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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지원금 상한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조석근기자] 왝 더 도그(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앞뒤가 바뀌었다는 말. (출처: 두산백과)

주식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다. 미래를 내다보고 거래하는 선물 시장이 오히려 현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정치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집권층이 스캔들에 처할 경우 여론의 시선을 본질로부터 어긋난 사건으로 돌리기 위한 연막작전을 비꼬는 것이다.

행정상 상하 법규가 충돌하는 이른바 법률적 '하극상'이 발생할 때도 종종 사용된다. 하위 법규인 대통령령(시행령), 혹은 정부 부처의 시행세칙이 상위 법의 기본 취지를 위반하는 현상을 꼬집는 것이다.

법은 국회가 만든다. 정부는 그 법을 집행한다. 중학생 정도면 아는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이다. 정부가 법을 충실히 집행하기 위해 만든 하위 규정이 정작 모법과 어긋날 때 국회는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들은 의외로 흔히 발생한다. 얼마나 흔하면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를 '시행령 공화국'이라고 자조 섞어 한탄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회가 시행령을 수정할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하려다 여당 원내대표가 쫓겨나기도 했다. 정치적 힘의 균형추가 청와대를 필두로 한 정부에 쏠려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상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 고시 개정을 통해 지원금 상한을 '출고가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후 통신시장은 혼란의 연속이다.

현재 33만원으로 지정된 지원금 상한은 단통법의 핵심 조항이다. 단통법상 구체적 금액은 방통위가 자체 고시로 지정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시행세칙이 상위 법을 무력화한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단통법 제정과 시행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따랐다. 새삼 재론할 필요는 없다. 지원금 규정의 변화에 따라 수조원 규모 단말기 유통시장이 들썩이게 된다. 계획대로면 정부는 들끓는 여론에 대한 변변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간편하게, 법 개정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또 한번 소외된다.

상한제 유지 찬반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법 제정과 집행은 투명해야 한다. 단통법 자체가 국회를 통해 심의되고 제정됐다. 지금도 여야가 상한제 폐지를 포함한 개정안을 숙고 중이다.

입법부를 배제한 채 논의가 이뤄질 이유가 없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과정에서 이들이 배제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선거를 치를 필요도 없어진다.

정부가 하위 규칙을 동원해 상위 법을 무력화할수록 정국은 얼어붙는다. 큰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세월호 특별조사위 무력화 비판도, 누리과정 예산배분 파행도, 4대강 사업 타당성 논란도 그 뒤에는 몸통을 뒤흔드는 꼬리가 있었다. 이번 상한제 논란이 정부와 국회의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부싯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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