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중국 한민족 경제현장을 가다] 연길편(2.끝)


 

옌지(延吉)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까지만 해도 옌지를 중심으로 한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경제는 주로 농업과 임업이 중심이었다. 공업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제지나 담배 공장 등 농업과 임업을 바탕으로 한 공업이 주류였다. 실제로 담배 산업은 옌볜자치주 재정의 4분의 1을 충당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수교 이후 한국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관광산업. 특히 관광산업은 최근 '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영세업자가 관광산업을 주도해왔으나, 최근 대형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과 함께 조금씩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 IT 산업이다. 주정부에 IT 담당 부서가 설립되고, 한국과의 교류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이들 두 산업은 특히 옌지와 옌볜의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현대화한다는 측면과 함께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정부가 이를 어떻게 육성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백두산(장백산)에서 골프장까지…

최근까지 옌지 관광은 주로 백두산 관광을 의미했다.

하지만 백두산 관광은 여름 한 철로 제한되고, 백두산을 둘러보는 것 외에 다른 여흥거리가 없어 관광객을 장기 체류시킬 길이 별로 없었다. 수교 이후 관광이 옌지의 주요 산업이었지만, 규모 면에서는 크지 않았던 것.

참빛그룹은 특히 이 골프장 주변에 스키장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옌지는 여름 관광(백두산-골프 패키지) 뿐이었으나, 겨울에도 옌지를 찾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9월 옌지를 국제공항으로 승격시키는 한편 한국과의 직항노선도 개설했다.

옌볜대학 경제학부 현동일 교수는 "옌지 경제가 부흥하려면 산업 발전이 필수"라며 " 특히 옌지가 주력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관광 산업이고, 과거와 달리 이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최종민 참빛그룹 사장은 "옌지는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이라며 "참빛그룹 이대봉 회장은 한국인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는 신념아래, 92년부터 백두산 관광길을 개척하고, 이번에 36홀 짜리 대형 골프장을 건설했다"며 동남아 골프 여행을 이제 옌지로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해란강 골프장'은 연길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골프장은 이름 그대로 해란강을 끼고 건설됐다. 모두 36홀이다.

최 사장은 "옌볜대학에 곧 골프학과를 설립해 좀 더 규모 있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콘도와 함께 클럽하우스 3층에는 대형 국제회의실이 마련돼 있어, 여행과 비즈니스를 겸한 장소로도 이곳이 안성마춤"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옌지의 IT 산업

관광 산업과 함께 옌지 경제에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IT산업이다. 중국 전역에서 볼 때, 옌지는 외지고, 인구 40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옌볜대학과 옌볜과기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배출하는 게 강점일 수 있다.

또 IT 산업이 발전한 한국과 거리가 가깝고, 언어적인 장벽도 낮아, 양쪽 협력 여부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한국 IT 기업의 옌지 진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옌지는 '한국 IT상품의 중국 테스트베드'

옌지에는 지난 99년부터 PC방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PC방이 150개에 달한다. 하나의 PC방에는 보통 100여대의 PC가 있으며, PC 사용률은 60% 가량 된다고 한다. PC방에서만 매일 1만여명 가량이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또 ADSL 가입자도 4만여 명에 달한다. 옌지 시내 인구가 40만여 명이니, 4인 가족 기준으로 2.5가정당 한 가정에 ADSL이 깔린 것. ADSL 보급률은 중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옌지의 경우 한국의 IT 문화를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언어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족 벤처기업가인 현석봉 국제정보항 사장은 "리니지 게임의 경우 연길은 언어장애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과 동시에 확산된다"며 "이는 한국의 IT 상품이 중국에 본격 진출하기 전에 연길을 훌륭한 테스트베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도시에 진출하기 전에 옌지에 먼저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IT에 눈 뜬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

사실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의 IT에 대한 자각은 민간에 비해 늦은 편이다. 주정부 내에 IT 산업을 관리할 부서가 생긴 게 고작 지난해이다.

하지만 늦게 자각한 만큼 열의는 오히려 대단하다.

쟝 국장은 특히 "옌지 개발구 안에 '옌볜-두만강 정보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린성(吉林省) 정부와 협력해 이를 성(省) 차원의 국가 중점 사업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현재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린성 정부는 현재 성도(省都)인 창춘(長春)에 3개, 지린(吉林)에 1개, 옌지에 1개 등 총 5개의 IT 산업단지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중앙 정부의 개발기금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옌볜-두만강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치주 정부는 4평방Km의 부지를 확보해놓고 기업을 입주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쟝 국장은 또 "IT 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입안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옌지 시장 규모가 작지만, 조선족이 많아 한국 IT 기업에 유리하다"며 "IT 산업은 물류가 중요치 않기 때문에 선양(沈陽), 하얼빈, 창춘 등 동북 대도시와 광쩌우 등 연안 대도시까지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IT 기업 교류 발길도 잦아져

옌지의 변신과 함께 한국 IT 기업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이 회사 양철형 총경리는 "옌지의 미래 산업은 IT 밖에 없다"며 "옌지를 기반으로 다른 대도시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최근에 옌지에 진출하는 한국 IT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대덕밸리에 있는 지지21은 최근 옌지의 '주룡숫자유한회사'와 제휴했다. 아이템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이다. 지지21이 개발하고 주룡숫자가 중국 내에서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문호 주룡숫자 사장은 "옌지 교통국으로부터 ITS 사업을 수주해 지지21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백두산지역 관광회사에도 GPS와 GIS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공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특히 "여기서 성공한 모델을 가지고 베이징 등 대도시로 확장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옌볜과기대 출신 벤처 1호인 현석봉 사장도 눈길을 끈다.

그는 98년 졸업과 함께 창업에 나선 벤처기업가. 최근 지린성(吉林省) 정부가 IT 시범항목으로 인준한 포털사이트인 '아이연변두만강국제정보항(www.iyanbian.com)'을 개설해 시범 운영중이다. 다음달 초에는 본격 개통할 예정이다.

현 사장은 "이 포털 사이트를 한국에 옌지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 IT 콘텐츠 기업의 중국 진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국내 웹메일 회사인 인에이지 및 아동용 교육 콘텐츠 회사인 '부키의 동화나라'와 곧 제휴할 예정이다. 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두 회사의 콘텐츠와 솔루션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고, 영업도 할 계획이다. 또 한국 기업과의 제휴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IT의 해란강 골프장'이 필요하다

현 사장은 또 한국 기업의 옌지 진출과 관련, "옌지에는 옌볜대학과 옌볜과기대가 있어 인재 창출이 잘 되고 있지만, 한국 IT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눈높이를 잘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하고, 옌지에서는 초기에 단순한 SW 작업을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옌지 내에 대규모 IT 인력 양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옌지에 IT 인력이 대규모로 양성되면, 옌지로서는 지역의 IT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한국 기업은 진출하기가 더 쉬워지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IT 대기업의 눈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해란강 골프장'이 옌지 관광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상징적인 사업이 됐듯, 옌볜대학과 옌볜과기대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옌지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현대화된 대규모 IT 교육시설을 건설하는 게 핵심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 등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어차피 앞으로도 양질의 중국 인력을 대규모로 필요로 한 만큼, 옌지를 중국 인력 양성의 근거지로 활용해 봄직도 하다는 것이 이곳 IT 전문가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옌지(延吉)=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중국 한민족 경제현장을 가다] 연길편(2.끝)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