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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검은사막 모바일' 만든 32세 개발자의 꿈


조용민 펄어비스 PD "개발팀 신뢰 얻으려 노력…명작 만들고파"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올해 2월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은 론칭 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강타하며 대흥행에 성공했다.

기존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탁월한 그래픽과 장인 정신마저 느껴지는 연출, 펄어비스의 발빠른 대응에 힘입어 출시 두 달을 앞둔 지금까지도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을 만든 조용민 PD는 1987년생, 올해로 32세 청년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1세대 개발자들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불과 30대의 젊은 개발자가 괄목할만한 성공을 일군 것. 그 비결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준비로 한창 바쁜 조용민 PD를 만나기 위해 23일 펄어비스 본사를 찾았다.

그는 "검은사막 모바일은 제가 만든 게임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다 같이 만든 게임"이라며 공을 돌린 뒤 "늘 새로운 즐길거리와 경험을 선호하고 또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기조라 첫 단추를 잘 꿰었다"며 성과를 자평했다.

◆그는 어떻게 흥행 대작을 만들었나

궁금했다. 30대의 젊은 PD는 어떻게 완고한 선·후배 동료 개발자들을 리드하고 설득해 이러한 결과를 이끌었을까. 모바일 RPG라면 으레 존재하는 요일별 던전이나 골드 등 게임머니를 버는 골드 던전 역시 존재하지 않는 등 검은사막 모바일이 기존 모바일 게임들의 흥행 공식과 많이 벗어난 게임이었기에 이러한 의문은 더욱 컸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개발 초기에는 경력이 많든 적든 제 말을 듣지 않으려는 분들이 있었죠. 저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기획을 할 것인지 핵심 멤버에게 신뢰를 받기까지 2년은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장기간에 걸쳐 대화로 이를 풀어나갔습니다."

그의 무기는 객관성이었다. 감정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오직 실제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멤버들을 설득했다. 과거의 흥행 공식을 검은사막 모바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이에게는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릴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읽어 이를 게임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했다. 실무도 놓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결과를 보여줘야 다른 팀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사람들의 의견을 보면 객관적인 척 하지만 실은 주관적인게 많습니다. 이러한 주관을 시장의 논리로만 보는 데 집중했지요. 또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자신의 역량을 올리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특정한 누구의 아이디어라기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모두의 결론이 반영된 게임이지요."

회의 역시 최대한 줄였다. 조 PD는 "회의의 형태에서 의견을 결정하려 하면 늘 부작용이 나더라"라며 "브레인 스토밍이 필요하면 굳이 회의보다 밥을 먹으러 갈때 했다. 굳이 회의를 열지 않는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이 쓴 '가면'을 벗겨내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기획자도, 프로그래머도 '게이머'로서 지금 작업한 결과물이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지 꼬집어보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보통 게임사에서는 내가 만든 게임이니까, 재미있다고 착각하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처럼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본질을 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지요."

게임의 핵심 가치인 '재미'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모든 걸 원점에서 되살피기도 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요일 던전, 골드 던전 따위가 없는 이유다.

"틀을 깨고자 했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좋아하는 틀일수도 있고 그게 필요할수도 있어요. 특히 이용자가 익숙하니까 괜찮다고 할 요소들을 뒤집어서 검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숙제처럼 플레이하는 콘텐츠에 적잖은 이용자가 지쳐있는 걸 느꼈지요. 어설프게 있을 바에는 존재하지 않는게 좋다고 봤습니다. 물론 개발팀 내부에서도 이러한 틀에 갇힌 분이 많았는데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물으면 막상 대답을 잘 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신규 콘텐츠를 더할 때는 기존의 것에 대한 의심부터 하고 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팀은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자기보다 나이어린 PD에 무조건 반대하는 움직임도 사그라들었다.

"나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개발자분들도 본인의 성장이 느껴진다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최신 트렌드를 자존심 구기는 일 없이 배울 수 있고, 신입들은 경력자들의 노하우를 찍어누르듯이 배우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남다른 법.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어온 조용민 PD는 대학 진학 후 각종 게임 대회에서 상을 휩쓴 인재였다. 어렸을 적에는 집이 가난해 부자 친구집에 놀러가 게임을 즐기기 좋아했던 게이머이기도 했다. '이스 이터널', '페르시아의왕자', '원더보이', '열혈시리즈' 등이 기억에 남는 게임이라고.

게임을 만든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들은 컴퓨터 수업이었다. 좋은 스승을 만났다. 프로그래밍을 전문으로 하는 선생님도 아니었는데 본인이 직접 공부를 해 열의를 보이는 조용민 PD를 가르쳤다. 조 PD 역시 스스로 공부를 거듭하며 실력을 쌓았고 급기야 컴퓨터 수업의 조교로까지 활약하게 됐다.

