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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의도vs광화문?…"카드수수료, '을들의 전쟁' 안 돼"


"대기업수수료 정상화로 공생해야…'무조건 낮춰라'에 카드업계 고사위기"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카드업계와 소상공인들이 '을들의 전쟁' 틀에 갇혔다.

카드업계는 여러 차례 카드수수료를 인하했지만 경기 경색이 풀리지 않았다며 선심성 정책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소상공인들은 대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가 불공정하다며 영세업자의 카드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강공을 펼쳤다.

정부는 올해 연말을 목표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적격비용 산정이 마무리되면 내년 카드수수료율이 정해지는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공방이 극에 달하고 있다. 13일 여의도에서는 카드노조가 천막농성을, 광화문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카드노조 "수수료 차등적용, 소상공인과 뜻 같다…'을들의 전쟁' 틀 벗어야"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업계 노조는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를 구성하고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 카드업계의 수수료 추가인하 여력을 1조원으로 계산했다. 적격비용 산정 논의에서 마케팅 비용 등의 원가를 절감하면 수수료율을 0.23bp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카드업계에 7천억원의 감축을 요구해 내년도 합산 감액분은 1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르면 이번 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카드노조는 "정부의 일방적인 인하 정책에 따라 무려 9차례에 걸쳐 카드수수료가 인하됐다"면서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질타했다.

카드업계 구조조정이 현실화됐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두성학 비씨카드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롯데카드가 적자전환하고 올해 현대카드가 인력감축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한차례 큰 폭으로 인하되면 카드업계 구조조정과 업황 침체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노조는 이달 1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드노조는 1일에도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 경기경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가 곧 소상공인과의 전쟁으로 비치는 것은 경계했다. 카드업계 역시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차등적용을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경진 KB국민카드노조 지부장은 아이뉴스24와 만나 "소상공인의 주장은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의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게 요지"라며 "카드업계가 당국에 바라는 대안도 차등수수료제를 통해 대형가맹점이 취하는 편의를 줄여 카드업계와 소상공인이 공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산업 내에서 절대적인 갑인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해주고, 적격비용 산정을 할 때 마케팅비용을 산정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현실화 해달라는 말"이라며 "현실화된 비용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카드사와 소상공인이 함께 살 수 있다"고 요구했다.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불공정하다" 강공…여론조사와 의견 갈리기도

소상공인 단체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소상공인 투쟁본부는 "현재 5억 초과의 자영업 가맹점 (카드수수료는) 2.3%로 대기업 0.7%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카드수수료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별의 배경은 접대비, 광고비, 마케팅비용 등 카드사의 과도한 영업에 쓰인 비합리적인 비용이 수수료 원가에 포함된 탓"이라고 덧붙였다.

명시적인 카드수수료는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 5억원 이상 가맹점은 2.5%다. 대기업 수수료 0.7%는 해외 대형 유통업체가 국내 카드사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체결한 계약 한 건에 그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매출 1천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평균수수료율은 1.91%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수수료가 2.3%, 대기업 수수료는 0.7%라는 주장에는 일부 어폐가 있다"며 "2.3%의 수수료는 연간 5억원 이상 매출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수치로 자영업자가 물어야 하는 수수료의 최대치이고 대기업 0.7% 카드수수료율은 적격비용 체계도입 전 1개 업체의 수수료율"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 경기경색의 주된 원인인지를 두고는 소상공인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카드수수료를 실수익대비로 환산하는지, 총 매출액과 비교해 계산하는지에 따라 체감 액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A프렌차이즈 가맹점주는 "월 수입이 높다고 해도 여기서 임대료 포 떼고 프렌차이즈비, 원가비 차 떼면 실질 수익률은 10%도 안 된다"며 "카드수수료는 전체 수익에 비쳐 정해지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카드수수료율은 2.5%가 아닌 20, 30%인 셈"이라고 전했다.

카드노조 관계자는 "매출액이 100만원인데 카드수수료를 50만원 낸다는 말은 전체 매출액대비가 아니라 손에 떨어지는 순익과 비교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임대료는 수익대비 500%가 된다. 그 계산법으로 비율이 높지 않은 유지비용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임대료 등 소상공인을 옥죄는 주된 원인은 조명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신금융협회가 2017년 3월 영세가맹점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2%는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카드수수료를 택한 소상공인은 2.6%로 경기침체와 임대료, 영업환경 변화에 이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소상공인 투쟁본부도 결의문을 통해 자영업자의 위기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투쟁본부는 "자영업자들을 위기로 내몬 근본원인은 재벌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 가맹본사의 갑질과 가맹비 수탈구조, 카드수수료 차별"이라고 명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고통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고통의 원인이 카드수수료인지는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치솟은 임대료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원인은 다양하다"고 답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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