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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KBS, 아직 저력 있다"…문보현 드라마센터장(인터뷰)


몬스터유니온 경험, KBS서 발휘할 것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위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고 KBS는 심각하게 이를 바라보고 있죠.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뛰어난 '맨파워'가 남아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살리고 작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은 어느덧 클리셰가 됐다.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상파는 직격탄을 맞았고 KBS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 왕좌'라는 타이틀은 옛말이 됐고 한 자리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미니 시리즈가 속출했다. 스타 PD들의 이직 등 출혈도 겪었다. 수신료를 받는 KBS에 시청자의 평가는 더 가혹하기도 했다.

KBS가 '생존'의 갈림길에서 문보현 드라마센터장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문 센터장은 지난 1990년 KBS 공채로 입사, KBS 드라마 국장과 몬스터유니온 드라마 부문장을 거쳐 3년 만에 KBS로 돌아왔다. 29년 가량 드라마 분야에 몸을 담근 문 센터장은 전장의 최전선에 있던 경험을 살려 KBS만의 무기를 갈고 닦을 계획이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문 센터장과 KBS의 현주소와 미래의 이야기를 나눴다.

◆3년 만에 돌아온 KBS…더 커진 위기 의식

문 센터장은 KBS 드라마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KBS는 2~3곳의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만들던 시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죠.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급격하게 시장 변화가 일어났는데 KBS는 그것에 둔감했던 게 사실이에요. 기득권의 위치에서 예전에 해온 방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융통성과 순발력은 떨어졌죠. 우리 중심의 생각 즉 'KBS 스탠다드'로 시장을 바라봤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센터장은 시장 변화에 발 맞추는 제도의 유연함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제도와 예산 등이 변화와 함께 가는 게 필요하다.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회사 전체 차원에서 점검하고 개선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우수 콘텐츠의 드라마 제작, 좋은 작가 등과의 협업 등을 융통성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문 센터장은 KBS의 문제 해결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KBS에 돌아온 지 한 달가량이 된 그는 3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바뀐 점을 "내부 분위기"로 꼽으며 "드라마가 흔들리면 방송사의 이미지, 파워, 재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회사에서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KBS의 새로운 시도…'오늘의 탐정'·'최고의 이혼'

KBS는 중장년층이 주 시청자인 연속극과 주말극에서 저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일극은 평균 20%대, 주말극은 적수 없는 흥행을 이어가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그럼에도 젊은 시청층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할 수 없는 일. 문 센터장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최대 공약수를 어떻게 뽑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젊은층에게 실험적이고 모던한 작품을 선보이는 걸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KBS를 좋아했거나 떠났던 분들을 찾는 노력이 이뤄지다보니 여러 작품이 나오고 있죠. 전통적인 방식과 2~30대들이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심 등의 드라마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바뀐 시장에 적응하면서 정반합의 발전 단계에 이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거죠. 그 과정에서 'KBS만의 색깔'을 모색 중입니다."

문 센터장의 말처럼, KBS는 미니시리즈에서 다양한 장르를 덧입히는 등 새로운 시도를 부단히 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오늘의 탐정' '최고의 이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작품은 높은 시청률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만약 기존 KBS의 캐치올(Catch All, 모두 잡는다는 뜻) 전략이었다면, 특히 '최고의 이혼'은 편성되기 어려운 이야기죠. 어중간한 관계의 부부가 센 이야기 없이 적절한 캐릭터 플레이를 하죠. 사랑·결혼관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에요. 시대의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시청자의 요구를 읽으려 한 결과물이었죠. 기존 장르에 판타지를 넣는 등 다른 시도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낮은 시청률 성적표를 받지만 이 또한 KBS 드라마이고 그것에서 우리만의 해답을 찾을 겁니다."

◆ KBS의 색깔과 저력…'김과장'·'조들호'

KBS는 여타 지상파들과 비교해 '공영방송'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그만큼 '공익성' 또한 놓칠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

문 센터장은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가는 것 또한 공익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칙과 기준선을 세우는 게 중요하고 그를 통해 시청자와 접촉면을 늘려 계속 호흡하는 것, 그것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공익성이 아닌가 싶다"라며 "시청자의 요구는 '시대정신'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17년에 방영된 '김과장'을 대표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지상파의 고질적 문제인 제작비 한계의 해결책과 연결 지었다.

"20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영화 못지 않은 퀄리티의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죠. 그와 함께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큰 고민이에요. 지상파의 제작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죠. 그래서 '강소 드라마도 잘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김과장'처럼 크지 않은 제작비로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좋은 드라마를 개발하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대작을 만들 수 있는 판도 짜여질 수 있고요."

문 센터장은 "인기와 화제를 입증한 드라마의 시즌제 또한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지난해 '추리의 여왕 시즌2'를 방영하면서 지상파 최초 시즌제 드라마로 시청자를 찾아갔다. 내년 1월 방영되는 배우 박신양과 고현정 주연 '동네변호사 조들호2' 또한 시즌제 드라마이자 KBS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몬스터유니온과 KBS, 가교 역할할 것"

문 센터장은 몬스터유니온과 KBS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몬스터유니온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KBS 자체 제작사다.

문 센터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몬스터유니온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 등을 준비하기에 2년은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라며 "그 상황에서도 한 해에 드라마 3~4편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악착 같이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몬스터유니온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지는 KBS의 활용 전략이 얼마나 잘 세워지느냐에 달려있다. 몬스터유니온과 KBS는 같이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BS가 몬스터유니온에 원하는 건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기존 지상파뿐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시장에 새롭게 유입한 현실에 어떻게 KBS 드라마가 경쟁력을 가질지 모색하는 겁니다. 두번째는 본사의 예산으로 할 수 없는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저는 우선 시장의 최전선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몬스터유니온과 KBS, 그 중간다리로서의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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