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기적 이끄는 달리치 감독, 이성적인 승부사

평범했던 현역, 전북에 ACL 우승 내주기도…원팀 위해 냉정한 선택도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정상적인 승부를 하겠다."

크로아티아를 사상 첫 월드컵 결승으로 올려놓은 즐라트코 달리치(52) 감독은 현실적인 승부사다. 팀의 상황을 냉정하게 살피고 위해 요소를 제거한 뒤 철저하게 원팀으로 끌고 간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진행 과정에서 달리치 감독의 선택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나이지리아와 1차전 후반 44분 니콜라 칼리니치(AC밀란)는 달리치 감독의 교체 출전 요구를 거부했다.

[사진=UAE 알 아인 시절의 달리치 감독, 2016 전북 현대와 ACL 결승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통상 늦은 시간 교체는 승리를 지키기 위한 교체인 경우가 많다. 칼리니치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는 허리 통증을 이유로 달리치 감독의 교체 출전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고심하던 달리치 감독은 팀 기강을 잡기 위해 칼리니치의 퇴출을 선택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22명의 선수단으로 16강부터 4강까지 모두 연장전 혈투를 치르면서도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보여줬다.

달리치 감독은 잉글랜드와 4강전을 2-1 역전승으로 끝낸 뒤 "선수 다수가 잔부상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며 원팀으로 뭉쳐 얻은 결과임을 강조했다.

팀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유지하려 애쓰는 데는 달리치 감독의 성장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 스포츠'는 "달리치 감독은 현역 시정에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엘리트였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이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달리치 감독은 하이두크 스플리트를 통해 데뷔했다. 현재는 크로아티아 명문팀이고 한국에는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통곡의 벽' 마토의 친정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역 당시에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팀이었다.

2005년 지도자에 입문해 바라주딘을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인상적인 성적은 거의 없었다. 2010년 알 파이살리(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아시아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2014년부터 알 아인(UAE)을 맡아 리그 우승 등의 성적을 냈다. 이명주(아산 무궁화)가 달리치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까지 오르고도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막지 못해 우승을 내준 뒤 이듬해 팀에서 물러났다. 세계 축구계 기준으로는 변방을 전전한 셈이다.

우연처럼 지난해 10월 안테 차치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크로아티아 사령탑에 선임됐다. 그리스와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를 거두며 어렵게 본선에 올랐다. 본선 준비 과정에서 치른 네 차례 평가전도 2승 2패로 평범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근성을 강조하고 공격 지향의 축구를 구사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크로아티아는 물론 유럽 최고 미드필더로 평가 받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가 중원에서 중심을 잡고 경기를 끌고 가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토너먼트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탄탄한 중원을 앞세워 전방을 지원,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이반 페리시치(인테르 밀란)이 공격에 전념하는데 일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1998 프랑스월드컵 4강전에서 프랑스에 1-2로 패해 3~4위전으로 밀린 아픔을 지우는 일이다. 당시 달리치 감독은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복수보다는 우리 스스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겠다"며 현실적인 선택을 예고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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