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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박혜수, 사랑스럽다…그리고 궁금하다


비밀 품은 은재 역, 캐릭터와 닮은 배우의 매력

[권혜림기자] 대학에 입학하며 충남 예산에서 상경한 대학 신입생 유은재가 있다. 대학 생활의 거처로 서울 연남동의 셰어하우스 '벨에포크'를 택한 그는 입주 첫 날부터 제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네 명의 선배들을 마주한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룸메이트 진명, 오지랖도 넓고 말도 많은 천상 수다꾼 예은, '봉활'에 갔다 뒤늦게야 안면을 트게 된 지원, 섹시한 외모와 '쿨한' 성격이 시선을 끄는 이나가 그들이다.

소심한 성격을 지닌데다 신입생 환영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은재는 '벨에포크'에서 모르는 것 투성이인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낯선 도시, 낯선 집, 낯선 학교에 적응하기에도 벅찬데 '벨에포크'의 하우스메이트들은 은재의 힘겨운 서울 생활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빨래를 함께 돌려놓고 "너는 건 내가 할게"라던 예은은 이를 잊어버리고, 덕분에 이나의 분노를 사는 건 은재가 된다. 근검한 생활이 몸에 밴 진명은 전기 절약에 집착하는 '포스트잇' 공격으로 은재의 명치를 답답하게 만든다.

통화를 살짝 엿들어보면, 은재의 어머니는 그가 '아저씨'로 부르는 새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서러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운 은재가 "돌아갈 집도 없는데"라며 막막해하는 이유를 대강 추측할 수 있다.

결국 은재는 안과 밖에서 쌓였던 감정을 터뜨리고야 만다. '할 말은 하자'고, 똑 소리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시뮬레이션했던 그 광경을 하우스메이트들 앞에서 실현시킨다. 제 설움을 못 이겨 그 앞에서 엉엉 울어 버리고, 끙끙 앓아 눕다 이들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하게 된 것은 못내 민망했겠지만 말이다.

은재는 JTBC의 새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의 다섯 주인공 중 한 명이다. 1화의 화자로, 시청자의 눈이 되어 캐릭터들의 첫인상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리고 은재를 연기한 이는 배우 박혜수다. 'K팝 스타'의 '엄친딸' 참가자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자 SBS 드라마 '용팔이' 속 주원의 동생 역으로 주목받았던 신인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으로 얼굴을 알린 한예리와 아역 시절부터 실력을 다져 온 박은빈, 아이돌 그룹 활동으로 인기를 얻었던 한승연, 류화영과 비교해 박혜수는 안방 시청자들에게 가장 낯설만한 배우다. 흥미롭게도 가장 신선한 얼굴의 연기자가 새로운 드라마의 문을 열며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아직 제대로 실력을 검증받지 못한 신인 배우가 중책을 맡게 된 만큼 우려가 일었을 법도 한데, 방송을 보니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화장기가 거의 없는 말간 얼굴, 소심한 신입생의 쭈뼛댐, 간간이 올라오는 짜증과 분노를 억누르는 표정은 이 신선한 배우의 과장 없는 연기로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쌓였던 감정에 코가 빨개질 때까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연민도 느껴졌다. 이후 자신을 배려했던 하우스메이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활기를 되찾는 은재의 미소는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1화가 다섯 캐릭터의 개성을 맛보기로 비췄다면, 2화는 '거짓말과 민낯'이라는 소제목을 걸고 예은(한승연 분)과 이나(류화영 분)의 비밀을 그렸다. 몇 장면에선 스릴러물을 연상시키는 긴장감도 느껴졌다.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를 지원(박은빈 분)의 "귀신이 보인다"는 고백에 더해, 비밀이 감춰져 있는듯한 신발장의 존재가 화면을 채울 때마다 '벨에포크'에 숨겨진 사연을 궁금케 만들었다.

그리고 은재의 내레이션은 2화의 극적 긴장감을 시작부터 높이 끌어올렸다. "나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라는 은재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귀를 때렸다. 종종 삽입되는 짧은 플래시백에서는 인물들의 과거로 보이는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극 중 캐릭터가 가진 특성과 배우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질 때는, 인물이 펼쳐내는 이야기에 더 높은 몰입과 더 깊은 감흥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박혜수라는 신인 연기자가 보여주는 표정은 공식보단 날 것에 가까워보인다. 기성 배우들과 비교해 연기 경험이 적어서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그런 박혜수의 얼굴은 '청춘시대'의 은재가 지닌 조심스럽고 차분한 성격, 종종 멋쩍음을 느끼게 되는 상황과도 어울린다. 그 자신이 가진 것을 풀어낼 때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가 완성되는 행운을, 이 신선한 얼굴의 배우는 기꺼이 누리고 있다. 은재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순간, 배우 박혜수가 함께 궁금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한편 '청춘시대'는 매주 금, 토요일 밤 8시 30분에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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