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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韓게임]② 흔들리는 한국의 1위 게임사


'오너리스크'에 신작도 참패…넥슨, 위기를 기회 삼아 변화 필요해

[문영수기자] 지난 13일 게임업계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동기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주식과 차량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현재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게임업계의 '맏형' 넥슨을 창업한 1세대 게임인으로 M&A의 귀재로 알려진 김정주 회장의 다른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이 흔들리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를 세계 시장에 내놓고 작년 연매출 1조8천억원을 달성하며 한국 게임사 중 최대 성과를 올린 넥슨이 '오너 리스크'와 신작 부진 등의 여파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필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 타파를 위해 정부가 게임문화 진흥책을 제시한 시점에 벌어진 것이다. 일련의 '넥슨 사태'는 자칫 정부의 게임 진흥책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며 게임업계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게임산업 전체의 이미지 훼손으로 연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스캔들 얽힌 김정주 넥슨 창업주…업적 빛 바래

넥슨은 지난 넉 달 동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올해 3월 진경준 검사장이 비상장 주식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여기에 넥슨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도덕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검찰 수사 결과 김정주 창업주는 무상으로 넥슨 비상장주식을 진경준 검사장 측에 제공했고 진경준 검사장은 백억원대 이상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넥슨은 사법적 비호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휘말린 상태다.

1994년 설립된 넥슨은 다른 산업군에서는 살피기 힘든 20~30대 젊은이들이 성장을 주도해 일궈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벤처'이자 '청년 기업'으로 불렸다. 넥슨과 같은 젊은 기업의 활약으로 형성된 게임산업 또한 자연히 젊고 역동적이라는 이미지를 입었다. 그러나 이번 진경준 사태로 인해 게임업계는 업계 맏형격인 넥슨의 위기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결될까 우려하고 있다.

◆'서든어택2' 참패…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위기

넥슨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일 넥슨이 출시한 기대작 '서든어택2'가 사실상 흥행 참패를 해서다. 개발비 300억원이 투입된 '서든어택2'는 일인칭슈팅(FPS) 흥행작인 '서든어택'의 정식 후속작으로 출시 전 외산게임 '오버워치'의 대항마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서든어택2'는 게이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말았다. 전작과 비교해 발전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그래픽과 콘텐츠 등이 주 요인이었다. 출시 3주가 지난 지금 이 게임의 PC방 점유율은 0.45%(25일 기준)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넥슨은 위기 타개를 위해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여성 캐릭터를 삭제하는 강수를 뒀으나 '서든어택2'의 반등을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

'서든어택2'의 실패는 소위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한계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오버워치'와 같은 양질의 외산 게임을 접해 이용자들의 눈이 높아진 가운데, 기술적 발전과 재미를 끌어올리려는 노력 없이 선정적 여성 캐릭터와 1% 안팎의 고객만을 겨냥한 과금 유도만으로는 더이상 시장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서든어택2'의 실패는 한국 게임 시장의 흥행 방정식이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한국 온라인 게임 중 흥행 대박을 거둔 게임은 전무한 상황이다.

◆넥슨 사태, 정부 진흥책에 발목 잡을까…정부 "정책 지속"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오너리스크'와 '서든어택2' 사태로 인해 모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게임 진흥책이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지난 18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했다. 이는 일선 학교에서 게임을 활용한 교육을 펼치고, 게임 과몰입 현상 해소에 주력하는 등 게임이 떠안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고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둔 정책이다. 게임의 이미지 개선에 힘쓴다는 정책이 펼쳐지는 와중에 게임의 이미지를 퇴색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게임 진흥방침과 넥슨 사태를 결부해 방향을 바꾼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분위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체부 측은 "넥슨이 중요한 회사인 만큼 사태를 지켜보고 있으나 게임문화 진흥계획의 정책 방향이 바뀐다거나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게임의 인식 개선과 문화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넥슨이 현재의 위기를 계기 삼아 게임업계 맏형답게 양질의 게임을 개발하며 업계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넥슨이 게임업계 1위인 만큼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넥슨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 경우 한국 게임사들의 개발 풍토 또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업계 1위 기업에 당면한 안팎의 위기는 다른 국내 게임사들에 있어서 남의 일이라며 모른 척하고 있을 부분은 아닐 수 있다. 양질의 게임 개발과, 그에 따른 이용자들의 호평이 다시 양질의 게임 개발로 연결되는 선순환으로 갈 절호의 기회를 게임업계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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