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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년]드라마, '리얼리티'를 품에 안다


지난 2003년 4월 NHK 위성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열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요즘은 사그라들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은 그야말로 기로에 서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외주제작사들의 재정 상태가 날로 악화되면서 안방팬들의 기대에 부흥할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여력이 점차 소멸되고 있는 것.

'공멸이냐 기사회생이냐'라는 갈림길에서 한국 드라마는 최근 정책 외적인 면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잡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바로 리얼리티에 승부수를 띄운 것.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이야기로 점철돼온 한국 드라마가 근래에 들어 자기 성찰의 기회를 맞으며 일대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배용준을 아시아권 최고의 스타로 만든 드라마 '겨울연가'의 경우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미스터리적 구성이었지만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바탕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특정 직업군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에 일가견이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와 인물에 대한 섬세한 감정표현과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인 일드(일본 드라마)를 접한 국내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가짜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는다.

따라서 '리얼한 직업의 세계'와 '살아있는 캐릭터'의 조합이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표본으로 인식되며 점차 분화된 모습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그 근저에 리얼리티가 숨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메디컬 드라마가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팩션 사극이 뜨는 이유도, 최근 방송가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이유도 모두 시작은 '리얼리티'다.

정통 멜로가 부진의 늪에 빠진 대신 지난해 방송된 MBC '하얀거탑'을 필두로 전문직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리얼리티에 대한 갈증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전문직 드라마의 대표 격으로 분류되는 메디컬 드라마뿐 아니라 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가 브라운관을 통해 소개됐다.

올 2월 종영한 MBC 수목미니시리즈 '뉴하트'가 메디컬 드라마로서의 맥을 지켜냈다면 '온에어'는 전문직 드라마의 모호한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해냈다.

아직 확실한 흥행성을 담보하진 못했지만 보험사의 보험사고 조사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MBC '라이프 특별조사팀', 청와대를 배경으로 열혈 신입경호관들의 세계를 다룬 KBS 2TV '강적들',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기자들의 세계를 전격 해부한 MBC '스포트라이트', 요리사들의 대결을 그린 SBS '식객', 문화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룬 MBC '밤이면 밤마다 등 리얼리티를 살린 전문직 드라마의 제작붐은 이미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전문직 드라마의 분류 기준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제쳐놓고서라도 이들 드라마는 적어도 관련 종사자나 단체의 자문 내지 지원을 얻어 제작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온에어'의 뒤를 이어 드라마 제작 과정을 현실감 넘치게 그릴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이 방송을 시작했고, 전문직 드라마의 원조 격인 MBC '종합병원 2'가 곧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장르의 쏠림 현상은 분명 경계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리얼리티는 어느 장르의 드라마와도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앞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 리얼리티가 드라마 제작에서 있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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