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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LG 가전의 심장' 창원사업장을 가다


10년 무상보증 모터·컴프레서, 가혹한 테스트의 산물

[강민경기자] '염소뿔도 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더위가 극심하다는 절기 대서(大暑).

'대서'가 찾아온 지난 22일, 낮기온이 34도를 웃도는 가운데 LG전자 생활가전의 '컨트롤타워'라 불리는 창원사업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모터(Motor)와 컴프레서(Compressor)들이 이보다 뜨거운 더위 속에서 품질 테스트를 거치고 있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창원사업장에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전용 라인이 있다.

생활가전은 모터 또는 컴프레서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모터는 전력을 받아서 회전하고, 그 축에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동력 기계를 말한다. 컴프레서는 공기를 압축해 그 압력을 높이는 기계다.

세탁기·청소기·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 등의 제품이 모터의 운동을 직접 이용한다면, 냉장고·에어컨·정수기·제습기 등 냉기를 필요로 하는 제품은 컴프레서를 이용한다. 컴프레서도 냉매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모터의 운동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LG전자의 주력 품목인 프리미엄 가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으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해서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에너지효율 ▲소음 ▲진동 ▲내구성 등이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생활가전 업계에서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인간의 심장이나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곳 창원사업장은 생활가전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중심 기지다. LG전자는 창원2공장에서 모터를 생산해 같은 공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에 바로 공급하고 있다. 1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냉장고와 정수기에 공급하고, 2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에어컨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전원 껐다 켜기 수천 회, 150도 고온 견디기…10년 보증 모터는 어떻게 탄생하나

가장 먼저 찾은 창원2공장 C동에서는 모터를 생산하는 11개 라인이 직렬 배치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기계가 힘을 합쳐 세탁기·식기세척기·건조기 등에 들어가는 모터와 에어컨·냉장고에 탑재되는 컴프레서용 모터 등을 만들고 있었다.

자석과 코일로 이뤄진 모터는 ▲코일 감기 ▲코일 연결 ▲검사 등 크게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모터의 경우 많은 양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물레를 곱게 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창원2공장 C동의 11개 생산라인은 생산품목에 따라 공정 방식, 라인 길이 등이 다르다. 라인 길이는 짧게는 10m, 길게는 50m다. 이중 3개 라인에서는 세탁기에 들어가는 DD(Direct Drive)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라인은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용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코일을 감는 설비 10여대가 컨베이어 벨트 위 모터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천천히 흘려 보낸다. 코일을 감는 설비 옆에는 무게가 200kg이 넘는 코일 통이 있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 중 DD모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이상으로 가장 많다. DD모터 라인에서는 다른 라인과 달리 5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모터를 옮기고 있다. 코일을 감는 공정도 위쪽과 아래쪽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뤄져 6초에 DD모터 1대씩 생산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터는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VC사업본부에 공급하기도 한다. 박정현 LG전자 모터BD담당 상무는 "모터는 가전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많이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창원에서 생산하는 게 더 시너지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곳에서 생산을 하고 VC사업본부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옆에 있는 신뢰성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모터들이 혹독한 품질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에너지 효율을 측정하고 모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모터의 수명 등을 실험한다. 이곳에서는 국가별 표준 규격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하고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모터들은 챔버 속에 들어가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의 온도를 버텨야 하는 '열충격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향한 실험실에서는 코드제로 싸이킹의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 100여 대가 전원을 켜고 끄기를 수 천 회 반복하고 있었다. 이 모터는 흡입력이 205W(와트)로 무선청소기용 모터 가운데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 LG전자는 해당 모터를 10년 무상보증할 만큼 품질을 자신한다.

바로 옆에는 DD모터가 심하게 흔들리는 둥근 판 위에 고정된 채 진동 실험을 견디고 있었다. 격렬한 흔들림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실험에서 DD모터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양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냉장고의 심장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70m 라인 거쳐야 완성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컴프레서용 모터는 창원2공장에서 생산된 후, 창원1공장 B1동에 있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으로 이동된다.

그 다음으로 찾은 창원1공장 B1동은 2층의 3개 라인에서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와 정수기에 사용되는 소형 컴프레서, 일반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초에 컴프레서 1개씩 만들어진다. 이 공장은 창원2공장보다 자동화율이 낮은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도 약 50cm로 좁은 편이었다.

맨 안쪽에 있는 생산라인에서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가 70m 라인을 통과하면서 조립, 용접 등 총 10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마치 소형 압력밥솥처럼 생긴 컴프레서가 철제 선반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터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리니어 모터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에 투입되면 가장 먼저 코어와 체결된다. 코어는 모터에 전기를 흘려 보내주는 전자석으로 철심처럼 생겼다. 자동화 설비는 리니어 모터의 영구자석과 전자석 간의 간격인 '에어 갭(Air gap)'을 최소화해 더 작은 전류를 만들어내 컴프레서 성능을 높여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리니어 모터는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에 가로 방향의 길다란 형태로 피스톤과 4쌍의 스프링을 연결한다. 탄성력이 높은 스프링을 균형이 유지된 상태에서 체결하는 것이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크기, 형태 등이 다른 컴프레서들은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 후 뒤쪽의 검사실로 모인다. 작업자들은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 소음 검사를 거친 후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후 대형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 확인한다.

이후 컴프레서는 전용 승강기를 이용해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고 검사 공정까지 완료한 후에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으로 옮겨진다.

B1동 건물 앞쪽의 신뢰성 실험동에서는 'R-134a' 냉매를 적용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테스트하고 있다. R-134a 냉매는 주로 미국에 판매되는 냉장고에 쓰이는 냉매다. 이 곳에서는 마치 락커룸처럼 생긴 챔버가 400개의 컴프레서를 동시에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해 10년 무상보증을 하는 만큼, 전원을 켜고 끄기는 것도 수십만 회 반복한다. 압력과 부하를 높여 부품의 마모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고,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적으로 순환하는지 등을 테스트한다. 컴프레서에 연결되는 부분에 수박만한 얼음이 생길 정도다.

LG전자는 올해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20% 이상, 개발비는 지난해 대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창원을 모터와 컴프레서 연구개발의 메카로 삼고, 20층 규모의 창원 R&D센터를 내년에 완공하는 것을 비롯해 꾸준히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노태영 컴프레서BD담당 상무는 "LG전자 컴프레서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어컨 전문기업 캐리어(Carrier)와 중국, 일본의 주요 가전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며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이 중요히 여기는 것은 무엇보다 성능이며, 모터·컴프레서사업부는 성능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충원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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