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년]"'와썹맨', 이젠 유저들의 콘텐트"(인터뷰)

방지현 JTBC 디지털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을 만나다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JTBC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예능 콘텐트 '와썹맨'은 2018년 디지털콘텐트 업계의 핫 키워드였다. '와썹맨'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그룹 god의 리더로 데뷔해 엉뚱한 매력으로 예능계까지 접수했던 래퍼 박준형을 내세운 웹 예능 콘텐트다.

지난 2월 JTBC 예능 프로그램 '사서고생'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출발한 이 영상 콘텐트는 SNS와 유튜브, 포털 영상 채널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센세이션급 인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오랜 한국 생활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어 대화법을 구사하고, 솔직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호감을 쌓아 온 '쭈니형' 박준형은 '리얼 예능 제작기'를 표방한 '와썹맨'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직접 유저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화제의 웹 예능 탄생의 뒤에는 방송사업자로서는 맨땅에 헤딩하듯 디지털콘텐트 시장에 손을 뻗은 JTBC가 있다. 디지털 채널 '스튜디오룰루랄라'를 론칭하고 디지털콘텐트 분야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 온 JTBC는 '와썹맨'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를 이을 차기 디지털 킬러 콘텐트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스튜디오룰루랄라'를 총괄하는 방지현 JTBC 디지털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을 만나 '와썹맨'의 성공기를 돌아봤다. 수익 플랫폼에서 디지털콘텐트가 차지하는 위치, 수익 안정성을 위한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와썹맨', 왜 TV로 안 가냐고요?"

웹 예능 '와썹맨'은 레거시 미디어의 기존 기획('사서고생' 시리즈)에서 파생한 아이디어를 뉴미디어 콘텐트로 가공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크로스미디어 콘텐트의 전형인 셈이다. 지난 2017년 디지털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 JTBC에게 '와썹맨'의 성공은 기념비적이다. 지난 5월30일 오픈한 '와썹맨'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난 7일을 기준으로 146만 명이다. 44개의 콘텐트로 끌어모은 숫자라는 점을 감안 할 때 더욱 놀라운 수치다. 유튜브 채널에서의 총 재생횟수는 6천717만5천236회. 론칭 후 6개월 간 전혀 없었던 협찬 제의가 이제 쉼 없이 들어올 정도다.

초기 입소문으로만 퍼졌던 '와썹맨'의 인지도가 폭발력을 띤 데에는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채널에서 '왓썹맨' 채널을 분리해 오픈한 결정이 주효했다. 방지현 본부장은 "채널을 분화한 것이 '와썹맨' 인기의 티핑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콘텐트 운용에서 플랫폼 운영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룰루랄라' 채널에선 작동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와썹맨' 별도 채널에선 폭발력을 띤 셈이에요. 플랫폼 운영에 있어 세분화된 채널 별로 반응이 큰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죠. 팀원들이 유저들의 피드백을 고려해 콘텐트별로 썸네일·태그를 선정해요. 유저들이 제작하는 사람들보다도 콘텐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예리하게 평가하기 때문이죠. 박준형씨 뿐 아니라 제작진 역시 유저들의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예요."

TV 예능에서 출발한 스핀오프인 만큼, 유저들 중 '와썹맨'의 'TV 역진출'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두 플랫폼의 소비 패턴과 수용자 정서가 확연히 다른 만큼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방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와썹맨'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 박준형의 모습, 그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표현 제한이 적은) 디지털 콘텐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TV에서 방영된다면 모두 삭제될 장면들이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편성팀과 제작진은 TV 편성이 도리어 '와썹맨' 본연의 유니크함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렀다.

막무가내의 솔직함으로 승부하는듯 보이지만, 수 개월의 경험치가 쌓이며 '와썹맨'의 웃음 코드에도 원칙들이 굳어졌다. 방 본부장에 따르면 "성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비롯해, 타인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데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은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보다 건강한 웃음을 제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방지현 본부장은 "관심이 집중되는만큼 기대치도 높아진다"며 "편집, 혹은 촬영 중 만나는 유저들에게 하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유저들이 있는데, 그런 피드백이 제작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이 만드는 밀레니얼 콘텐트…'콘텐츠 벤처'의 길

