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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신의 직장 구글을 왜 그만둘까


[민혜정기자] 구글 미국 본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얼마전 회사를 그만뒀다. 신의 직장이라는 곳에 다니는 사람이 사표를 낸 이유가 궁금했다.

'커피숍을 방불케하는 아늑한 인테리어, 자유로운 출퇴근,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직언할 수 있는 회의 분위기, 정치력이 아니라 능력만큼 평가 받는 고과 평가 제도.' 기자가 직접 가 보진 못했지만 사진과 책으로 접해본 구글은 하나의 '이상(理想)'이었다.

귀국한 '대책없는' 친구가 들려준 말은 구글에 갖고 있던 환상을 깼다. 그는 "성과주의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며 "빠르고 유연하다는 말의 이면을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친구는 "결국 기업의 이윤은 선"이라며 "왜 신의 직장이라는 곳을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구글, 애플식 실리콘밸리 벤처문화를 수혈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떠올랐다. 최근 국내 기업 문화의 표준이 되곤 하는 삼성전자가 조직 문화 혁신에 선봉장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매스를 대고 있다. 권위주의, 상명하복식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음달에는 현재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의 직급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수원사업장에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축구장 5개 넓이의 '센트럴 파크'를 열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같은 변화를 반기는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직원들은 "나랑 상관없는 얘기"라거나, "윗사람들이 달라지지 않는데 공허한 수사일 뿐"이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한 고위임원은 "겪어보지 못한 문화라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문화를 이식하는 건 좋지만 거기에도 속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직문화라는 게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이를테면 경어 문화가 있는 한국에선 상사를 직급 떼고 이름만 부르는 자체부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빠르고 유연한 조직이 혁신 바람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돼야지, 살벌한 구조조정의 대체재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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