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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잠실 흰물결"…H.O.T, 새 페이지 쓴 그날 풍경


잠실 주경기장 공연 이모저모…1세대 팬덤의 저력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17년이 흘렀어도 H.O.T.는 H.O.T.였다.

흰물결로 뒤덮인 잠실 주경기장, '레전드' H.O.T.가 돌아왔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그 시절 우리가 흠뻑 빠졌던 노래들이 다시 울려퍼졌다. 이틀간 공연장을 꽉 채운 10만 팬들은 떼창과 응원구호를 외치며 다시 뭉친 H.O.T를 뜨겁게 반겼다. "고맙고, 미안하다"며 감격과 눈물을 쏟아낸 H.O.T.와 팬들, 앞으로도 함께 하자는 약속 '우리들의 맹세'를 잠실에 새겼다. H.O.T.의 새 페이지가 시작됐다.

H.O.T.는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 콘서트(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를 개최하고 10만 팬들을 만났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로 공연의 포문을 연 H.O.T.는 '캔디' '행복' '아이야' '열맞춰' '위아더퓨처' '아웃사이드 캐슬' 등 히트곡으로 그 때 그 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팬들이 무반주 떼창한 '너와 나',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우리들의 맹세'를 부를 때는 H.O.T.와 팬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긴 기다림 끝 다가온 작별의 시간이 아쉬운 듯 앙코르 마지막 노래 '빛'의 후렴구는 무한반복 됐다. H.O.T. 멤버들은 "17년 만에 약속을 지키게 돼 죄송하고, 지켜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H.O.T.와 팬들의 팬들의 뭉클했던 재회, 뜨거웠던 콘서트 현장 이모저모를 살폈다.

◆"NEXT 2019"…재결합 활동 가능성 열었다

17년을 기다린 시간, 마침내 '약속'이 지켜졌다. "H.O.T.의 한 페이지를 써나가는 순간인 것 같다"는 이재원의 말처럼, H.O.T.의 멈췄던 과거가 '현재진행형'으로 바뀌었다.

H.O.T. 멤버들은 "꿈 같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공연장을 꽉 채운 팬들을 바라보던 토니안은 "흰색 물결이 장관이다. 제 눈이 믿기지 않는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강타는 "늦었더라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렇게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고 했고, 문희준은 "멤버들끼리 연습실에서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라며 앞으로도 함께 할 날들을 기약했다.

H.O.T.의 향후 완전체 활동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공연 막바지, 스크린에는 '#넥스트메시지 #2019' 자막이 떴다.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멤버들의 약속, 또다시 잠실에는 큰 환호성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강타는 "우리가 진짜 공연을 하고 있구나 싶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100% 믿어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다섯이서 함께하는 무대 서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니까 이뤄졌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멤버들도 "될 일은 된다. 이제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3시간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멤버들은 서로를 뜨겁게 포옹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 다섯이 함께 할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팬들이 대신 불러준 그 이름, "H.O.T. H.O.T. H.O.T."

H.O.T는 이번 콘서트에서 H.O.T.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했다. 상표권을 가진 연예기획자 김 모씨와 사용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이에 콘서트는 'H.O.T.'라는 약자 대신 'Highfive of Teenagers’를 내걸고 진행됐다. H.O.T. 멤버들이 H.O.T.라는 이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웃픈' 모습이 연출됐다.

H.O.T. 멤버들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라며 자신들을 지칭했다. 또 "건장한 다섯 남자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에 관객들이 목청껏 "H.O.T."를 연발하며 이름을 대신 불러줬다.

◆잠실 뒤덮은 흰물결…10만 관객 만났다

잠실 주경기장 공연장은 H.O.T.에게 의미있는 장소다. 1999년 9월 국내 가수 최초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섰으며, 동시에 공연 매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 27일 마지막 콘서트도 이 곳에서 열렸다. 17년 만에 열린 이번 잠실 주경기장에는 이틀 간 10만 팬들이 찾았다.

H.O.T. 데뷔 22주년에 맞춰 지난 9월 7일 진행한 1차 티켓팅은 오픈과 동시에 양일간 2회 공연, 총 8만석의 좌석이 매진됐다. 티켓 예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됐고, 10만여 명이 대기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백만원이 넘는 암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H.O.T. 측은 불법거래 티켓은 강제 취소를 진행했으며, 관람 가능 구역을 최대한 확보해 2차 티켓 예매를 진행했다. 이에 총 2만석이 추가, 양일간 공연으로 총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역 인기 아이돌 못지 않은 대기록을 세웠다.

◆"버스 대절·굿즈 매진"…1세대 팬덤 대단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의 시발점이 됐던 팬클럽 클럽 H.O.T., 그리고 1세대 아이돌 팬클럽 문화의 힘을 새삼 확인했다.

콘서트 첫날인 13일 이른 아침부터 잠실 주경기장 앞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대전, 대구, 부산, 거제 등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공연장을 찾았다. 버스에는 '우혁 마누라' '칠현 부인' '등의 문구들이 붙었다.

팬들은 1997년으로 돌아간 듯한 복고 패션과 현수막, 추억의 소품을 꺼내들었고, 2018년 새로운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오전 9시 판매 개시와 함께 일부 굿즈들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기다리던 팬들은 발을 동동 거렸고, H.O.T.의 새로운 우비, 야광봉을 받아든 팬들은 즐거워했다. 십수년 넘게 고이 모셔둔 클럽 H.O.T.의 우비를 입은 팬들과 2018년 새로운 우비를 입은 팬들이 뒤섞이며 '타임머신'을 탄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흰 풍선 대신 원격 제어 야광봉을 든 팬들이 페어링을 공부(?)하며 달라진 팬문화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만큼 10대, 20대 소녀팬들은 이제 30대, 40대가 돼 공연장을 찾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찾은 엄마팬부터 부부, 학창시절 친구들까지 다양한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오빠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소녀 감성 그대로였다.

여고 동창 네 명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30대 여성 윤씨는 "H.O.T.가 세상 전부였던 여고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 즐겁기도 하고 뭉클한 마음도 있다. 출산을 앞두고 있어 함께 하지 못한 친구가 몹시 아쉬워했다. 다음 콘서트에는 꼭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딸과 함께 찾은 40대 여성은 "'토토가'도 신청해서 봤다. 딸이 그 때 H.O.T. 팬이 됐고, 오늘도 같이 왔다"고 웃었다.

인천에서 온 30대 여성 장씨는 "우리의 추억이 17년 전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17년 전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 H.O.T.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겠다는 새로운 약속을 위해 늘 곁에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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