 더 치열해진 예능 경쟁. 모방을 거듭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그러나 진화를 거듭하지 않는 리얼리티는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비슷한 포맷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높아지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제작진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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