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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G5 실수, 반복 없다" LG전자 평택공장 가보니


5천시간 품질 테스트…V20 미국 출시 앞두고 생산라인 바삐 돌아가

[강민경기자] "G5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가 지난 7월28일에 있었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당시 강조했던 부분이다.

LG전자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5'는 지난 3월 출시 당시 특이한 모듈형 디자인과 듀얼카메라 기능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초기 생산수율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성장동력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지난 19일 찾은 'LG 디지털파크'에서는 더 이상 G5 출시 당시처럼 수율 등의 문제를 겪지 않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이곳은 G시리즈와 V시리즈로 양분되는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군의 주력 생산기지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3천960만대 수준이다.

◆살펴보고 돌려보고 다시보는 '테스트 중심' 생산라인

먼저 스마트폰 최종 조립라인이 있는 G2동으로 향했다. 화사한 연두색 방진복을 입고 파란 덧신까지 신었다. 거센 바람이 부는 에어워시룸(air shower)을 통과하자마자 구인회 LG그룹(당시 럭키화학) 창업주가 남긴 어록이 보였다.

"보래이,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이 어록은 LG전자 전 세계 80여개 생산·판매법인에 걸려 있다고 한다.

이날 V20는 총 6개 조립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해당 제품이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기에 평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1개 라인에서는 하루 4천~5천대가량의 스마트폰이 생산된다. 모델별 생산라인 수는 하루 단위로 바뀐다.

특히 최종 조립라인에서는 제품의 조립부터 검사,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한 번에 끝난다. 라인 당 생산 인원은 10~15명 정도다. 여기서 제품은 1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중 제품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점검하는 '테스트 과정'의 비율이 50% 이상이다. 약 27m 길이의 조립라인 중 10m를 테스트 장비가 차지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수백가지 기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조립된 세트는 마이크, 스피커,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기본 부품의 특성을 검사하는 'MITS(다기능통합검사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이후 각종 센서와 터치 드로잉 등 감성적 판단이 필요치 않은 항목을 자동화 설비로 검사하는 '추가기능검사'가 실시된다. 사진이나 동영상,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기능은 사용자 관점에서의 주관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직원이 직접 검사를 한다. 이를 '사용자기능테스트'라고 한다.

이를 모두 마친 제품은 무선 감도를 측정하고, 라벨을 부착하고, 모바일 ID를 입력하는 등의 공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불량 여부를 육안으로 살펴보는 '최종검사'를 끝내면 포장라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기 한 대가 최종 조립라인 공정을 모두 마치는 데 드는 시간은 약 20분이다.

김승렬 LG전자 단말제조팀 부장은 "현재 평택공장에서는 V20와 G5가 비슷한 비중으로 생산되고 있고 이 두 모델이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한다"며 "미국 출시용 V20는 현지 론칭일 2주 전에 출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품인정실'서 5천시간 극한 테스트 통과해야 출시

G2동 3층의 '제품인정실'에 들어섰다. '퍽! 따닥!' 하고 어디선가 둔탁한 낙하음이 들렸다. 무언가가 여기저기서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소리의 주인은 V20를 1m 길이의 통에 넣고 빙빙 돌리면서 한쪽에서 반대편으로 계속 떨어지도록 하는 '연속 낙하시험' 기계였다.

그 옆에는 V20를 전·후면, 모서리 등 여러 방향으로 낙하시키는 '낙하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LG전자 연구원이 V20를 시험기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바닥에 깔린 철판 위로 사정없이 떨어지는 식이었다.

기기가 떨어졌을 때 충격 때문에 배터리 커버가 분리되기는 하지만, 다시 켜 보면 멀쩡히 작동했다. V20가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 규격인 'MIL-STD-810G' 수송 낙하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이곳 제품인정실은 신제품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곳이다. 실제 사용 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는 내구성, 안전, 성능, 수명 관련 시험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규격 시험 등이 이뤄진다.

LG전자는 제품별로 약 5천시간동안 여러 가지 가혹한 조건에서 각종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출시 자체가 불가하다. 이 기간 중 총 1천여 가지 향목의 품질 테스트가 실시된다. 품질 기준만 6만여개다.

제품인정실 곳곳을 둘러보니 G5 뒷면의 홈버튼을 시종일관 눌러대는 기계도 있었고, V20 옆면의 볼륨키를 사정없이 두드리는 기계도 있었다.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때 저 해당 버튼이 얼마나 버틸수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사람 엉덩이 모양의 기계로 제품을 있는 힘껏 누르는 테스트 기계도 있었다. 사람이 깔고 앉았을 때 제품에 얼마나 손상이 가는지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가속 수명 시험실'이라는 곳에서는 어두운 환경에서 여러 가지 휴대폰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사용자가 휴대폰을 쓰는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지 점검하는 곳이다. 다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이 있었기에 안에 들어가 볼 순 없었다.

LG전자는 이 테스트에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램(RAM),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올려 기기를 과부하시키면서 사용 시간을 5~6배 가속화한다. 이는 기기가 기대 수명인 2년까지 버틸 수 있는지 단시간 안에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균흥 LG전자 MC개발품질보증실 부장은 "양산 전 단계의 시제품들은 샘플링(견본을 무작위로 뽑아내는 것)을 통해 이렇게 극한에 가까운 테스트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이 과정을 거친 기기들은 100% 폐기된다"고 말했다.

◆방수 테스트하는 이유? 일본향 제품에 들어가기 때문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군에는 방진·방수 기능이 없다.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넣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인정실에는 스마트폰을 물 속에 침수시키는 방수 테스트 과정도 있었다.

김균홍 부장은 "일본향 제품에는 방수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수 기능을 넣고 이를 테스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GSM아레나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곧 일본 시장에 'V34 이사이 비트'라는 방수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V20와 마찬가지로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을 탑재한 오디오 특화 스마트폰이다. V20와 외관은 유사하지만 5.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크기는 비교적 작으며, IP67등급의 방진·방수 기능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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