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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육성이 곧 성적이다③LG 트윈스 '이천효과 톡톡'


세대교체 성공 2년만의 PO 진출, '반면교사'에서 '좋은 예'로 변모

[정명의기자] LG 트윈스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오랫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으로 남아 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 연속 가을야구의 구경꾼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길어진 암흑기는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못 설정한 데서 기인했다.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못하자 당장의 전력 보강을 위해 대형 FA를 영입하는데 힘을 기울였고, 이는 유망주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LG는 대형 FA선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2012시즌을 마치고 불펜 투수 정현욱을 4년 28억6천만원에, 2015시즌을 마치고 포수 정상호를 4년 32억원에 영입한 것이 전부. FA 최고 몸값이 80억원~100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LG의 영입은 '알뜰 쇼핑'이었다.

◆구단 역사의 전환점, 이천챔피언스파크

대형 FA를 영입하지 않은 대신 LG는 육성 시설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지난 2014년 준공된 이천의 'LG 챔피언스파크'가 LG의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챔피언스파크 건립에는 1천억원 이상의 금액이 투입됐다.

기존의 2군 훈련장, 경기장이 위치해 있던 구리는 시설도 낙후됐고 지리적으로 도심과 가까워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반면 이천의 챔피언스파크는 최신식 시설이 갖춰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하고싶은 만큼 훈련을 할 수 있다. 도심까지 나가려면 자동차로 1시간이 걸려 딴 생각을 하기도 어렵다.

양상문 LG 감독도 2014년 챔피언스파크의 개장 당시 "분명히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천을 통해 성장한 젊은 선수들을 1군에서 적극 기용하며 '육성의 최종 단계'인 경험을 쌓게 했다. 그 효과는 올 시즌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뤄낸 숙원, '세대교체'에 '성적'까지 잡아

LG의 숙원은 세대교체였다. 특히 주축 야수진의 고령화는 LG가 어떻게든 풀어야 할 과제였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LG는 1군의 터줏대감이던 9번 이병규와 이진영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이진영은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고, 이병규는 시즌 내내 2군에만 머무르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상징적으로 1타석만을 소화했다.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이자 LG의 간판스타였던 이병규와 이진영 없이 시즌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은 넘치는 유망주들 때문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채은성을 비롯해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로 이병규, 이진영의 공백을 메웠다. 시즌 중반 위기도 있었지만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은 조금씩 잠재력을 꽃피우며 1군 선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결국 LG는 전반기까지 8위에 그쳤던 성적을 끌어올리며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LG는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거듭 통과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아쉽게 NC에 가로막혀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지는 못하게 됐지만, 양상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10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1년 이상의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만족해 했다.

◆바뀌고 있는 KBO리그 추세, 반면교사→좋은 예

선수 육성에 힘을 쏟는 것은 비단 LG만의 노력은 아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2군 시설에 투자하는 구단이 많아졌다. 2군에 공을 들인 만큼 1군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 최근 추세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 NC, 넥센, LG, KIA 모두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는 팀들이다.

LG는 그동안 KBO리그에서 일종의 '반면교사' 역할을 해왔다. 냉정히 말해 'LG처럼 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반대다. LG가 선수 육성과 활용의 좋은 예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때로는 과감한 선수 영입도 필요하다. 두산이 2014시즌 후 FA 시장의 최대어였던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해 그 효과를 누리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것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가 된 두산이 육성을 통해 기본 전력을 잘 갖춰놓았기 때문에 장원준의 영입도 빛날 수 있었다.

과거 LG에는 '유망주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유망주들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제 LG는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히트상품'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놨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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