"집에 컴퓨터가 없었어요. 그래서 방과 후에 컴퓨터실을 이용해도 될지 여쭸더니 선뜻 열쇠를 주시더라고요. 친구 세네 명과 함께 방과후 컴퓨터실에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학주(학생주임)가 몬스터로 나오고 횡스크롤에 테트리스, 슈팅 요소가 다 붙은 게임이었는데, 반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몰래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뭐랄까. 신이 된 기분이었어요. 나한테 싫은 소리하는 친구는 게임상 능력치를 깎아놓고 장난을 잘 치는 친구는 게임 상에서 이상한 능력치를 넣곤 했으니까요."

그는 대학 진학 후에도 게임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물류 센터를 다니며 지게차 자격증도 땄다. 부족했다.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게임이 대안이었다.

"복학 이후 실력이 좋은 친구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포섭을 했죠. 나중에 듣고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하더군요. MT를 갈 때마다 항상 '나랑 게임을 만들어보지 않겠나'라는 말만 하고 다녔으니까요. 후배들 사이에서는 '불쌍한 형'으로 통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기 시작한 게임은 점차 세간의 이목을 받는 기대작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학교서 강의실과 인력을 지원할 정도였다. 이 게임은 국내 공모전에 출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다. 친환경 요소를 담은 퍼즐 게임 '은가비'는 이후에도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조 PD의 감각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

유명 인디 게임 개발자인 '별바람' 김광삼 전 교수와의 인연도 여기서 맺었다. 김 교수는 조용민 PD의 학점을 주던 스승이자 당시에는 아마추어 개발자였던 그를 메이저 게임사로 연결해준 은인이기도 했다.

"교수님이 NHN게임스에 가보라고 하셨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면접 자리였더군요. 회사에 들어간 후 'C9' 개발에 참여하며 클래스(직업) 만드는 일을 했지요. 교수님이 절 좋게 봐주셨습니다. 재미있는건 지금 펄어비스에서 교수님이랑 같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에요(펄어비스는 올해 초 김광삼 전 교수를 영입했다)."

◆진화 예고한 검은사막 모바일 "명작 만들고파"

검은사막 모바일은 새로운 변혁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 신규 직업인 '소서러'를 비롯해 상시 PK를 즐길 수 있는 나이트메어 모드 등 굵직한 변화를 앞둔 콘텐츠 업데이트가 예고돼 있기 때문. 특히 소서러는 권법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독특한 직업으로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서러는 PC 검은사막에서도 논란이 많았어요. 마법을 주로 쓰는 다른 게임의 소서러를 기대하고 왔다 실망한 분들도 계셨지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브랜딩을 시도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픈 전 '레이븐'과 '카르마'로 소서러의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설문을 했는데 결국 이용자는 '소서러'를 택했습니다. 우리가 구축한 소서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 과연 이익일지 생각이 됐습니다."

앞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조용민 PD에 따르면 PC 검은사막에서도 메이저 업데이트로 평가받은 '각성'이 모바일 버전에서도 향후 도입될 예정. 각성은 기존 직업군이 사용하는 무기가 바뀌고 기술이 강화되는 주요 콘텐츠로 검은사막 모바일에서의 적용 여부가 늘 관심사로 꼽혀왔다.

다만 각성이라는 명칭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으며 강제로 사용하는 무기를 바꾸기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워리어의 경우 검과 방패와 각성 후 사용하는 무기인 대검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검은사막 모바일의 클래스들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를 각성으로 풀어볼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강요하면 모두가 똑같이 되니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싶어요. 다만 이럴 경우 공수가 크다보니 내부적으로 한창 논의를 하는 중입니다."

모든 이용자가 서버 구분없이 만나 콘텐츠를 즐길 날도 머잖아 올 것으로 보인다. 조 PD는 "투기장을 시작으로 전 서버 공용 콘텐츠를 도입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투기장은 진행할 예정"이라며 "하나씩 하나씩 단계적으로 이행하려 한다. 서버 간의 경계는 점차 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점차 MMORPG라는 장르에 걸맞는, 그리고 이용자가 즐기길 원하는 콘텐츠를 깊이있게 파고들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개발팀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패턴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이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중입니다.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거나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하는 TF가 있는가 하면 강성 이용자를 위해 대결(PvP) 콘텐츠만 주력하는 곳도 있죠. 어느 한쪽으로만 쏠리는 건 지양하려 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펄어비스가 처음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기도 하고 퍼블리셔로서 국내 처음 선보인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어떤 게임사보다 빠르게 고칠 겁니다. 우리의 기조지요.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고치고 빠르게 변혁할 겁니다."

앞으로 한국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32세의 젊은 개발자의 개발 철학은 무엇일까.

"명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게임업계는 제품을 만드는 이들과 작품을 만드는 이들로 구분이 됐어요. 수익성과 자신의 철학을 담은 게임, 그리고 시대에 걸맞는 트렌드에 부합하면 이게 결국 명작이 된다고 봅니다. 제가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무엇이 될지 내다보는 것. 그리고 제품성을 포기하지 않되 작품을 만드는 걸 잊지 않는다는것. 그게 제 철학입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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