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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성과연봉제, '신의직장'과 '흙수저' 간의 편가르기?


[김다운기자] 최근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로 들끓고 있다. 위에서는 '하라'고 난리, 밑에서는 '못한다'며 난리다.

성과연봉제란 말 그대로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는 연봉을 더 주고, 성과가 낮으면 연봉을 덜 주겠다는 제도다.

공공기관 및 준정부기관들이 대상으로, 특히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서도 임금 수준이 높았던 금융공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위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권고안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들이밀면서 금융공기업들에 강도 높은 임금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임금을 더 주겠다는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다.

금융위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며 금융공기업들의 1인당 평균 보수가 다른 공기업이나 일반 기업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고임금 구조인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중심 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공기업들의 평균 연봉은 8천500만원이 넘는다. 이는 전 공기업 평균 6천300만원, 500인 이상 일반기업 6천만원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금융공기업의 고임금을 거론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금융위의 논리는 자칫 금융공기업 직원과 다른 국민 간의 편가르기로 여겨질 수도 있어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은 '보수가 높고 생산성은 낮다' '온정적 인사 관행이 팽배하다' '연공에 따라 획일적으로 승진한다'.

정부가 금융공기업 직원들에 대해 '돈만 많이 받고 무능하다' 라는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안 그래도 '신의 기업' '철밥통' 등으로 불리며 고연봉, 일자리 안전성 등에서 부러움을 사던 곳이 금융공기업들이다. 'N포세대' '이태백'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청년 '흙수저'들에게 이 같은 분석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한술 더 떠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대립을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성과연봉제에 대해 "모두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어떻게 청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미지수다.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적용 기업인 IBK기업은행은 연 400~500명씩 신입직원을 뽑았으나, 최근에는 신입 채용을 크게 줄이는 추세다. 내년부터는 4년간 200명 채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50명밖에 신규 채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공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의지가 있는지 미심쩍은 부분이다.

만약 성과연봉제를 '쉬운 해고'의 빌미로 삼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결국 이를 통해 들어온 직원들 역시 언제든 '쉬운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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