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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시행 1년…무엇이 바뀌었나


[확률형 자율규제]①허울뿐인 규제…보완 필요

작년 7월 정우택 19대 국회 정무위원장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에 맞서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한 지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게임사들의 자율규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행 현황과 부족한 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문영수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자발적으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작년 7월 시행한 지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용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는 자율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교묘하게 회피하는 일부 '얌체' 게임사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용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보호한다는 자율규제의 당초 취지에 부합하려면 무엇보다 게임사들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정치권의 규제 시도를 막기 위해서는 게임사들이 나서 자율규제를 보완하고 재정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울만 좋은 자율규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게임사들의 양심 성적표는 몇 점이었을까.

일단 수치상으로는 합격점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회장 강신철, 이하 K-IDEA)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발간한 '자율규제 월간보고서'를 종합하면 현재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월평균 이행률은 89.50%에 이른다. 전체 10개 게임 중 9개가 규제를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먼저 규제 이행률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3%를 기록했던 자율규제 이행률은 1월(90%), 2월(89%), 3월(91%), 4월과 5월에는 88%로 점진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10.50% 가량의 게임사들이 계속해서 자율규제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K-IDEA 측은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게임사들에게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당근책'을 내걸었으나 자율규제 이행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도 나온다. 자율규제를 시행 중인 온라인·모바일 게임 158개 중 유료 확률형 아이템 습득 확률 등을 게임 내 직접 표기한 게임은 17%에 불과했다. 나머지 83%는 공식카페 등 별도 페이지에서 공개했다.

문제는 이처럼 게임 외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데다 업데이트도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최상위 매출순위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공식카페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첫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게임은 전무했다. '확률 정보를 어디서 살피냐'는 이용자 게시글도 여럿이다.

자율규제 시행 이후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소비자 민원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국민신문고·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접수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민원을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자율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민원은 총 68건이었다. 이는 1월과 6월 동안 접수된 민원(42건) 대비 61% 증가한 숫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8건으로 전년 동기(22건) 대비 72% 늘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작년 7월부터 게임업계가 본격 시행했다.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에 한해 게임 이용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적용 대상은 이용자가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과, 현금으로 구매한 캐시 아이템이 활용되고 확률에 따라 아이템 성능이 강화되는 이른바 유료 인챈트 기능이다.

자율규제를 주도한 K-IDEA 측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아이템 목록과 각 아이템의 희귀성에 따른 등급과 획득 확률을 구간별로 공개하도록 했다.

가령 S등급의 아이템A와 아이템B의 획득률이 각각 0.1%, 0.5%라 가정할 때, S등급의 아이템 습득률은 0.6%라는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료 인챈트의 경우 인챈트 결과에 대해 이용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의미가 담긴 문구를 자율적으로 게임 내 게시하도록 했다.

또한 K-IDEA는 자율규제 시행 이후 협회 회원사의 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및 유료 인챈트,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게임을 제외한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달 진행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PC방 정보사이트 게임트릭스 순위 100위권 내를, 모바일 게임의 경우 오픈마켓 내 상위 100위 게임을 대상으로 했다.

◆자율규제 충실 이행해야

전문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시도를 막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게임사들이 나서서 자율규제 이행률을 높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용자와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할 당시 해당 규제가 온전히 이행될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윤에 방해되는 자율규제를 제대로 시행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공개하는 것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부랴부랴 업계가 자율규제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자율규제 시행 1주년을 앞두고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만큼 더욱 업계가 나서서 자율규제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추가적인 규제를 시도할 경우 이를 방어할 명분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국민대학교 박종현 법과대학 교수는 "자율규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관·산의 신뢰를 쌓고 정부와의 협력적 자율규제 시스템을 마련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사업에 방해가 될 정도의 영업비밀 정보를 누설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적정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K-IDEA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진행해온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성과를 취합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를 오는 10월께 만들 계획은 있다"면서 "비회원사의 자율규제 이행을 유도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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