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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준지·에잇세컨즈'… 삼성물산 '패션 삼총사' 해외성과 저조


2020년 패션사업 매출 10조원 달성 어려울 듯…패션사업 성장률 정체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글로벌 브랜드 삼총사'가 해외 시장에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패션사업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이서현 사장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남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여성복 브랜드 '구호' ▲남성복 브랜드 '준지' ▲SPA(제조판매일괄)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삼각편대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이서현 사장이 인수를 주도했던 구호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 진출한 후 지금까지 해외 단독 매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뉴욕의 '버그도프굿맨'과 '노드스트롬', 홍콩 '레인크로포드', 싱가포르 'CLUB21' 백화점 등에 입점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모두 일부 매대와 행거에 제품을 진열하는 '홀세일 비즈니스' 형태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 가장 빠르게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준지도 진출 10년이 지나도록 변변한 해외 거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합류한 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홍콩 레인크로포드와 영국 헤롯 백화점에 매장을 열었지만 이마저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다.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정욱준 상무는 이서현 사장이 만든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2009년부터 3년 연속 수상해 '이서현 키즈'로 불린다. 지난해 준지가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삐띠워모'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됐을 당시 이서현 사장이 정 상무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넨 것도 이런 각별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서현의 기대작이었던 구호나 준지 모두 해외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며 "이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구호를 매출 2천억원, 준지를 매출 1천억원의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경쟁사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이들 브랜드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섬의 남성복 브랜드 '시스템옴므'는 올 초 중국 항저우 지역의 프리미엄 백화점 '다샤'에 정식 입점한 데 이어 최근 프랑스 최대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단독 매장을 냈다. 한섬은 올 하반기까지 '시스템'과 '더캐시미어'의 단독 매장을 라파예트에 각각 열 예정이다. LF의 헤지스 역시 중국에서만 270여개의 단독 매장을 확보 중이다.

물론 '단독 매장 오픈=성공적인 해외 진출' 공식이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와 인기를 평가하는 가늠자 역할은 할 수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해외에 단독 매장을 마련하려면 편집숍 입점 및 팝업스토어 개설, 현지 컬렉션 참가 및 프레젠테이션 진행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브랜드를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 역시 "해외에 단독 매장이 있으면 좋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경쟁 브랜드도 많은 데다 유통 환경이 달라 초반 안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구호와 준지 모두 매 시즌 컬렉션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고객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 거점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단독 매장 오픈 보단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방점을 찍는다는 방침이다. 준지가 전 세계 100여개국 130개 매장에 입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인지도 제고에 매달린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매장을 낼 순 있지만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나오는 지는 또 다른 이야기"라며 "패션 사업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매장을 내긴 했으나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향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전하는 에잇세컨즈, 中 2호점 오픈 올 스톱

이서현 사장이 몇 년간 공들여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단독 매장 오픈=성공적인 해외 진출'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중국에 직진출한 에잇세컨즈는 기획 당시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어졌으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잇세컨즈 상하이 법인과 트레이딩 법인은 올 상반기 각각 14억원, 3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상하이 법인이 21억원, 트레이딩 법인이 15억원으로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이서현 사장은 에잇세컨즈를 해외매출 10조원의 아시아 3대 SPA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언제 풀릴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중국 의류시장 내 글로벌 SPA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잇세컨즈의 앞날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상하이에 에잇세컨즈 2호점을 오픈하는 것도 중단된 상태다. 최근 2년간 1천500억원대에 머무른 브랜드 실적 역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패션뿐 아니라 모든 유통업계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에 추가 출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갖은 악재 속에서도 에잇세컨즈가 전년 동기 대비 누적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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