처음 JTBC 디지털콘텐트 사업 부문이 공개채용을 통해 신입 인력을 보강했을 때만 해도 업계의 시선은 비관에 가까웠다. 기성 미디어 콘텐트 시장과 달리 데이터베이스도 부족했다. 가능성도, 한계도 알 수 없는 조직인 셈이었다. 지난 2011년 JTBC가 개국을 준비하며 방송업계 최고 인력을 세팅했던 것과 비교하면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출발은 그 대척점에 가까웠다. '하던 것이나 잘 하라'는 차가운 반응도 있었다. '와썹맨'은 '스튜디오룰루랄라', 그리고 방 본부장의 오기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인구를 일컫는 말)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조직은 동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디지털 콘텐트를 생산하는 데 최적화돼있다. 기존 미디어의 콘텐트를 지배해 온 관념과 정서를 변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와썹맨'과 같은 세대 맞춤형 콘텐트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대해 방지현 본부장은 "청춘들이 '청춘'이라는 단어를 진부하게 느끼듯 정작 밀레니얼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을 어색하게 느낀다"며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콘텐트를 만든다'는 명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세대가 주체적으로 콘텐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통 매체에선 그것이 쉽지 않아요. 매체와 콘텐트의 특징 상 다년 간 쌓인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에 제작 책임을 맡길 수 없는 거죠. 하지만 디지털은 빨리, 가볍게 접근할 수 있고 그러지 않고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 환경이에요. 우리는 전통 미디어에서의 방식을 버리기로 결정했어요. 아예 모른다고 생각하고, 신입을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해 그들이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했고요. 기획안을 평가하거나 수정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책임도 맡기죠. 빠른 시행 후 반응을 보고 완성품을 내는 식이에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콘텐츠 벤처'라 생각하고요."

"'와썹맨'은 유저들의 콘텐트"

방 본부장은 '와썹맨'이 더이상 제작진의 콘텐트가 아닌, "유저들에 의해 돌아가는 콘텐트"라 표현했다. 내부의 의견보다 외부의 덧글을 더 기민하게 받아들이는 제작진과 박준형의 태도 역시 이를 반증한다. TV 콘텐트와 달리 유저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반영될 수 있는 바탕이다. 디지털 콘텐트의 숙명이자 비전이기도 하다. 방지현 본부장에 따르면 '와썹맨'의 제작진은 주 1회 분석 데이터에 나타난 유저들의 이탈 지점이나 불만 사항을 공유한다.

"디지털 콘텐트에서 데이터는 유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캐치할 수 있는 수단이죠. 만약 그게 안된다면 다른 콘텐트와 차별점이 없는 것 같아요.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고 그걸 반영하는 콘텐트예요. 그런 과정에서 팬덤이 구성되고 애착도 생성되죠. 기존 방송 콘텐트와는 그런 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스튜디오룰루랄라'의 비전을 말하며 방 본부장은 '넥스트 와썹맨'에 앞서 '넥스트 킬러콘텐트'에 방점을 찍었다. '와썹맨'을 이끄는 것이 박준형의 독특한 캐릭터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데엔 긴 고민이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와썹맨'을 확장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알렸다.

수익 모델 고민은 여전…"코어콘텐트 생산에 주력"

현 시장에서 디지털 콘텐트의 수익모델은 프로덕션 전후를 기점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PPL·브랜디드 콘텐트 등 광고를 콘텐트에 녹인 콘텐트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경우, 그리고 판권 수출이나 동영상 광고 유치 등 유통 과정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케이스다.

국내 시장에선 콘텐트형 광고가 주 수익 모델이다. 수익 안정성 면에선 콘텐트형 광고보다는 판권 수출 등 유통 과정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분량이 짧은 디지털 콘텐트의 경우 수익 모델 적용이 쉽지 않다.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수익 플랫폼에서 환영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 본부장은 이런 한계를 사업화 확장을 통해 뛰어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중점을 둔 사안은 유통이 가능한 콘텐트를 준비하는 일이에요. 디지털 콘텐트는 대개 3~5분 분량의 소품이고, 짧은 시간 내 휘발 및 소비되기 때문에 판권 수출이나 수익 플랫폼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많지 않아요. 분량을 확대해 유통이나 판매 라이선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어요. 콘텐트형 광고는 물론, VOD 판매 등 유통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죠. 우리의 숙제는 제작 시스템을 3분에서 5분으로, 다시 7분으로 맞춰나가는 일입니다. 코어콘텐트를 만들어 판권을 수출하고, 이후 더 긴 분량의 리메이크버전을 기대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방지현 본부장은 "지난 1~2년 간 콘텐트형 광고 시장에 많이 의존했다"며 "향후 주 단위 예능, '쇼트콤'을 표방한 프로그램 등을 시도하려 한다. 제작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드라마와 달리 주 단위로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알렸다.

타 방송사의 디지털플랫폼 사업 부문에서 일하다 지난 2011년 JTBC로 이적한 방지현 본부장은 어느덧 이 분야의 15년차 전문가가 됐다. 개국 준비 시점부터 합류했으니 JTBC의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시작부터 일군 원년멤버다. 사이트부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인코딩 인력 세팅까지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 그의 손이 닿았다. 그럼에도 쉼 없이 변화하는 디지털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 안에선 매일이 새롭고 낯설다는 것이 방 본부장의 이야기다.

"저 뿐 아니라 이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장에서 명확한 성공 레퍼런스 없이 본인을 전문가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니까요. 모두 미생이고, 겸허해진다고 봐요.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죠. 내가 알던 것을 부정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니까요."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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