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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격전지에서 '금맥'찾자]⑩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잡아라


AMOLED 시장 개화…패널-재료·장비-특허 고른 발전 모색해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시장이 디스플레이 최강국인 한국 주도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 LG를 중심으로 대규모 양산 투자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현재 널리 쓰이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했다.

LCD나 PDP는 일본 등 해외에서 초기시장을 선점했지만, AMOLED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음부터 시장의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삼성SDI는 지난해 하반기 업계 처음으로 소형 AMOLED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며 초기 시장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이를 비롯해 올해 들어 삼성과 LG는 AMOLED 관련 사업을 통합하면서, '차세대 격전지'에서 승리하기 위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역전의 드라마'를 만든 LCD나 PDP처럼 AMOLED 역시 일본, 대만 등 해외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정적인 수명을 바탕으로 패널을 대형화하고, LCD 등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산시설의 고도화가 AMOLED 업계의 과제로 꼽힌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장비·재료를 국산화하고, 특허 공세에 대비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AMOLED란

AMOLED는 e종이(전자종이),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투명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실생활에서 각종 전자기기 및 실내·외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는 전류를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활용한다. 현재 디스플레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LCD는 화면 뒤쪽에서 빛을 쏘아주는 백라이트 유닛(BLU)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비전력, 두께 등에서 OLED에 뒤진다.

별도의 BLU를 필요로 하지 않는 OLED는 100만대 1의 명암비와 100% 이상의 색재현율 등으로 화질과 밝기 면에서 여타 디스플레이를 압도한다. 대형 OLED는 마치 실제로 보는 것과 같은 고선명 화질을 구현한다.

지난 2007년까지 구조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한 수동형(PM) OLED가 주로 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질이 더욱 뛰어나고 수명문제를 해소하는데 유리한 능동형(AM)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OLED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은 크게 저온폴리실리콘(LTPS)과 LCD 제조에 쓰이는 비정질 실리콘(A-Si) 등 2가지 방식을 OLED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RGB(빨강·녹색·파랑) 3원색을 구현하고, 수명을 높이는데 있어 각각 독특한 공정·재료 기술을 활용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형 AMOLED 제품 속속 등장…노트북·TV 등 대형화도 모색

삼성SDI는 현재 세계 AMOLED 출하량 가운데 80~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충청남도 천안의 AMOLED 전용 4세대 라인(기판크기 730×920㎜)에서 5.1㎝(2인치) 기준 월 150만개 물량으로 생산을 시작한 이 회사는 출하량을 올해 말 월 300만개, 내년 상반기 말엔 월 90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쏟아내는 AMOLED는 휴대폰을 중심으로 MP3플레이어,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PMP),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등 25.3㎝(10인치) 이하 소형 디스플레이 탑재기기에 속속 채용되고 있다.

AMOLED 양산에 합류하고 있는 국내 LG디스플레이(LGD)와 대만 CMEL도 휴대폰 및 모바일 TV, 디지털액자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제 AMOLED는 노트북, 모니터 등 중형 디지털기기와 대형 TV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5월 산화물(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을 활용한 30.7㎝(12.1인치) 크기 노트북용 AMOLED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 정호균 부사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오는 2015년 세계 노트북 중 30%는 AMOLED를 채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일본 소니는 27.9㎝(11인치) AMOLED TV를 개발한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해 일본과 미국, 유럽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중·대형 AMOLED는 아직까지 생산량이 미미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소니의 AMOLED TV 가격은 250만원 안팎으로, 고화질(HD) LCD를 탑재한 81.3㎝(32인치) TV보다 3~4배 높은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삼성SDI의 소형 AMOLED 대량 생산이나 소니의 AMOLED TV 상용화의 성공 여부가 의문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도기업들의 기술 발전의 속도는 상당히 빠른 상황이다.

중·대형 AMOLED의 수명 등이 빠르게 개선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가 관건으로 파악된다.

◆뜨거운 한-일 주도권 경쟁

올들어 한국과 일본의 AMOLED 주도권 경쟁은 축구 한일전 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지난 7월 AMOLED 및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을 분리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임시이름)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자본금 1천억원에 이 회사는 그동안 분리됐던 삼성의 OLED 관련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AMOLED 시장을 잡기 위한 디스플레이 분야 두 선두권 회사의 야심찬 결합인 것이다.

