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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위클리]성추행 김생민, 10년 침묵 속 드러난 2차 피해


2차 피해 막을 수 구조적 문제 논의돼야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방송인 김생민이 그의 유행어처럼 '스튜핏'하게 제1 전성기를 스스로 마감했다. 그의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의 제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방송계를 비롯, 사회 구조적 병폐를 또 한번 드러냈다.

지난 2일 디스패치는 김생민이 2008년 서울 모처의 한 노래방에서 방송국 스태프 두 명을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생민은 해당 매체와 동행, 이 중 한 명인 피해자 A씨를 만나 사과했다. 이날 김생민은 공식보도 자료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시켜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10년 전 출연 중이었던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습니다"라고 성추행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미투운동' 이후 연예계에 성추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생민의 성추행은 또 다른 충격과 놀라움을 안겼다. KBS 2TV '연예가중계', SBS '동물농장' 등 장수 프로그램에서 대표 출연자로 활동하며 신뢰를 쌓아온 김생민은 '성실' '근면'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은 그의 이미지는 성추행 가해자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근면' '성실'한 이미지는 때론 짠내 나기까지 한 검소한 소비활동과 맞물려 김생민은 대중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김생민이 출연한 송은이와 김숙의 팟캐스트의 한 코너는 지난해 11월 KBS 2TV에서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이름으로 정규편성됐고 그는 이곳에서 '그뤠잇' '스튜핏' 등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계에 발을 담근 후, 26년 만에 처음 맞은 전성기였다.

오랫동안 인연을 쌓은 프로그램을 포함해 '김생민의 영수증', MBC '전지적 참견 시점', tvN '짠내투어', MBN '오늘 쉴래요' 등 김생민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7개.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프로그램들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특히 '소비요정' 김생민이 중심이 되는 '김생민의 영수증'은 방영 중단을 결정했고 '짠내투어'는 결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생민을 간판으로 내세운 다수의 광고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김생민의 제1 전성기는 이렇게 6개월 만에 끝이 났다. 그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날인 지난 3일 소속사 SM C&C는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큰 누를 끼칠 수 없어 제작진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하차 의사를 전했다"며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 출연진 및 김생민씨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김생민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평소 절약하는 태도, 가치관과 신념 때문에 무시당하는 모습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미지는 친서민적이었고 약자에 가까웠던 것. 지난해 여름 MBC '라디오스타' MC들이 절약하는 김생민을 무시하고 조롱했다며 시청자들이 항의글을 쏟아내고 대신 분노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그도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의 가해자로 밝혀져, 대중의 배신감은 그만큼 컸다.

김생민의 성추행 사건은 다시 한번 2차 피해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피해자 A씨는 10년 전 해당 사건을 프로그램 제작진에 알리고 항의했으나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고 방송국 내 부당한 침묵과 처우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A씨는 방송가의 이런 행위가 부당한 노동관행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10년 동안 고통스럽게 간직한 성추행의 기억을 공개적으로 꺼낸 이유였다.

성추행·성폭력에 대한 조직 내 침묵과 방관, 부당한 처우 등은 '미투운동'의 본격 시발점이 된 지난 2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의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세계적 거장이라는 이름 뒤에 추악한 민낯을 숨기고 있던 김기덕 감독의 사건 또한 대표적인 예다. 연극계, 영화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해자의 행위를 침묵하거나 두둔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작 가해자는 지워지고 피해자들은 또 다른 피해를 입었다.

김생민을 비롯해 그간 많은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들이 밝혀졌고 이들은 프로그램 하차, 활동 중단 등을 선언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오랜 고통이 과연 이것들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피해사실을 고백해왔다. 가해자의 법적·사회적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더욱 깊은 논의가 이제는 필요하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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