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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오빠 김현성의 '리즈시절', 그리고 버킷리스트(인터뷰)


"90년대 전성기,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지금이 좋아"

[이미영기자] '한때 나도 잘 나갔는데 이제는 그냥 옛날 오빠. 박수칠 때 떠났던 난데 다시 박수소리에 용기냈죠'.

가수로서의 전성기가 10년도 훌쩍 지났으니, 사람들은 '옛날 가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어감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알 만한 히트곡으로 그 당시의 청춘들과 비밀스러운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또 그 시대를 함께 했던 이들의 추억 한 켠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김현성은 그래서 참 반가운, 우리들의 '옛날 가수'이자 '옛날 오빠'다.

김현성이 지난 26일 싱글앨범 '리즈시절'을 발매하고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가수 복귀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던 그는 지난해 '슈가맨'을 통해 '강제 소환' 당했고,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 그는 "'슈가맨'을 통해 숨어있던 팬들이 수면 위로 많이 올라왔다. 그 때 그 기운을 받아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현성은 1997년 MBC 강변가요제 금상을 수상했고, 그 해 1집 앨범 '소원'으로 데뷔했다. 이후 '슬픈 변명' '이해해줘' '소원' '헤븐' '행복'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미성과 곱상한 외모로 여성팬들이 많았으며, 그의 노래는 당시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이기도 했다. 두루두루 인기가 많았다.

그랬던 그를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본격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감성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를 발매하고 작가 변신을 알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하나의 꿈을 품고 부지런히 살고 있었다.

"아예 글쓰기에 빠져있을 때는 가수를 그만 두려고 생각했죠. 한참 뭔가에 빠져있을 때는 옆이 안 보이고 앞만 보여요. 배운다는 과정이 너무 좋아서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글쓰기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레전드급 뮤지션들, 실연자들의 인터뷰를 엮어낸 책을 발간한다는 계획으로, 한참 준비 중에 있다. 그 과정에서 가수로서의 책임감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그는 "한 분 한 분 배울 게 있고, 또 생존의 방법이 있었다. 활동하는 데 있어 지침이 되기도 하고, 책임감도 생겼다"고 했다.

신곡 '리즈시절'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곡이다. 김현성의 자전적 스토리가 인상적인 공감 백배 가사가 이목을 집중시키며, 김현성하면 떠올리는 감성 발라드가 아닌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또다른 매력을 이끌어냈다. 그는 "대중에게 어떤 곡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꾸준히 곡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의미있고 진실된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래 제목처럼 김현성의 리즈시절은 언제일까. 대중들이 떠올리는 김현성의 '리즈시절'은 그가 많은 히트곡으로 활동하던 90년,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김현성은 그러나 그 시절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 당시가 좋기도 했지만, 그걸 온전히 누릴 수 있지는 않았어요. 그 땐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스타들을 쫓느라 바빴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사랑 받았던 기억이 있는게 좋기는 하지만, 충분히 누릴 여유가 없었죠. 보통 무대에 한 번 서면 3,4곡을 부르는데 하루에 열 번씩 무대에 설 때도 있었어요. 매일 매일이 콘서트였고, 컨디션 관리도 힘들었어요. 그렇게 몇 년 동안 혹사하고 나니 컨디션이 떨어지고, 음도 떨어지고 그러더라구요. 노래 참 징하게 했던 시절,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죠."

그렇다고 당시의 가수 생활은 김현성의 인생에 빠질 수 없는 시간이다. 그는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가수는 아니지만, 십 년 동안 내 앨범을 작업하고 활동한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가수 공백기 동안 그는 과거의 영광에 갇혀 살지 않았다. 어쩌다 TV 프로그램을 보며 감정 이입이 되어 울컥할 때가 있었지만, 가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바쁘게 지내다보니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생겨났다.

김현성은 요즘이 좋다. 어릴 적 꿈이었던 글쓰기도 하고 있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중음악인들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다. 웹드라마 '4월애(愛)'를 연출하는 감독으로도 변신했다. 무엇보다 하고 싶었던 노래도 하고 있고, 여전히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과 '교감'도 하고 있다.

김현성은 "지금의 나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또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앞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이 내 리즈시절이고, 앞으로 보낼 시간이 리즈시절이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이제 저는 중견가수이고, 어린 친구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할 수 없겠죠. 선배 가수들과 이야기 해보면 '설 무대가 없어. 해도 반응이 없어;라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기도 해요. 아쉬운 마음이 있을 순 있겠죠. 그래도 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예전에 수 천명의 관객들을 모았다면, 지금은 100명이라도 꾸준히 설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쉽지는 않겠죠. '리즈시절'은 그러한 의지를 담은 노래예요. 변신을 꾀했다기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제스처이고, 김현성의 행보에 대한 힌트가 담긴 노래죠."

가수 김현성의 꿈도 현재진행형이다. 언젠가는 히트곡을 다시 한 번 내고 싶기도 하고,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버킷리스트'를 들려준다. 자신의 공연에 찾아올 관객들을 위해 직접 커피 원두를 고르고 있다며 밝게 웃는다.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이다. 어쩌면 김현성의 리즈시절은, 그의 말대로 지금 그리고 내일인지도 모르겠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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