이에 앞서 LGD도 올해 초 LG전자의 OLED 사업을 흡수·통합하고, AMOLED 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경상북도 구미의 2세대 라인(기판크기 370×470㎜) 2개에서 월 3만~4만개의 소형 AMOLED를 생산하고 있다. LGD는 최근 후공정 부분에 약 1천억원의 추가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통합 움직임에 맞서 일본 기업들도 대대적인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101.6㎝(40인치) 이상 TV용 OLED 개발을 위해 소니, 샤프, TMD, 스미토모화학, 히타치조선 등 9개사 및 1개 단체가 참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향후 5년 간 7억엔을 투자해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많지 않지만 TV용 OLED 상용화 경험을 가진 소니와 관련 장비·재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미토모, 히타치 등이 참여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일 회사로 PDP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파나소닉)은 내년 봄 수백억엔을 투자해 AMOLED 라인을 갖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1년 40인치급 대형 TV의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것.

마쓰시타와 도시바의 합작사인 TMD는 최근 수명을 늘리고, 소비전력을 대거 낮춘 모바일기기용 OLED 개발에 성공해, 연내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캐논은 지난 7월 새로운 공동조직과 시험 생산설비를 갖춰 중·소형 OLED 상용화에 합류하고 있다. 두 회사는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 쓰이는 OLED를 향후 2년 내 양산·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수율 향상-국산화-특허대비 산·학·관 보조 맞춰야

시장경쟁 초기 단계에서 국내 기업들의 선전을 종반까지 유지하려면 부족한 부분을 면밀히 파악하고,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업계와 학계, 정부의 치밀한 공조가 요구된다.

현재 중·대형 AMOLED의 수율을 끌어올려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핵심 재료와 대형 장비를 국산화하는 일이 시급한 상태다. 대형 AMOLED 장비의 경우 스미토모, 히타치 등 일본 대형 기업들이 대부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장비·재료 경쟁력 확보에 소홀히 할 경우 AMOLED 패널에서 시장을 주도하면서도, 적잖은 비용을 해외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코닥과 같은 기업은 OLED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해 시장 성숙단계에서 특허공세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와 학계의 AMOLED 관련 특허 보유 현황을 집계하고, 부족한 부분의 R&D 및 기업 간 제휴를 모색하는 일도 요구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AMOLED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화 및 대중화 추세에 맞춰 패널제조사와 장비업체가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면 AMOLED 패널은 물론 관련 부품·장비 시장 역시 한국이 더 빨리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관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공정기술과 장비·재료기술의 공동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AMOLED 핵심기술 R&D에 대기업과 부품·장비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에 더 매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과거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미국·일본 기업들이 대량 양산 투자에 주저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로 시장을 거머쥘 수 있었다.

AMOLED 역시 대형 생산라인 확보를 위해 1조원 이상 거금이 요구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흐름에 맞춰, 치열한 전략싸움에서 또 한 번 대대적인 승전보를 올려주길 기대해본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대표 "OLED 광원시장도 잡자"

시장조사기관 유비산업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OLED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앞선 기술 경쟁력을 조명시장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조명인 발광다이오드(LED)와 흡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LED는 친환경 고효율의 특성으로 각종 액정표시장치(LCD) 탑재기기의 백라이트 유닛(BLU)으로 쓰이는 한편,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할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까지 LED는 빛이 넓게 확산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반 조명 분야에 폭넓게 채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OLED를 활용한 면 형태의 광원은 LED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형광등처럼 빛이 넓게 확산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대표는 "일반 조명용 OLED는 디스플레이용 제품보다 덜한 품질과 더 싼 가격으로 충분히 상용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일본과 유럽 등 기업들은 OLED를 활용한 면광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용 OLED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삼성SDI 등은 아직 조명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LED가 차세대 조명으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LED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를 갖추는데 그치고 있다.

유비산업리서치에 따르면 조명용 OLED는 오는 2010년 1천250억원 규모를 보인 이후, 연평균 80%의 성장률로 오는 2015년 2조3천620억원의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을 강조하며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LED 등으로 대체하는 정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명용 OLED 시장의 잠재력이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일반 조명 시장은 수백조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용 OLED 시장에서 패널과 장비·재료의 규형 잡힌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기술의 면밀한 평가와 규모 확대를 위한 기업 간 결합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비 1대 가격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장비·재료기업들에 무조건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규모를 갖춰, 패널 기업들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야 일본의 거대 기업들과 힘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OLED 관련 특정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기술 평가와 분석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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