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pick]이엘리야, 상상 밖의 빛깔들

'미스 함무라비'로 매력적 캐릭터 완성, 그의 일과 일상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사실 '쌈, 마이웨이'의 박혜란이 나와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미스 함무라비'의 이도연 정도의 느낌을 예상했다. 큼직하고 화려한 이목구비에서 오는 다소 차가운 인상이 그간 그가 연기했던 배역들과 겹쳐보여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주앉은 배우 이엘리야에게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이웃 같기도, 깊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소꿉친구 같기도 했다.

지난 2013년 tvN 드라마 '빠스껫 볼'의 주연으로 파격 발탁돼 데뷔 신고식을 치른 그는 이후 '참 좋은 시절' '돌아온 황금복' '쌈, 마이웨이' '작은 신의 아이들' '미스 함무라비'까지 부지런히 연기 경험을 쌓았다. 주로 도도한 이미지를 내세운 캐릭터를 도맡았지만,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이엘리야의 본 얼굴이 그들과 그리 많이 닮아있지는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복면가왕'에 깜짝 출연해 무대 위에서 지었던 맑고 환한 웃음이 오히려 이엘리야의 진짜 표정들과 가까운 빛깔이었던 것 같다.

◆"도도한 이미지 부담? 많이 내려놨죠"

'쌈, 마이웨이'부터 '미스 함무라비'까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엘리야의 배역들은 주로 화려하고 도도해보이는 외양의 캐릭터들이었다. 때로 악역까지 소화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던 그는 이미지와 배역들 탓에 얻곤 하는 오해들에 이제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일일극의 악역을 연기하면서는 가위에까지 눌리는 고통을 느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하지만 '난 이런 사람인데 나를 인물로 오해한 사람들이 날 미워하는구나'라는 생각은 차츰 내려놓게 됐다.

'"악역을 연기할 땐 욕도 많이 먹고 비난도 많이 받았죠. 늘 누군가의 칭찬, 혹은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제 많이 내려놨고요.(웃음) 아쉬움은 특별히 없지만,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이 더 무궁무진하니 스스로 그것을 기다리려 해요."

완벽한 업무 능력을 지닌 사무관 이도연 역을 연기한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선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도연은 흠 잡을 곳 없는 능력에 더해 화려한 외모까지 지닌 인물. 주변의 불필요한 오해와 불쾌한 시선까지 얻는 인물로, 이엘리야는 이 배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미스 함무라비'는 좋은 드라마, 착한 드라마를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죠. '많은 분들이 사람들이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싶어 하시는구나' 느꼈어요. 저 스스로도 따뜻해지며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요. 이 드라마가 추구한 선, 정의, 옳고 그름이 어찌보면 비현실적이거나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에 같이 감동해주신 것 자체에 말이에요. 저 역시 그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한 시대의 사람이니까요. 제게도 굉장히 희망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미투(Me Too)' 대사 수정 제안…"유행으로 끝나지 않아 다행"

'미스 함무라비'는 극 중 웹소설 작가로 성공한 이도연이 오래도록 꿈꿔 온 '진짜 이야기', '미스 함무라비'를 적어내려가며 끝을 맺는다. 현직 판사이자 원안자, 극본가로도 활약한 문유석 작가가 이도연이라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엘리야는 "모든 인물에 작가의 생각이 투영됐겠지만, 그런 이도연을 연기한 것이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도연이 원작에서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인물로 탄생한 것에 대해선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이엘리야가 할 수 있는 이도연'을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고민이 굉장히 컸다"고 고백했다.

"계속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대본을 읽어보고 계속 생각했죠. 누군가를 참고하지도 않았어요. 저만이 할수있는 이도연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이도연이란 사람이 있다면 어디서 본적 없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나만이 할수있는 이도연이 되어야 한다 생각했어요. 저 자신에게 계속 집중하며 감독, 작가와 이야기하면서 이도연을 완성해갔어요."

문유석 작가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속 한 대사를 이엘리야의 생각 덕에 보다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었다며 인터뷰를 통해 그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문 작가가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를 '유행'으로 표현했던 대목을 '이슈'라 고치게 된 데에는 이엘리야의 조심스러운 제안이 있었다.

"작가의 영역이 있고 배우의 영역이 있으니 사실 대사를 많이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시 '미투'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기 전이었는데, 대본에 '유행'이라고 표현돼 있었어요. 그런데 왠지 '유행'이라는 표현은 하면 안될 것 같더라고요. 마침 작가님이 현장에 와 계셨고, 고민하다 말씀드렸어요. 그러다 '이슈'라고 표현하게 됐죠. 사실 어떤 단어로 표현해도 민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지만 잘 바꾼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땐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유행으로 끝나진 않았으니까요."

◆따릉이·ITX·노다메…이엘리야를 설명하는 단어들

그간 해왔던 인물들과 다른 결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면, 특별히 탐이 나는 종류의 인물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일본 원작의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 역을 꼽았다. 극 중 노다메는 사랑스럽고 엉뚱한 매력이 빛나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평소 음악을 좋아하고 즐긴다 말했던 그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노다메가 음대생이 가는 엘리트 코스를 가길 원하잖아요. 하지만 노다메는 유치원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죠. 세상의 기준은 그의 천재적 기질을 바꾸려 하지만, 노다메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굉장히 밝아요. 남들의 잣대에 자신의 삶을 대려 하지 않고요. 수더분해보일 수 있어도 자신의 행복을 향해 밝게 나아간다는 점에서 마냥 캔디같지도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음악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말할 땐 큰 눈이 더욱 커지고 맑은 눈동자가 더욱 반짝이다. 연기 활동을 잠시 쉴 때면 무엇을 하는지 묻자 더욱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아이티엑스(ITX)를 타고 청평, 가평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답하며 이엘리야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2층 좌석을 추천하며, 1층으로 잘못 예매해선 안된다고 팁까지 알려주는 모습이 영락없이 친근하다. '자연인' 이엘리야의 일상을 대화로 나누며, 30대를 앞둔 차분하고도 알찬 포부를 들어봤다.

"청평, 가평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따릉이를 타고 다니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최근엔 저만의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를 찾았는데, 주로 자연에서 충전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대나무를 보며 평온함을 찾기도 하고요. 제 20대를 돌아보면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하기도 했지만 커리어에 앞서 제 삶에 있어 나름대로 치열하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해요. 잘 쌓아온 것 같아요. 20대를 잘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론 더 열심히 해야 해요. 누구에게나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작업도 하고 싶고요. 일 뿐 아니라 저만의 일상을 보내는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감동이 되도록' 살고 싶어요."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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